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모래 마피아', 취재 기자 연쇄 살해

2019년 06월 21일 08시 00분

매년 최대 500억 톤의 모래와 자갈이 전 세계에서 채취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의 끊임없는 모래 수요는 이른바 ‘모래 마피아’로 불리는 범죄조직이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전세계 30개 언론사 기자 40명이 참여한 국제 협업 조직,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는 새 프로젝트로 이 같은 모래 부호들이 저지른 환경 파괴와 탐사기자들에게 가한 폭력적인 검열 실태를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탐사취재를 하다가 협박받고, 투옥되거나 살해당한 기자들의 기사를 동료 기자들이 이어받아 취재한 ‘그린 블러드(Green Blood)’ 시리즈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1일 국제 협업 언론사와 함께 이 취재 결과를 동시에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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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광산에선 침묵이 금이다
과테말라 기자의 사진 한 장이 거대 광산기업을 고발했다
인도 '모래 마피아', 취재 기자 연쇄 살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주도인 러크나우에서 소음으로 귀가 터질 듯한 도시 샤자한퍼로 가려면 거의 4시간이 걸린다. 샤자한퍼의 좁은 골목들은 자전거와 노점상으로 붐벼 진입하기가 힘들 정도이고, 언제나 뿔피리 연주가 흘러나온다.

시내 중심가에서 벗어나면 작은 주택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이 중엔 조용한 방 두 개짜리 집이 하나 있다. 10피트(약 3미터) 높이의 녹색 벽과 파란 철문으로 둘러싸여 있어 오가는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집이다. 높은 벽과 철문 안쪽에는 4년 전 인도 독립 탐사기자인 자겐드라 싱에게 일어난 미스터리가 아직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2015년 6월 1일, 싱 기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그는 몇 주 동안 지역 정치인인 람 무르티 싱 베르마의 불법 모래 채취 사업 연루 의혹을 보도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됐다. 이른 오후였다. 경찰이 싱의 집에 들이닥쳤다. 싱의 가족들은 당시 베르마의 지지자들이 경찰과 함께 왔다고 말한다. 곧 이어 그는 전신에 50% 이상 화상을 입은 상태로 고통 속에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역 병원에 급히 이송된 후 복도에서 찍힌 한 영상에서 싱은 “왜 나를 죽이려고 했을까?”라고 물었다. 그는 “그 후레자식들이 내게 휘발유를 끼얹었다. 벽을 넘어서 들어왔다”며 “그들이 원했다면, 내 몸에 불을 붙이는 대신 체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을 감은 상태에서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경찰관들과 베르마의 지지자들이 자신에게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그가 화상을 입은 충격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일주일 후 그는 숨졌다. 46살이었다.

▲인도 독립 탐사기자 자겐드라 싱의 자택에 남아있는 생전 사진. 싱 기자는 2015년 지역 유력 정치인의 불법 모래채취 사업 의혹을 보도하다 자택에서 공격을 받고 숨졌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인도 탐사기자, 유력 정치인 불법 모래채취 사업 연루 의혹 취재 중 피살...경찰은 자살로 수사종결

사건이 발생한 날짜와 사건 당사자만 확실할 뿐 당시의 팩트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싱의 가족들은 누군가가 그를 공격하고 몸에 불을 질렀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경찰은 자살로 사건을 종료했다. 현장 목격자는 당시 싱 기자와 함께 집 안에 있었던 친구 단 한 명뿐이다. 이 친구는 처음에는 싱이 영상 속에서 설명한 내용이 맞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증언을 수차례 번복했다. 심지어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불안해하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완전히 다른 3가지 진술을 내놨다.  

전 세계 30개 언론사 기자들의 협업단체인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는 경찰의 공식 결론을 뒤집는 증언들을 수집했다. ‘금지된 기사' 취재진은 싱의 죽음이 최근 인도 모래 재벌이 벌이고 있는 탄압의 역사 중 하나이며, 기자들의 입을 막는 활동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다.

