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연속보도 '보험의 배신'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정 이후 빈발하고 있는 허위·과장입원 환자에 대한 형사 처벌 실태를 점검합니다. 지난 편, 1회에서는 보험사기범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된 중증환자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이어 이번 편, 2회에서는 평범한 입원환자들이 보험사기범이 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추적합니다.

국회를 나서며 정은미(가명) 씨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래도 국회라면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줄 것 같았다. 보험사기 문제를 다루는 국회 토론회가 있다고 해서 부산에서부터 한달음에 온 길이었다.

정 씨는 토론장을 나서는 사람들을 향해 연신 '사기꾼'이라고 외쳤다. 20년간 보험만은 놓지 않았다. IMF로 가계가 휘청일 때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살던 집을 내놓고 보증금 500만 원에 50만 원 짜리 월세방에 살게 되었을 때도, 충격적인 유방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험 증권 하나 잘 쥐고 있으면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믿었던 보험이 자신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정 씨는 부산 대신한방병원 입원환자였다. (관련기사 : 보험의 배신⑤ "아가, 할미는 참말로 보험사기꾼이 아니데이") 2016년 가을, 4달간 입원했다. 항암 치료를 마치고 후유증이 왔었다. 몸이 굳어 혼자서는 침대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남편과 자녀들은 외지일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 병치레를 빨리 끝내야 했다. 조금이라도 가계를 거들고 싶었다. 예전에도 요양병원의 후유증 치료로 효과를 본 일이 있어 인근 병원을 수소문했다. 보험사에 미리 전화해 입원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지 물었다. 1년 중 3개월 면책 기간 말고는 정상적으로 입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정 씨는 보험사기범이 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정 씨에게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공소장엔 정 씨가 입원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데 병원과 공모하여 허위 과장입원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정 씨는 보험사 안내까지 받아가며 했던 입원이 어떻게 보험사기가 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보험사 직원들과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들을 향해 사기꾼이라 외쳤던 이유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모든 보험가입자를 용의자로 만들었다"

검찰이 정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이다. 부산 대신한방병원 입원환자 60여 명에게도,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규모 보험사기 사건 피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이 특별법이 적용됐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지난 2016년 3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례없는 7일간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끝난 직후, 전격적으로 통과된 62개 법안 중 하나다.  이 법은 2013년 말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1년 넘게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5년 하반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박 전 의원이 '시급한 민생 사안'이라며 수차례 상임위 통과를 종용했다. 당시 정무위원회에서는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이 많이 나왔다. 김기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형법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김기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국 보험사의 입장에 서서 보험소비자 전체를 보험사기의 잠재적 범죄자라고 보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결국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했다. 당시 이 법안에 대한 여야 논의 과정을 지켜봤던 한 국회 관계자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처리가 시급한 다른 민생 현안들을 볼모로 삼았다고 말했다. 야당 입장에서는, 법안에 있는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김기준 전 의원도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절대 만들어져선 안되는 법이었지만 여야 간사 간의 조율 끝에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임위 법안 심사 단계에서 나왔던 우려들은 법 시행 이후 그대로 현실이 됐다. 지난해 이 특별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논문을 발표한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특별법에 대해 '명칭 사기'라는 표현을 썼다. 특별법이라고 하면 기존에는 범죄가 아니었던 행위를 새롭게 범죄로 규정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았던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법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법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는 기존 형법의 일반 사기죄와 차이가 없어서 '껍데기' 뿐인 법이라는 설명이다.

▲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논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제안'의 일부

기존 형법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굳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내용 일부다.

제6조(수사기관 등에 대한 통보) 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등의 행위가 보험사기행위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중략)

제7조(수사기관의 입원적정성 심사의뢰 등) ① 수사기관은 보험사기행위 수사를 위하여 보험계약자등의 입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이하 "입원적정성"이라 한다)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법」 제62조에 따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라 한다)에 그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

이 법에 비판적인 법률전문가들은 6조 '수사기관 등에 대한 통보'가 보험사기에 대한 수사기관의 태도를 바꿔놨다고 말한다. 다수의 보험사기 사건을 다뤄온 법무법인 고도의 이용환 변호사는 바로 이 조항 때문에  '보험회사가 보험사기라고 의심해 고발하면 수사기관이 다 수사를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보험사기라고 의심되면 보험사에서 추려서 그걸 경찰서에 갖다줘요. 이것은 특정 보험사에서 자기들 것을 조사해달라고 하는 것이니까 어떻게 보면 부정청탁일 수 도 있고, 꼭 부정청탁은 아니더라도 청탁하는 목적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형사분들이 이것을 보험사기라는 객관적 입증이 없는 이상 이것을 다 돌려보냈어요. 그러면 수사가 안 이뤄졌거든요. 지금은 보험사기라고 의심되서 고발하면 다 수사를 해야해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때문에.

이용환 / 법무법인 고도 변호사

이 법의 7조도 보험소비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가입자의 입원기간이 적정했는지 판단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병원이 최대한 요양 급여를 적게 청구하도록 감시하는 것이 주 목적인 기관인만큼 적정 입원기간을 보수적으로 설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입원기간이라는 것은 통상 임상과 검사, 문진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결정되는데, 이런 입원 기간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주된 임무가 병원에서 청구하는 요양급여를 깎는 기관인데 그런 기관에다 민영보험사의 입원정적성 판단을 맡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보험사기를 광범위하게 인정해버리는 그런 결과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억울한 사람이 많이 생기고요.

