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요한 ‘위안부’ 대미 로비…이슈마다 대응, 천만 달러 투입

2019년 07월 18일 21시 42분

일본대사의 다짐 “미국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하겠다”

2017년 12월, 일본 외무성 차관 스기야마 신스케가 미국 주재 일본대사로 임명된다. 그는 2018년 3월로 예정된 워싱턴 부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임지로 가는 자신의 결의를 밝혔다.

미국 전역 도시를 다니며 ‘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도록 설득하고 미 정부와 대화를 강화하겠다.

니케이 신문(2018.2.16)

스기야마 신스케는 과거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감추는 발언이나, ‘평화의 소녀상’ 관련 막말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이다. 그는 2016년 2월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UN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UN CEDAW)에 일본정부 대표로 참가해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 등을 부인하는 발언을 쏟아내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았다.

▲스기야마 신스케 주미일본대사 (출처: U.S.-Japan Council)

스기야마 신스케는 당시 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하며 ▲20만 명이라는 숫자는 근거가 없고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한다는 등 일본 정부의 3가지 입장을 강변했다.

앞서 유엔은 2015년 12월 28일 아베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이른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접근법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국제 사회 여론은 이 같은 스기야마 신스케의 연설을 비판했지만, 일본 우파는 환호했다. 이에 대해 ‘탈식민지화를 지향하는 미일페미니스트 네트워크’의 공동대표 고야마 에미는 일본 극우 세력에게 스기야마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연설은 1993년 고노담화를 공식적으로 폐기한 것을 의미한다며, 스기야마가 내놓은 3가지 요점은 향후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맞닥뜨릴 때마다 되풀이 하는 기본 입장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한다. (출처:‘바다를 건너간 위안부’)

그는 2016년 12월 28일 ‘한일합의’ 일주년을 맞아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설치됐을 때 이를 “도저히 허용할 수 없다"며 즉각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기야마 신스케는 외무성 사무차관이던 2017년 10월 한국을 방문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당시 위안부 TF를 설치해 (한일합의)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던 한국정부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간의 합의가 착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며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일본정부의 미국의회 방문자센터 ‘소녀상’ 특별전시 방해 공작

이런 전력을 가진 스기야마 신스케가 주미 일본대사로 가기 전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다니며 일본정부의 입장을 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여러모로 심상치 않았다.

공교롭게 그가  부임한 이후 미국 뉴욕한인회(당시 회장 김민선) 주관으로 워싱턴DC 미연방의회 방문자센터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특별전시 행사가 허가 받은데 어려움을 겪고 결국 축소 진행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뉴욕한인회는 미의회에 전시 행사 허가를 신청했으나 3번이나 거절당했고 4번째 신청 끝에 겨우 승인받을 수 있었다. 10여 명의 미국 의원들이 전시를 지지하며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결국 6명만 나왔다.  

▲지난 2018년 6월 7일 뉴욕한인회 주관으로 미연방의회의사당 방문자센터에서 평화의 소녀상 특별 전시가 열렸다.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 회장은 17일 취재진과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나 기업의 미국 내 로비력은 아주 막강하다. 워싱턴 정계에서 일본의 후원 혜택을 받은 미국 정치인이 많다. 아무래도 정치인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당시 전시행사를 지지한 미국 민주당 캐롤린 말로니 하원의원에겐 협박이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말로니 의원이) 사무실로 협박편지도 많이 받고, (뉴욕에서 발간되는) 한 일본 신문은 말로니 의원의 사진과 함께 이 같은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협박 수준의 부정적인 글을 게재해 (말로니 의원이) 압박을 받았습니다.

김민선 전 뉴욕한인회 회장

그렇다면 지난해 6월 미국 의회의사당 소녀상 특별전시행사가 우여곡절을 겪고 축소된 배경에는 과연 어떤 힘이 작용한 것일까?

뉴스타파와 단비뉴스 공동취재팀은 미국의 ‘외국 로비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라 미국 법무부가 외국 정부나 기업 등의 미국 내 로비 활동 보고서를 접수해 공개하는 ‘FARA’ 사이트에서 스기야마 신스케 대사 부임 전후의 일본정부 대미 로비 기록을 검색했다.  

