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광물공사 2화 : '뇌물' 계약
2018년 09월 13일 19시 35분
사. 자. 방. MB정부가 벌인 대형국책사업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그 중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벌인 이른바 자원외교 비리는 4대강, 방산비리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31조 원이 투입됐고 그 중 13조 원 이상이 날아갔지만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MB정부 자원외교에는 공기업들이 대거 동원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는 그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서만 2조 원 넘는 혈세가 투입됐고 20개 넘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광물공사는 50년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뉴스타파는 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이명박 자원외교의 실체를 다시 추적, 앞으로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그 많은 혈세가 사라졌는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국격(國格)을 세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때도 확인되지 않았던 광물자원공사 내부문서와 MB자원외교의 산증인인 광물자원공사 전현직 간부들의 육성증언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 주> |
2009년 초,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사들인 우라늄 광산 지분은 니제르 대통령이 한 중국계기업으로부터 받은 무상주식, 다시말해 ‘뇌물’이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게다가 광물공사는 니제르 대통령이 쿠데타로 실각하기 7일 전에 지분 인수 대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분을 인수할 당시 광물공사는 우라늄을 개발할 권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사업으로 알려진 이 광산 지분 4%를 사들이면서 광물공사는 혈세 170억 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니제르 대통령이 쿠데타로 실각한 뒤 광물공사가 사들인 지분은 휴지조각이 됐다. 뉴스타파는 2013년 광물공사 비밀TF가 만든 백서 ‘반성과 과제’와 이 사업을 조사한 광물공사 내부 감사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가 이번에 입수, 공개하는 감사보고서는 2012년 작성 이후 지난 6년 간 국회 국정감사,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 그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던 자료다.
2009년 3월, 광물공사는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우라늄 광산 지분 4%를 사들이는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바로 떼기다 우라늄 사업이었다. 당시 김신종 광물공사 사장은 여러 기자들까지 대동한 채 직접 니제르까지 날아가 계약을 체결했다. 많은 언론들은 계약 사실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 광물공사는 한 번도 우라늄 사업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그런 광물공사를 우라늄 사업으로 내 몬 건 국회와 청와대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회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라늄 사업에 박차를 가하라는 주문을 반복했다. 심지어 행정부를 감시하라고 마련해 준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광물공사가 우라늄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다음에 6대 전략광물 이것도 한번 제가 보았어요. 5년 동안의 자주개발비율을 보니까.. 우라늄 0%, 그 다음에 철․동 전부 다가 그냥 그대로에요. 이 원인 진단을 한번 해 보십시오 사장님. 이것 왜 이렇습니까?
우라늄이 지금 1.1%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이게 2020, 30년 되면 우라늄이 고갈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데 지금 원전은 계속 짓고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서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광산 지분을 인수한 뒤, 김신종 당시 광물공사 사장은 국회에 나가 이 계약을 대단한 치적처럼 소개했다.
작년 하반기에 좀 만회를 했습니다. 파나마에서 구리광산, 니제르에서 우라늄 광산을 확보해서 어느 정도는 만회를 했고, 금년도도 최소한도 1~2건의 M&A는 성사될 전망이 있습니다.
2013년 광물공사가 만든 백서 ‘반성과 과제’의 제작 책임자였던 박경규 전 광물공사 해외자원개발본부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국회에서 우라늄 광산 개발에 나서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그런 요구를 받으면 공기업인 광물공사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라늄은 어려운 광종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서 추진했어야 하는데, 사업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사업을 벌이다보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광물공사의 비밀TF가 만든 백서 ‘반성과 과제’에는 니제르 테기다 우라늄 광산 문제가 낱낱이 기록돼 있다. 우선 “우라늄을 취급할 권리가 없는 상태에서 지분을 사들인 뒤, 이미 언론에 홍보된 기사내용에 대한 책임감과 니제르 정부로부터의 약속 이행 촉구로 인해 공사는 지속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에 니제르 우라늄 정광 도입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백서 32쪽에는 당시 광물공사가 인수한 지분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의결권이 없는 무상지분 인수, 대체 이건 무슨 말일까?
취재진은 이 의문을 풀기 위한 취재를 진행하던 중, 2012년 9월 광물공사 감사실에서 만든 3쪽짜리 내부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당시 광물공사 감사였던 김홍규 전 강릉시의회 의장이 작성한 것으로, 국회 국정조사나 감사원 감사, 심지어 2015년 검찰이 대대적으로 벌인 자원외교 수사때도 확인되지 않았던 자료다. 감사보고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다시 말해 공기업인 광물공사가 국민의 돈 171억 원을 들여 니제르 대통령이 받은 뇌물을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이 뇌물을 우리나라에 팔아치운 니제르 대통령은 계약 직후 벌어진 쿠데타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광물공사가 니제르 대통령 측에 돈을 보낸 건 쿠데타가 벌어지기 7일 전. 결국 광물공사가 사들인 지분은 휴지조각이 됐고 광물공사는 투자비 전액을 날렸다.
취재진은 감사보고서의 작성 경위와 내용 확인을 위해 보고서를 작성한 김홍규 전 광물공사 감사를 찾아갔다. 오랜 설득 끝에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 응한 그는 “김신종 사장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고정식 사장이 온 뒤, 공사가 벌이고 있는 각종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현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김신종 사장 재임 시절 감사가 착수됐다. 감사를 끝낸 뒤 딱 4부만 만들어 후임 사장이었던 고정식 전 사장과 주요 보직에 있던 임원에게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취재 한상진
연출 박경현 신동윤
촬영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