박기억 / 변호사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초안을 대표발의한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이른바 '모피아' 출신이다. 2009년 예금보험공사 사장직을 지낸 후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대 국회 임기동안 32개의 금융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금융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활동해왔다. 20대 총선에서는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이 제기(2018.4 울산지방법원 정치자금법 위반 무죄 판결)돼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후 박 전 의원은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박 전 의원은 2017년 3월 사외이사로 임명됐다. 자신이 대표발의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끝내 통과시킨 지 불과 1년 뒤였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2017년 삼성화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회 소속 사외이사의 연봉은 평균 1억 원인 것으로 나타난다.

박 전 의원은 현재 6.13 재보궐 선거의 울산 북구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상태다. 박 전 의원은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가면 선의의 보험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되는지 상황을 파악해보고 법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에 사외이사로 일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금융 전문가라는 점을 보고 삼성에서 먼저 제안해 왔을 뿐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보험가입자 탓하는 언론...이면엔 보험사 협찬

지난해 12월, KBS는 보험사기 문제를 다루는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제목은 '공공의 적 보험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 1년을 맞아 허위·과장 입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방송은 보험회사 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더 좋은 치료를 받고 더 오래 입원할 수 있다'는 일반 보험가입자들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보험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식이다.

▲ KBS 월요기획 '공공의 적, 보험사기' 중 (2017.12.4 방송)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방송은 대표적 보험사기 사건으로 2016년 발생한 '특전사 집단 보험사기 사건' 사례를 소개했다. 전직 특전사 출신 보험설계사가 후배 특전사를 상대로 보험 영업을 하고 특정 의료인과 공모해 허위·과장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90여 명의 특전사 출신 보험가입자들이 형사 입건된 바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방송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었다. 또 입건된 특전사 가운데 일부는 이미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특전사들의 변호를 맡았던 이용환 변호사는 보험에 가입한 특전사 대부분이 보험금 청구 과정의 상세한 내막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범행에 대한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배 특전사의 권유에 따라 보험에 가입한 것은 맞지만 진단과 보험금 청구는 일반적인 절차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가 변호를 맡은 특전사 대부분은 검찰에서 불기소됐다.

그런데 알고보니 문제의 방송은 생명보험협회의 제작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이었다. 국세청에 공시된 생명보험협회의 고유목적사업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2017년 보험사기방지 홍보 목적으로 한 홍보대행사에 5억 8천만 원을 지출했다. 이 홍보대행사의 포트폴리오에는 문제가 된 KBS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을 비롯, 지상파 방송의 유명 교양프로그램, 프로야구 중계 등의 간접광고(PPL)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국세청 공시에 따르면, 언론과 보험업계의 인연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언론은 직접 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매년 수억 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보험업계 현안에 대해 기사와 방송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생명보험협회의 홍보 업무 대행을 맡은 곳은 유명 광고회사다. 이 광고회사가 작성한 2018년도 홍보 기획안에 따르면, 주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과 '바람직한 의료 문화 확산' 캠페인을 홍보하겠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즉, 의료기관 이용을 줄여 보험금 청구 자체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생명보험협회는 뉴스타파의 인터뷰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KBS 측은 '해당 방송이 교양 정보를 담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기 현행법상 협찬 제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다소 거친 재연 영상과 이미지가 사용돼 제작진 의도와 다르게 사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해당 프로그램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보험사기 수사 균형 잃은 경찰...이면에는 실적과 재취업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일선에서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경찰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이 특별법에 대한 균형있는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과 결부되어 보험사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특전사 집단 보험사기 사건의 일부 특전사 측 변호를 맡았던 이용환 변호사는 당시 경찰의 수사 태도가 이례적으로 강압적이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조사 단계에서 이미 피의자의 자백을 유도하는 분위기었다며, 혐의를 부인해도 조서에 그대로 적히지 않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법률적 조력을 받은 특전사들은 혐의를 벗었지만, 결국 이같은 강압적 분위기 속에 많은 특전사들이 억울한 누명을 쓴 채 형사처벌을 받았을 것이란 얘기다.

경찰과 보험사의 밀접한 관계는 부산 대신한방병원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부산지방경찰청이 낸 보도자료에는 마치 보험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다. 형사 소송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도 보험사가 보험사기 혐의를 받는 보험가입자로 하여금 취득한 보험금을 배상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보험범죄가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보험금을 환수하려면 형사 처벌외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실효적인 금전적 제재가 어려운 것이 현실임.

결국, 보험사기로 인한 부담은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전가되게 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형사소송 절차 중에 보험사기로 취득한 보험금을 배상토록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을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에 추가할 필요성이 있음
부산 대신한방병원 보험사기 사건 부산지방경찰청 보도자료 중

경찰은 더 나아가 보험사기와 관련된 법을 보험사에 더 유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보험사기 근절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보험사기조사전담팀(SIU)의 조사 활동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조사전담팀(SIU)의 조사 활동에 법적 근거가 생기면, 보험사기의 피의자로 의심받는 보험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의 힘의 균형은 지금보다 더 보험사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이미 이뤄지고 있는 SIU의 조사 활동에 법적 근거를 부여하자는 취지라며, 수사권같은 별도의 권한을 주자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보험사 소속에 소속된 퇴직 경찰과 현직 경찰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보험사에 재취업한 퇴직 경찰은 117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재취업 경찰 다섯 명 중 한명에 해당한다. 보험사에 재취업한 퇴직 경찰이 맡은 일은 대부분 보험사기 조사다. 전직 후 SIU조사실장, 특수조사실장, 보험조사역 등의 직책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소속 퇴직 경찰과 현직 경찰의 공조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선 법조인들은 최근 대규모 보험사기 사건이 자주 적발되는 배경에 실적을 원하는 경찰과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가입자에 대한 내부자료를 제공하는 보험사의 공조가 있다고 말한다.

취재 : 오대양
데이터 : 김강민
촬영 : 신영철,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디자인 : 하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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