우선 2018년 2월 1일, 주미 일본대사관이 워싱턴DC에 있는 로비회사 포브스-테이트파트너스(Forbes Tate Partners)와 로비대행 계약을 맺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이 회사가 미 법무부에 제출한 2018년 9월 27일자 로비활동 보고서(supplements)에는 위안부 소녀상 관련 내용이 나온다. 해당 보고서에는 포브스 소속 로비스트 5명이 주미 일본대사관을 위해 ▲스기야마 신스케 대사를 미의회 직원과 의원들에게 소개하는 미팅을 주선했고, ▲미 연방의회의사당 방문자센터(Capitol Visitor Center)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전시 및 상원의 승인(Senate confirmation)과 관련해 의회 직원과 연락을 취했고 2018년 미국 중간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수행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일본정부가 대형 로비회사를 고용해 위안부 소녀상 전시에 영향을 미치려고 미국 의회 관계자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로비회사 포브스테이트가 미 법무부 ‘외국 로비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라 제출한 지난 2018년 상반기 로비업무 내역. 미연방의회의사당 방문자센터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특별전시와 관련해 의회 직원들과 연락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본정부, 위안부 이슈 떠오를 때마다 집중 로비로 대응

뉴스타파와 단비뉴스 공동취재팀은 검색 범위를 전 기간으로 확대해 일본정부의 위안부 문제 대미 로비 실태를 전수조사했다. 검색어로 ‘위안부’(comfort women)와 일본의 전쟁범죄나 위안부 문제 관련해 미국의회에 제출된 결의안 명칭을 입력해 추출되는 로비계약서와 활동보고서 등을 모두 취합했다. 그 결과 ‘위안부’ 등 해당 검색어가 들어있는 로비활동보고서(supplements)가 모두 49건이 나왔다. 또 계약서와 보고서에 기재된 로비금액을 집계한 결과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로비를 집중하기 시작한 2001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정부는 ‘위안부’가 포함된 로비 업무에 모두 7개 로비회사, 법률회사, PR회사 등과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만 최소 천 백만 달러(현재 환율로 130억 원)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전적으로 위안부 로비에만 투입된 건 아니고, 미일관계 등 다른 이슈 대응을 포괄한 로비 금액이다.  하지만 일본의 로비 기록을 보면 특정 이슈를 적시하지 않고 “일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로 로비 활동을 펼친 내역도 수없이 나타난다. 여기에 ‘위안부’ 로비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천 백만 달러’는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대미 로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공동취재팀은 일본정부의 이 로비기록들을 시기별로 분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미국 국내나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될 때마다 로비가 집중되는 뚜렷한 패턴이 나타났다. 일본의 대미 로비 기록에 ‘위안부’가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1992년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1년 8월 이후의 일이다. 또한 1992년은 고 김복동 할머니가 제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도 증언한 해다.

1992년 기록을 보면 일본정부와 계약 맺은 홍보회사 화이트하우스어소시어츠(Whitehouse Associates)가 LA타임스 마빈 사이드 기자에게 “7월 8일 한국과의 ‘위안부’ 이슈의 상태’와 관련해 연락을 취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1993년부터 2000년까지 7년 동안은 ‘위안부’가 언급된 로비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1993년은 당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고노 담화'를 발표한 해다. 일본정부가 고노 담화를 뒤집고, 일본의 ‘위안부’ 문제 대미 로비가 급증하는 건 2001년부터다. 이 현상은 미국 의회 내부 움직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0년 미 하원의원 레인 에반스 등 의원 30여 명은 일본정부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쟁범죄 사과와 일본군 위안부 등 전쟁범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촉구하는 하원공동결의안 357호를 발의한다. 이듬해인 2001년 4월 19일 일본정부는 대형 법률회사이자 로비회사인 호건(Hogan)과 로비 계약을 맺는다. 이후 호건이 2001년 8월 31일자로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로비활동 보고서를 보면 계약기간은 6개월에 계약 금액은 14만 달러 가량으로 나온다. 해당 보고서엔 호건 측이 에반스 의원실과 전화로 ‘위안부’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적혀있다.

