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광물공사 2화 : '뇌물' 계약

2018년 09월 13일 19시 35분

사. 자. 방.
MB정부가 벌인 대형국책사업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그 중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벌인 이른바 자원외교 비리는 4대강, 방산비리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31조 원이 투입됐고 그 중 13조 원 이상이 날아갔지만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MB정부 자원외교에는 공기업들이 대거 동원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는 그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서만 2조 원 넘는 혈세가 투입됐고 20개 넘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광물공사는 50년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뉴스타파는 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이명박 자원외교의 실체를 다시 추적, 앞으로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그 많은 혈세가 사라졌는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국격(國格)을 세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때도 확인되지 않았던 광물자원공사 내부문서와 MB자원외교의 산증인인 광물자원공사 전현직 간부들의 육성증언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주>

2011년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유연탄 광산 지분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중개한 공동사업자 측에 리베이트로 150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광물공사 핵심관계자의 증언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광물공사 경영진은 리베이트를 주기로 한 이 이면계약 사실을 2년 이상 이사회에 보고하지도 않았다. 뉴스타파는 2012년부터 2년 간 광물공사 비상임이사를 지낸 최항도 전 서울시 기획관리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된 사업은 2011년 추진된 인도네시아 카푸아스 유연탄 사업이다. 당시 광물공사는 한 한국계 인도네시아 기업과 공동으로 이 광산의 지분 90%를 인수하는 계약을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광물공사의 지분은 39%, 납입대금은 3700만 달러(약 400억 원) 정도였다. 광물공사는 이 계약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서 “향후 21년 동안 최대 3360만t 규모의 유연탄을 확보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최항도 전 광물공사 이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금품 향응의 제공과 수수를 모두 금지(제 5조 청렴계약 조항)하고 있다. 문제의 계약이 체결될 당시 광물공사의 최고경영자는 김신종 전 사장이었다.

제5조의2(청렴계약) ①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있어서 투명성 및 공정성을 높이기 위하여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입찰·낙찰, 계약체결 또는 계약이행 등의 과정(준공·납품 이후를 포함한다)에서 직접적·간접적으로 금품·향응 등을 주거나 받지 아니할 것을 약정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입찰·낙찰을 취소하거나 계약을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의 계약(이하 "청렴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여야 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최항도 전 광물공사 이사는 지난 7월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가진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계약이 모두 끝난 뒤 정식 계약 금액 외에 추가 금액을 보내야 한다고 사업 실무자들이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협상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주기로 약속을 해 놓고 이사회에는 그런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판단됐다.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계약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항도 전 광물자원공사 비상임이사

최 이사는 이 이면계약이 명백한 실정법 위반,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면계약 금액은 계약 당사자인 인도네시아 정부로 가는 돈이 아니었다. 공동사업자에게 보내는 돈이었다. 리베이트가 확실했다. 나는 30년 이상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리베이트를 주기로 이면계약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명백한 정부계약법(국가계약법) 위반이고 정부 예산 유용 사례다. 당연히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최항도 전 광물자원공사 비상임이사

반성과 과제에도 등장...이사회 보고 누락, 오히려 홍보

이 사업과 관련된 문제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광물공사 비밀TF가 만든 백서 ‘반성과 과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백서에는 광물공사가 이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2011년 3월 이면계약을 맺고도 2년 이상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이런 이상한 계약을 오히려 홍보수단으로 삼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취재진은 이 이면계약 사실이 이사회에 알려질 당시 사업책임자도 만나 인터뷰했다. 에너지사업처장을 지낸 이무영 전 광물공사 해외자원본부장이었다. 35년 간 광물공사에 근무한 뒤 두 달전 퇴직한 이 전 본부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면계약 사실, 이사회 보고 누락 사실 등을 모두 인정했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온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된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에너지사업처장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인도네시아 카푸아스 사업은 광물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였다. 팩트를 말씀드리면, 사업이 잘 됐는지 여부를 떠나 이사회에 보고도 하지 않고 150만 달러를 주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공사를 둘러싼 환경, 위에서 하라고 하면 할 수밖에 없는 공사의 처지가 낳은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무영 전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본부장

람사협약 가입한 정권에서 습지 파헤치는 광산개발 추진

최항도 전 광물공사 비상임이사가 문제를 제기한 사업은 또 있었다. 2010년 11월 광물공사가 남아공에서 계약했던 블락플라츠 유연탄 광산 사업이었다. 1380만 달러, 우리 돈 150억 원 가량을 투자해 30년 간 매년 최대 300만t의 유연탄을 생산한다고 홍보됐던 사업이다. 광물공사는 유연탄 매장량이 1억 5000만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 전 이사의 주장은 달랐다. “계약 당시엔 탐사도 안 된 상태였고, 습지를 파헤쳐야 하는 사업이어서 사업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사업 역시 김신종 씨가 광물공사 사장이던 시기 체결된 계약이었다.  

블락플라츠 사업은 세계적인 늪지를 파헤쳐 유연탄을 캐는 사업이었다. 누가봐도 개발허가가 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게다가 광물공사가 계약을 할 당시에는 탐사도 안 된 상태였다. 부존량이 있기는 있는지, 있으면 얼마나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최항도 전 광물자원공사 비상임이사

최 전 이사는 이런 사업을 추진해 혈세를 낭비한 광물공사와 이명박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사업이 추진될 당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정권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람사르협약 (습지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에도 가입했다. 창녕 우포늪을 보호한다고 국제적으로 홍보를 했었다. 그러면서 한 쪽에서는 세계적인 습지를 파헤쳐 광산을 개발한다고 세금을 쓰고 다닌 것이다. 자원개발 특사를 자처했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씨를 위한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대가로 엄청난 국고가 낭비된 것이다.

최항도 전 광물자원공사 비상임이사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이선영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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