한국의 대표적 아동구호단체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팀장을 지낸 김 모 씨가 지난 2월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았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내기 위해서다.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인사, 전략 등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 팀장까지 맡았던 김 전 팀장은 사내 임직원들에게 서대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의 비위 의혹을 내부 고발했다가 지난해 12월 해고당했다.

김 전 팀장이 고발한 서 총장의 문제는 크게 3가지로 대출 과정에서의 배임 미수 의혹, 부당 채용 추진, 그리고 성희롱 의혹이다. 내부고발 이후 사내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약 8개월 간의 조사활동을 벌였지만, 서 총장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반면 내부 고발을 했던 김 전 팀장은 정황을 확대 해석해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임직원들 간 불신을 조장하고, 직원들을 소집해 집단행동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뉴스타파는 김 전 팀장의 내부 고발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며, 그가 제기한 의혹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결론이 타당했는지 검증했다.

대출 과정 중 배임미수 의혹

지난 2016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서울 종로구에 있던 기존 사옥을 매각하고 마포구 창전동에 위치한 현재 사옥을 매입하기 위해 74억 원 가량의 대출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서대원 총장은 가장 높은 금리를 제시한 특정 은행 지점에서 대출 받는 방안으로 기안서를 작성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 경우 금리가 높아 이자를 연 2천 7백만 원 가량 더 내야하지만 기존 사옥 매각 중개를 맡고 있는 해당 지점에서 대출을 하면 매각 중개 수수료를 3천만 원 이상 깎아주기로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작성된 기안서에 포함된 여섯 군데 은행 지점의 최저 금리를 비교한 표를 보면, D은행의 지점 두 군데가 들어 있는데 금리가 모두 2.85%로, 가장 낮은 곳에 비해 0.36%가 높았다.

지시대로 기안서 초안을 작성하긴 했지만 여전히 이를 납득하지 못한 김 팀장 등 실무진은 해당 지점에서 대출 받는 안을 계속 반대했다. 그러나 서 총장은 최종 결재권자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송상현 회장도 승인했다고 주장하며 기안서를 그대로 처리했다.

고민하던 김 전 팀장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한 이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이사도 자칫 배임 및 횡령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한 서 총장뿐만 아니라 실무자였던 김 팀장과 최종 결재권자인 송 회장까지, 조직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 김 전 팀장 :  금리가 제일 낮은 거가 아니거든요, 그 지점이
  • 이사 :  아 그래요?
  • 김 전 팀장 :  그런 말씀까지 제가 드리게 되는 게, 회장님께 한번 좀
  • 이사 :  아~ 그러면 안 돼 안 돼 … 그거는 그 총장님을 오히려 설득을 시켜가지고
  • 김 전 팀장 :  네

  • 이사 :  이번 회관 사는데 복비가 됐든 뭐가 됐든 전부 아주 클리어 (명확) 해야 된다
  • 김 전 팀장 : 네네
  • 이사 :  아니, 총장님 난 놀랬네. 점잖은 분이 금리가 좀 더 비싼데 나중에 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 김 전 팀장 :  예.
  • 이사 :  안 됩니다. 그거는 단돈 10만원이라도 안 돼요.

  • 김 전 팀장: 이거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제가 (조언을) 주십사하고 대표님 (이사) 한테 말씀을 드린거고요.
  • 이사: 그거는 내한테 전화 잘 했네요. 왜냐면 사람이 아무리 상사라도 이게 아닌데 가라고 그러면은 그건 아닙니다.
  • 김 전 팀장: 잘못하면 회장님한테 누가 될까봐, 저는.
  • 이사: 회장님뿐만 아니라 김 팀장한테도 다 누가 되죠.

김 팀장과 통화한 이 이사는 송 회장에게 이런 상황을 전달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송 회장은 서 총장에게 메일을 보내 그대로 진행할 경우 배임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서 총장의 대출 방안은 무산되고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가장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서 총장은 왜 높은 금리 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받으려 했을까? 그가 자필로 수정한 기안서를 보면 특정 은행 지점을 선호했다기보단, 특정 지점장의 인사 이동에 따라 대출 지점을 변경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원래 D은행 OO지점장으로 재직했던 G 지점장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사옥 매각과 매입 건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2016년 1월 말 △△지점장으로 발령이 났다.

당시 실무자들에 따르면  D은행 OO지점은 당시 G 지점장이 구 사옥의 매각 중개를 맡고 있어 대출 후보 지점으로 올라있었다.  D은행 △△지점의 경우는 한국위원회의 주거래 은행이라 포함돼 있었지만, 금리가 비싸 애초부터 최종 후보로 올라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기안서 초안에 여섯 개 지점이 포함된 리스트를 본 서 총장은 실질적으로 비교 대상이 아닌 ‘쓸데 없는’ 지점은 지우라고 지시했고, 최종 네 곳으로 추려진 지점 리스트를 가지고 송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리스트에서 제외된 두 개 지점은 G 지점장이 이전에 근무하며 2.85% 금리를 제시했던  D은행 OO지점과 그보다는 조금 낮은 금리를 제시했던  D은행 ⭘⭘지점이었다. G 지점장이 새로 부임한  D은행 △△지점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왜 서 총장이 회장 승인을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D은행 △△지점에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추진했는지 해명을 듣기 위해 서 총장에 여러번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서 총장은 끝내 홍보팀장에게 설명을 들으라며 직접 해명은 거부했다.