미국 주재 일본대사관과 호건과의 계약은 이후에도 6개월 단위로 이어지고, 로비 금액도 커진다. 2002년 2월 28일 신고된 로비활동보고서를 보면 호건에 지급된 금액이 모두 130만 달러 가량으로 기재돼 있다.(계약금 1,202,950달러, 실비 90,713달러)

일본의 전쟁범죄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은 에반스 결의안 이후에도 여러차례 미국 하원에서 발의됐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1월 31일 일본계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마이크 혼다가 위안부 관련 하원결의안 121호(House Resolution 121)를 발의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전 결의안들이 일본의 전쟁범죄를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그 중 하나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반면, 혼다 의원의 결의안은 위안부 문제만을 담았다. 일본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을 묻고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그해 7월 30일 미 하원은 혼다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2007년 대미로비 창구인 호건과 헥트,스펜서&어소시어츠(Hecht, Spencer & Associates, Inc)와의 로비 계약 금액을 대폭 늘렸다. 호건과는 6개월 단위 계약금액이 25만 달러 수준이었으나 혼다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50만 달러 수준으로 올렸고, 헥트와는 10만 달러 수준에서 18만 달러로 올렸다.

일본 정부는 2007년에 미국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로비도 시작했다. 취재팀이 확인한 로비 기록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07년 미국 PR업체 프라텔리그룹(Fratelli Group)을 통해 위안부 관련 일본의 입장을 담은 문서를 혼다 의원이 결의안121호를 발의한 이후인 2007년 3월 20일에서 21일 미국 주요 언론사 24곳에 배포했다. 해당 언론 대응 로비 비용은 약 7만 달러였다. 또 다니엘 J 에델만(Daniel J Edelman Inc)을 통해서 위안부 관련 자료를 뉴욕타임스와 CBS 선데이 모닝뉴스에 각각 2007년 3월 6일과 3월 21일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정부는 혼다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에도 그 후폭풍을 예의주시했다. 미국 언론마저 일본의 이런 움직임을 추적해 보도할 정도였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라는 요구가 높아지는 중 K-street(미국  로비회사가 집결한 지역)으로 향하는 일본' 제하의 기사에서 2013년 호건이 실행한 로비를 자세히 보도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호건은 미국 하원의원들과 재미 한국동포단체가 접촉한 내역은 물론,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혼다, 로이스, 로스-레티넌 의원이 ‘위안부’ 결의안 통과 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사실 등을 일본 대사관에 낱낱이 전달했다. 결의안 통과 6주년 기념일에 앞서 2013년 7월 17일 미연방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와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 등이 참석한 바 있다.

2013년 일본정부의 ‘위안부’ 관련 대미 로비는 또 한 번 변곡점을 맞는다. 이전까지는 미국 의회의 결의안에 대응하는 로비 형태였다면 2013년부터는 미국 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나 전시 등 새로운 이슈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2013년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에서 미국에선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되고 제막식이 열린다. 정의기억연대가 미국 그린데일시와 지역 정치인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이뤄낸 일이다. 글린데일 제막식에는 고 김복동 할머니도 참석했고 여러 미국 매체도 주요 소식으로 보도했다.

▲지난 2013년 7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시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소녀상이 미국에 설치된 첫 사례로, 미국 유수 언론에서도 주요 뉴스로 다뤘다. (출처: CNN, 영화 ‘김복동')

이 시기에 일본정부는 다시 주요 대미 로비 창구인 호건에 로비 계약금액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난다. 호건이 미 법무부에 제출한 2013년 9월 30일자 로비활동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정부에게서 받은 로비 금액이 34만 달러로 기재돼 있다. 6개월 전 17만 달러에 비해 두배가 증가한 금액이다. 당시 로비 보고서엔 호건이 일본정부를 위해 미일관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위안부를 포함한 2차대전 관련 이슈 등과 관련해 미국 정관계, 전문가 그룹 등과 접촉한 내역이 나온다. 여기에는 호건 측이 미국의 대표적인 친일 인사 마이클 그린을 18차례나 접촉한 기록도 들어있다. 마이클 그린은 현재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일본석좌이자 선임부소장이다. 일본정부와 계약을 맺은 또 다른 로비 회사 헥트도 미국 공화당 소속 미연방하원의장 존 베이너를 3차례 접촉하는 등 유력 정치인들을 5개월 간 십여 차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렌데일 소녀상 이후 일본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주요 로비 이슈는 앞서 언급한 미연방의회의사당 방문자센터 내 소녀상 특별전시 건이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로비 창구인 호건이나 헥트가 아닌 새로운 로비업체, 포브스와 계약을 맺었다. 포브스가 2018년 9월 29일 미 법무부에 제출한 로비활동 보고서에는 로비 계약 금액이 115,500달러로 신고돼 있다.

