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고문 부인도... 수상한 해외부동산 거래 포착

2013년 05월 21일 10시 27분

뉴스타파 취재의 확인인 결과, 상당수 재계 인사들이 확인됐는데,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 부회장을 지낸 조중건씨의 부인 이영학씨의 이름도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조씨 부부는 같은 시기 하와이 고급 아파트를 수차례 거래해왔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유정 기자>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 부회장을 지낸 조중건씨. 그는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동생입니다. 1959년 형을 도와 경영에 참여한 이후, 대한항공과 한진 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지금은 대한항공 고문입니다.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의 공동취재 결과,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 즉 유령회사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설립일은 지난 2008년 6월 19일,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일땝니다. 이씨는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을 매개로 조세피난처 설립 대행 서비스업체인 PTN 즉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에 법인 설립 업무를 맡겼습니다.

이씨의 버진 아일랜드 법인 증명섭니다., 회사의 이름은 카피올라니 홀딩스, 이씨의 자필 서명이 선명합니다. 이씨는 이 법인의 단독 이사와 단독 주주로 등록돼 있습니다..

1937년생인 이씨가 이 법인을 설립한 당시 72살이었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직업을 주부라고 표기해놨습니다. 주소는 조중건 전 부회장과 이씨 부부의 서울 평창동 자택으로 돼 있습니다.

더구나 주당 1달러에 자본금 5만달러의 규모의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인가 받았지만 실제론 납입자본금은 1달러, 발행주식은 1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 대표] (주식 숫자나 이런건 그러면 의미가 없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주식 의미 없습니다. 얼마 하지도 않아요.” (한 주를 가지고 있건 6만 주를 가지고 있건 한 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실제 소유주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죠. 아예 한 장짜리 주식일 수도 있어요.”

사업 실체가 없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씨의 법인 설립 관련 서류에, 이씨는 2004년 4월부터 거래를 해왔던 스위스은행인 UBS 싱가포르 지점의 신용 증명서가 발견됩니다.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신용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입니다. 적어도 이씨는 2004년부터 UBS 싱가포르 지점과 거래를 해왔음을 보여줍니다.

이씨가 굳이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만들고 신용증명서까지 발급받았던 이유는 뭘까? 뉴스타파는 지난 일주일 동안 수차례 이씨의 집을 찾았지만 관리인은 이씨가 현재 해외에 체류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자택 관리인] “안 계세요, 외국 나가셨어요. 저흰 몰라요.”

이들 부부는 또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비슷한 시기에,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아파트도 거래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조중건 전 부회장 부부는 2007년 4월, 하와이 호놀룰루 카피올라니에 있는 모아나 퍼시픽 콘도 4703호를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사들였습니다. 공시된 매입가는 미화 195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습니다.

[하와이 부동산 중개업체] (거기-하와이 모아나 퍼시픽 콘도-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나요?) “우리 아파트에 한국인들이 많이 삽니다. 이 곳 코리아타운과 가깝기 때문에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이씨가 버진 아일랜드 세운 법인 이름, 카피올라니 홀딩스와 아파트가 위치해 있는 지역 이름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유령회사의 설립과 해외 부동산 매입에 어떤 관련이 있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입니다.

[한진 계열사 관계자] (하와이요?) “네.” (하와이에 그러면 댁이...) “네.”

이상한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 부부는 아파트를 부부 공동 명의로 사들인지 한달 만에 조 전 부회장의 단독 소유로 변경합니다. 그리고 같은 날 또 다시,, 조중건 전 부회장의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딴 C, K CHO 라는 이름의 신탁회사를 만들어 이 곳으로 아파트를 넘깁니다. 신탁회사 대표 서명 필체가 조중건 전 부회장의 서명과 거의 일치합니다.

이른바 리빙 트러스트 즉 생전신탁으로 통상 미국에서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세금 회피 수단으로 쓰입니다.

이 같은 방식은 또 다른 아파트 매매에서도 반복됩니다.

조중건 전 부회장이 소유했던 하와이 또 다른 고급 아파트,, 1999년 동생인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 등으로부터 로얄 이올라니 콘도 3802호를 넘겨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조 전 부회장은 2000년 12월 아파트의 소유권을 “RIC 3802”라는 이름의 회사로 양도합니다.

당시 거래금액은 미화 37만 달럽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조 전 부회장이 갖고 있던 아파트 이름 이니셜과 방 번호를 합쳐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타파가 문제의 회사를 확인해봤습니다. 그 결과 이 회사의 관리인은 조중건 전 부회장으로 나타납니다. 자신 소유 아파트를 자신의 관리하는 회사에 넘긴 것입니다. 이후 조중건 전 부회장이 관리하는 이 회사는 8년 뒤인 2008년 외국인에게 71만 달러에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조중건 전 부회장이 직접 매매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11년 이 회사는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매각 대금 등 이 회사의 자산은 어디로 간 것이고 이 같은 이상한 거래의 목적은 뭘까?

취재팀은 조 전 부회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서울 소공동 한진 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자리에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습니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씨가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고, 조 전 부회장 역시 해외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동시에 발견되면서, 이들 부부의 해외 자산 취득 과정과 그 규모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이유정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