싱의 부인은 “남편이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쓴 순간 곤경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런 기사를 쓰면 안 된다고 남편을 책망했다. 하지만 남편은 마무리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1999년에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래 싱은 자신의 기사가 정기적으로 검열당하는 것 같아 언론사를 여러 번 옮겼다. 그의 둘째아들 라훌은 “아버지의 상사들은 이따금 아버지 기사를 내리라는 요구를 받거나 해당 기사를 게재하기 않는 대가로 돈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이 아버지를 화나게 했다”고 회상했다.

싱 기자는 2015년 4월 28일 당시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복지 장관이었던 베르마가 불법적인 사업을 운영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첫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렸다. 수천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그의 취재 결과를 보기 위해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람 무르티 싱 베르마 장관이 운영하지 않는 불법 사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베르마가 운영하는 불법 사업체 중 하나가 모래채취 업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르마가 고용한 인부들이 불법으로 가라 강에서 모래를 채취하고 있다며 사진과 함께 기사를 게재했다. 또, 베르마가 채취 허가를 받기 위해 지역 경찰에게 1만 루피(미화 150달러, 우리 돈 17만8천원) 상당의 뇌물을 매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베르마 측 대변인은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답변할 수 없는 상태라고 취재진에게 전해왔다.

▲인도 북부지역 우타르프라데시 주 샤자한퍼 지역 가라 강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래채취 작업.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베르마 당시 장관과 싱 기자 사이의 긴장 상태는 몇 주간 커져갔다. 베르마 지지자들은 싱을 상대로 허위 혐의를 만들어 고소했다. 그가 계속 장관을 상대로 기사를 쓰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물리적인 위협도 있었다. 그는 베르마의 심복에게서 공격을 받아 발목이 부러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은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그의 친구들은 어느 순간부터 싱이 그답지 않게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베르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필사적이었던 싱은 한 여성이 베르마에게 강간당했다는 의심스런 내용으로 고소하는 것을 돕기도 했다. 이 고소는 싱이 사망한 이후 취하됐다.

기자 살해 후, 유가족 매수해 진실 은폐 시도한 ‘모래 마피아’

2015년 6월 9일, 싱의 장례식이 열렸다. 그의 아들은 방화 살인을 공모한 혐의로 베르마와 경찰관 5명을 고소했다. 베르마가 싱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기 얼마 전의 일이다.

그리고 사건 이후 최초로 싱의 가족들이 언론에 입을 열었다. 이들은 ‘금지된 기사' 취재진 및 프랑스 르몽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베르마와 합의를 본 뒤 고소를 취하했다고 말했다.

싱이 사망한 후 언론의 이목이 가족들에게 집중됐다. 이 때문에 싱의 가족들은 안전하고 희망적으로 지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기자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가족들은 베르마와 맞서면서 고립되고 무력해졌다. 친척들과 친구들은 베르마가 제시하는 합의안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하기 시작했다.

싱의 부인은 아이들의 목숨이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친척 다수가 갑자기 우리를 적대적으로 대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가족들은 베르마가 자신들에게 현금으로 3백만 루피(미화 4만5천 달러, 우리 돈 5천3백만원)를 줬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베르마가 상당한 금액을 건네는 조건은 싱이 자살로 사망했다고 가족들이 공표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결국 2015년 7월 23일 싱의 아들은 고소를 취하했다.

한달 후, 베르마는 싱의 아들이 제기한 고소의 혐의가 가짜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또, 아무도 싱을 공격하거나 그의 몸에 불을 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베르마는 싱의 가족과 한 합의나 자신이 건넨 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싱의 가족들에 따르면 베르마는 건넨 돈을 싱의 딸 딕샤를 위해 사용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싱의 아들은 베르마가 “딕샤가 공부하고 싶어할 때까지 교육시키고 결혼도 시키라면서, 그 돈을 결혼시킬 때 쓰라"고 말했다고 기억했다.