일본 현대사 전문가이자 책 ‘바다를 건너간 위안부' 공저자인 테사 모리스-스즈키 호주국립대학교 교수는 아베가 재집권한 5,6년 전부터 일본정부의 ‘위안부’ 관련 대미 로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이 2012년 다시 집권하게 됐을 때, 그것 (일본군 ‘위안부' 문제)은 언제나 정권의 의제에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일본의 대미 로비는 (미 의회) 결의안을 부정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 결의안이 일본이 역사를 인정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학교에서는 그러지 않고 있고요.

테사 모리스-스즈키 호주국립대학교 교수

빙산의 일각

일본 정부의 위안부 관련 로비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뉴욕 주재 일본총영사관은 지난 2월 마라톤스트래터지스(Marathon Strategies)라는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마라톤에 맡겨진 임무는 일본군 ‘위안부’ 등 한일 간 주요 이슈를 다룬 서적이나 논문 등을 분석, 요약해 일본 측에 전달하는 일이었다. 뉴욕 일본영사관은 이를 위해 마라톤에 2만 달러를 지불했다.

일본정부의 위안부 관련 대미 로비 중 미국 연방의회나 정부를 상대로 펼친, 다시 말해 미 법무부 신고 문서로 추적 가능한 로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소녀상 건립이나 역사 교과서 ‘위안부' 서술 등 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은 실제로 주로 미국의 각 주(state)정부나 시 관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방의회나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로비는 전체 위안부 로비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템플대학교 일본캠퍼스 제프 킹스턴 교수는 2016년 ‘아시아퍼시픽저널 재팬포커스'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 로비의 특징은 긴 시간 구축해 온 로비 인프라, 즉 민간 재단을 통해 로비 대상에 막대한 물량 공세를 퍼붓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혜자는 “정부가 주는 돈을 받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꼽은 대표적인 사례는 1972년 설립된 일본재단(Japan Foundation)을 통한 로비다.

일본정부는 왜 위안부를 지우려 하는가?

일본 우파는 ‘역사전쟁’이란 표현을 단순한 은유가 아닌 ‘이기고 지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행동한다. 이런 역사전쟁에 불을 붙인 교토대학 명예교수 나카니시 데루마사는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는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금을 지불해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노 담화’를 재고하겠다는 공약 등을 들고 나와 당선된 아베는 2015년 8월 14일 ‘패전 후 70년 담화’에서 “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우리의 자손, 그리고 다음 세대 후손들에게 계속 사죄해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해 12월 이른바 “최종적 불가역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체결됐고 아베 정부는 ‘위안부' 지우기 총력전에 나섰다.

‘물성’을 지닌 소녀상은 아베 정부와 일본 우파 세력에게 매우 불편한 존재다. 산케이를 비롯한 일본 극우매체가  ‘역사전'의 “주요 전쟁터”로 정한 미국에 세워진 소녀상은 더욱 그렇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미-일 관계를 분석한 2018년 10월 19일자 보고서는 재미 한인들의 ‘위안부' 기념비 세우기 활동 덕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미국 내에서 주목을 받았다(gained visibility)고 서술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맨발에 주먹을 쥔 소녀의 머리카락이 불균질하게 잘려 있는 모습이다. 소녀상의 그림자는 할머니의 모습인데,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 받지 못한 채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세월을 의미한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015년 아베와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관련 한일합의 이후 일본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미 로비를 펼치고 있다며, 그런 현실이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로비력과 이에 맞서는 우리 같은 민간인들의 연대가 맞붙어서 정의가 무엇인지를 그곳 시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2015년 한일합의 이후에는 오히려 본격적으로 일본 정부가 로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김복동 할머니와 여러 할머니들이 만들어 놓았던 평화의 역사와 성과, 인권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실을 우리가 제대로 알고 ‘왜 일본이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를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동기를 일본 정부가 제공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취재: 뉴스타파, 단비뉴스 공동취재팀(뉴스타파 김지윤 임보영 / 단비뉴스 이명주 염선문)
데이터: 김강민
데이터 시각화: 임송이
촬영: 이상찬 오준식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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