서 총장의 요청대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홍보팀장에게 공식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부당채용 시도 의혹

2016년 3월, 서대원 총장은 ‘홍보팀에 전담 사진사가 필요하니 한 번 만나보라’며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김 전 팀장에게 이메일 출력본과 이력서를 건넸다. 사실상 채용 압력을 넣은 것이다.

이메일엔 지원자가 직접 서 총장에게 보낸 것으로, 모 민간 연구원 홍보실장의 소개로 이력서를 전달하게 됐다며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김 팀장이 이력서를 보니 정치외교학과 전공에, 사진 관련 경력은 전무했다고 한다.

서 총장은 경력직으로 채용하라는 지시를 했지만, 김 팀장과 당시 홍보팀장은 경력상 부적합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사진 촬영직을 공채로 모집할 것을 제안했지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팀장들의 계속된 만류로 이 채용 건은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당시 홍보팀장은 한동안 사진 관련 얘기가 나올 때마다 사무총장의 호통을 들으며 고초를 겪었다고 이후 열린 서 총장 비위의혹 관련 조사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증언했다. 현재 당시 홍보팀장은 휴직 중이다.

성희롱, 비하 발언 의혹

총장실 비서로 1년여 동안 근무했던 한 직원은 2016년 8월 서 총장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이후 이 직원은 사내 성희롱고충상담 절차를 밟았지만, 고충상담 위원이 사실 확인 명목으로 삼자대면을 진행하려 해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가해자와 마주치는 상황이 두려웠고, 향후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 후 서 총장이 다른 직원에게도 비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이 직원은 다시 용기를 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 직원은 같은 해 12월 김 팀장이 이메일을 통해 내부고발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피해 사실도 공론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사내 성희롱 및 폭언 사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며 또 다른 직원이 유사한 말을 들었다는 사실에 본인은 절망하고 8월 30일 성희롱 사건을 상부 보고하지 않은 것이 내 안위만을 생각한 비겁한 일이 아니었는지 깊이 통탄하고 괴로워함. (2016년 9월)

김 팀장이 회장단에게 고발사실을 메일 보낸다고 하여 본인이 겪은 성희롱 사건을내용에 포함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였음. 본인은 본인이 겪은 성희롱 사건이 한 치 거짓없는 사실이며, 그 사실로 인해 지금껏 회사에 다니는 매일매일을 고통받고 있고, 이대로 덮고 지나간다면 다른 직원들이나 본인에게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반복하며 그간 느낀 바가 많았음. (2016년 12월 16일)

성희롱 의혹 조사위원회에 제출한 피해 직원의 진술서 중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성희롱 의혹을 제3자가 신고한 점, 당사자가 피해를 주장한 이후에도 행동에 변화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서 총장에게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한 뉴스타파의 해명 요청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측은 피해자 진술에 허위가 많았고,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것은 김 전 팀장과 동조해 서 총장을 몰아내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뉴스타파에 사측이 주장하는 집단행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공식 내부 고발 절차를 진행하기 앞서 동료 팀장들에게 문제를 공론화하고 의견을 구한 것이고, 팀장 간에 의견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그 의견을 받아들인 김 팀장은 결국 혼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설명이다.

이 일이 정치적 액션으로 비춰지면서 피해를 입은 직원은 지금도 힘들게 회사를 다니고 있고, 문제를 제기한 김 팀장님은 해고를 당했다. 두 사람 다 따가운 눈총과 수근거림 감내해야 했다.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 이후 이어지는 2차, 3차 피해가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전체 (비위 의혹) 내용은 김 팀장이 해고 전에 전 직원에게 메일로 보냈지만 위에서 입단속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니 더 이상 의견을 내비치려 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겉으로는 인권을 옹호하는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동료의 고통이나 비리에는 무심한 저희의 자화상이다. 후원자님들을 기만하는 것 같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직원 서면 인터뷰 중

“600만 원짜리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고집한 사무총장”

또 서대원 총장은 자신의 해외출장 시 가장 저렴한 비즈니스 항공편보다 두배 이상 비싼 비즈니스 항공권을 구매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후원 기반 아동 구호단체 책임자로서 적절한 행위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

지난 2015년 미국 보스턴에서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연차총회에 참석하게 된 서 총장은 인천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항공편 가운데 2백여만 원으로 가장 저렴한 아메리칸항공 보다 두 배 이상 비싼 6백여만 원짜리 대한항공을 고집했다고 한다.

당시 일을 잘 아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전 간부는 뉴스타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 총장은) 해외출장 때마다 다른 항공사보다 2-3배 더 비싼 대한항공 비즈니스석만 이용했다. 비용은 아랑곳없이 ‘나는 대한항공을 이용해야 대우도 잘 받고 편하다’며 가격은 전혀 신경쓰지 못하도록 일축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더 이상 가격을 비교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의 후원회원은 현재 40만 명 규모로, 2016년 기준 모금액은 1천 4백억 원에 이른다. 모금액은 주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돕는 유니세프 본부 구호 프로그램에 보내는데, 한국위원회는 이 금액 규모가 유니세프 국가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30여 개 선진국 중 3위였다.

서대원 사무총장은 전직 외교관으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에서 민간 자문위원을 거쳐,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식재단 (현 한식진흥원) 이사로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지난 2015년 4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서 총장은 여전히 국내에서 유니세프의 얼굴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취재: 김지윤, 임보영
촬영: 신영철, 최형석, 오준식, 정형민
CG: 정동우
편집: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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