오늘날 싱의 가족은 이 합의를 둘러싸고 서로 분열돼 있다. 싱의 딸 딕샤는 나머지 가족의 바람과는 달리 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다. 따라서 그 돈에 손도 대지 않고, 결혼 또한 거부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불법 모래 채취 사업 의혹을 보도했다가 공격당해 사망한 자겐드라 싱 기자의 딸 딕샤. 경찰은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딕샤는 아버지 사망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한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딕샤는 오늘날 아버지를 “정의를 위해 싸우고 싶어했고, 언제나 샤자한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게 맞설 정도로 용기있는 사람은 매우 소수다. 아버지는 진실을 파헤치는 드문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싱 외에도, 인도에는 이른바 ‘모래 마피아'를 취재하다가 공격받았다고 주장하는 기자가 있다. 싱이 사망하고 불과 2주 후인 2016년 2월, 산딥 고다리와 카룬 미스라 기자는 불법 모래 채취 문제를 취재하다 살해됐다. 2018년 3월에도 산딥 샤마 기자가 같은 이유로 살해당했다.  

아언셜 레지 미국 템플대학교 형사행정학 부교수는 “소위 ‘모래 마피아'는 현재 인도에서 가장 유명하고 폭력적이며 불가해한 조직범죄 단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 비밀을 지키고 싶어한다.

베일에 싸인 모래채취 업계의 사업...폭력과 부패의 일상화

베일에 싸여있는 모래 채취 산업의 영업방식을 세상에 들춰내려고 하는 비정부기구(NGO)와 기자들은 현장에서 즉각 위협에 직면한다. 현장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빠른 경고 메시지를 받는다. 모래 업계 주변을 살피면 자주 위협을 받게 된다. 이 업계의 부패는 시스템화 돼 있다.

모래는 누구에게나 흔히 보이지만, 수익성이 좋은 원자재다. 해변은 석류석, 일메나이트, 지르콘 등 가치있는 광물을 구할 수 있는 원천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이들 광물은 항공기 또는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금속을 자르고 발파하는 데 활용된다.

지난 2000년부터 타밀나두 주 해안을 따라 불법 모래 채취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마침내 당국에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민간 모래 채취업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며 채취 금지 조치가 공표됐다.

그러나 첸나이 시 마드라스고등법원에 제출된 한 전문가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모래 채취업자들은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만 2백만 톤이 넘는 광물을 해외에 지속적으로 수출했다.

▲2018년 11월 현재 타밀나두 주 투틴코린 지역 바이퍼 해안가에 침식이 진행 중이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탐사기자들의 끈질긴 모래채취 업계 추적...계속되는 위협

타밀나두 주 첸나이에서 활동하는 산드야 라비샨카르 기자는 이 문제를 취재한 몇 안 되는 기자 가운데 한 명이다.

라비샨카르 기자는 2013년 이 문제를 처음 보도한 이후 사안의 민감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기사를 내보낸 지 한 두 시간 내에 신문사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나도 피고에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사 6편을 시리즈로 더 썼다. 모두 그의 취재내용을 출판하길 꺼려했다.  

2017년 1월, 마침내 인도 비영리 매체 ‘더 와이어'가 그의 취재 내용을 출판했다. 그는 기사가 나간 이후 자신에게 협박성 전화가 잇달았다고 설명했다. 미행을 당하고, 그가 취재원과 만나는 장면이 찍힌 감시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가기도 했다고 한다.

▲타밀나두 주 첸나이 지역의 산드야 라비샨카르 기자. 그는 지난 2013년부터 불법 모래채취 업자들을 취재하며 업체로부터 소송과 미행, 감시를 당하고 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기사에 나온 모래 업체 중 한 곳의 홍보담당자는 취재진에게 긴 입장문을 보내와 “산드야 라비샨카르는 우리 회사에 개인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라비샨카르 기자가 경쟁사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협박에도 라비샨카르는 현장과 거리를 둔 상태에서 취재를 계속했다.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그는 그 이후로 다시는 이 지역에 직접 가지 않았다. 타밀나두 주의 불법 해변모래 채취 문제를 계속 취재하기 위해 ‘금지된 기사'가 그와 함께 일했다.    

해당 지역 중 불법 채취 활동이 유독 공격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얘기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공포는 지역 해변모래 채취 업계의 황제인 ‘V.V. 광업’이라는 회사 이름을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워할 정도였다.  

