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제국의 황제' 양진호(2) 폭행 피해자 “인생 망가져”

2018년 10월 30일 13시 00분

웹하드 업계 1위  ‘위디스크’를 운영하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자기 회사 전 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영상을 확인한 뒤인 지난 10월 21일,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폭행 피해자를 만나 장시간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해자 A씨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위디스크’ 운영사인 이지원인터넷서비스(이하 이지원)에서 프로그램 개발자로 근무했다. 2015년 4월 양 씨로부터 폭행 피해를 당한 뒤 A씨는 IT업계를 떠났고,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었다. A씨는 “폭행 사건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을 당해 치욕스러웠다. 인격이 바닥으로 내던져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서울을 떠났다”고 말했다.

▲ 최근 한국 사회에선 기업 오너와 일가들의 무분별한 갑질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폭행과 직원 학대가 한 기업가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A씨가 양 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이유는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5개를 달았다는 이유였다. 폭행이 있던 2015년 4월 8일 새벽의 일이다. 당시 A씨는 ‘위디스크’ 인터넷 사이트 고객게시판에 ‘양진호1’이라는 아이디로 댓글을 썼다. “매사에 성실히 임하면 연봉 팍팍올려주겠다”거나 “지금도 불철주야 일하느라 고생이 많다. 낮과 밤이 바뀌면서 일하지만 어디가도 이만큼 돈 못받는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A씨는 “별 생각없이 장난삼아 올린 글이었다. 그 댓글이 그렇게 맞을 일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진호가 가진 부와 힘 때문에 법적대응은 생각도 못했다”

A씨에 따르면, 댓글을 쓰고난 뒤 A씨는 양진호 측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회사로 찾아와 사과하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A씨는 전에 다니던 회사 대표 이름을 닉네임으로 사용해 댓글을 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위해 양 씨 회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다짜고짜 폭행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사무실로 찾아갔는데, 무릎을 꿇린 채 갑자기 폭행과 폭언이 이어졌습니다. ‘지금 나에게 도전하는 거면 도전을 받아주겠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자기 힘을 과시하며 사실상 협박을 가했습니다.

양진호 폭행 피해자 A씨

취재진은 A씨에게 “폭행을 당한 뒤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물었다. A씨는 “양 회장이 가진 부와 권력이 무서워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돈이 많기 때문에 도와줄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사 양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걸더라도 약자인 내가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양 회장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소송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양진호 폭행 피해자 A씨

‘댓글’ 전직 직원 무차별 폭행에 개인 IP까지 추적

A씨는 4시간이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폭행 사건 전후에 양 씨가 자신의 인터넷 IP를 비공식적인 경로로 추적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댓글을 올리자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가 IP 추적을 해서 네가 사는 동네를 확인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폭행이 있은 직후 양 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작성한 명예훼손 고소장에는 ‘양 회장이 자체 IP 추적을 통해 피해자 A씨를 특정했다’고 적혀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A씨는 인터뷰에 응한 이유,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폭행사건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더 이상 나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늦었지만 양 회장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꼭 받고 싶습니다.

양진호 폭행 피해자 A씨

피해자와 인터뷰를 가진 뒤, 뉴스타파는 양 씨에게 연락해 전직 직원 폭행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취재 : 강혜인, 강현석
촬영 : 최형석, 신영철, 김남범, 정형민
편집 : 정지성, 윤석민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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