V.V. 광업은 S. 바이쿤다라잔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업체이다. 바이쿤다라잔의 이름은 당국과 법원 조사에서 1번 이상 등장한 바 있다. 라비샨카르는 “합법,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해변 모래 채취량의 85%~90%를 이 가족 일가에서 독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쿤다라잔 측 대변인은 ‘금지된 기사' 취재진에게 보내온 입장문에서 조사 내용에 대해 “모든 혐의는 근거 없이 만들어졌고, 법에 준거한 내용도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타밀나두 주 티사얀빌라이 지역에 가면 어딜 가나 V.V. 광업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V.V. 공과대학이다. 지난 2010년 이 학교에는 보안 직원들이 지키는 새 건물이 들어섰다. 가난한 농촌 마을 한 가운데 티 하나 없는 분홍색과 흰색 건물 외관이 눈에 띈다. 그 건물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이 모래 채취 업체 이름이 붙어있는 보건소도 자리해 있다. 그러나 이 업체가 지역에 미치는 장기적인 환경 영향은 이런 번듯한 실적을 퇴색시키고 있다.

모래 채취가 초래한 환경 파괴...해안 침식, 생물 다양성 위협, 흉작

유엔환경프로그램(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은 지난 5월 한 보고서에서 모래 채취가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문제라며 이 사업의 환경 및 사회적 영향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보통 강과 바다 생태계에서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골재 채취 규모가 점점 증가하면서 강가와 해변에 침식이라는 결과를 불러온다”며 “이는 민물과 바다의 어업과 생물 다양성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해변 모래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작업은 건설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모래의 양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생태계 교란을 불러올 수 있다.

바이쿤다라잔 측 대변인은 침식 현상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며 “환경오염 승인을 받고 영업하는 회사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가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숨은 의도에 의해 퍼진 가상의 이야기일 뿐”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지금까지 모래 채취사업이 타밀나두 주 환경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측정하기 위한 당국과 언론, NGO의 조치에는 거의 진전이 없다. 그러나 피해가 있다는 증언은 나오고 있다.  

라비샨카르는 “한 가지 매우 확실한 영향은 바로 모래언덕이 사라져서 해수면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지된 기사' 취재진은 타밀나두 주 코발리 마을의 어민을 만났다. 이 어민은 매년 바다가 해변을 점점 집어삼키는 침식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역에서 불법으로 모래 채취를 하는 업자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집이 바다에 잠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내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3~4년 전에는 우리 집을 포함한 모든 집들이 여기에 있었는데, 이제는 영원히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주민 약 3백 명이 집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모래 채취로 매년 바다가 해변을 점점 집어삼키는 침식 작용이 심해지고 있다. 해안가 마을 주민들은 집을 잃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또, 자연 모래 장벽이 사라짐에 따라 짠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타밀나두 주 쿠탐 지역 한 농민은 “물이 짜게 변했다"며 “바나나 나무가 짠물에는 적응을 못해서, 일정 기간 이후에 이 땅을 팔아야 했다"고 말했다.

▲해안가 불법 모래채취 작업으로 인해 자연 모래 장벽이 사라져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짠 지하수 때문에 주변 지역 작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모래 채취의 영향은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파스칼 페두치 유엔환경프로그램 기후변화취약성부문 사무국장은 “해변 침식은 모래 채취를 멈추고 수십년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래 마피아'의 진실 은폐 기도는 계속된다

그 사이, 이른바 ‘모래 마피아’가 인도 해변을 빨아들인다는 사실을 폭로하려는 기자들은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타밀나두 주 오디샤에서 기자가 공격당한 새 사례에 주목했다.

CPJ에 따르면 프라탑 파트라 기자는 자신이 받은 공격이 지역에서 불법으로 작업하는 모래 채취 업체에 쓴 기사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6명의 사람들이 마체테 칼과 다른 날카로운 물체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라비샨카르는 타밀나두 주 불법 모래채취 취재에 대해 “나 이전에도 이 취재를 하던 몇 명의 기자들이 있었지만, 자신이 공격당하거나 가족이 위협을 받고난 이후 취재를 접었다”며 “그 기자들도 선택권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이 문제에 여전히 참견하고 있는 기자는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취재: ‘금지된 기사’ 마리옹 귀간, 세실 쉴리즈-갈레고
번역: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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