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뇌물 혐의로 현대건설 수사

2024년 11월 14일 11시 00분

현대건설이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현지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잡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는 지난 11월 6일 현대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5년 수주한 인도네시아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 건설 과정에서 주민과 시민단체의 건설 반대 시위를 무마하기 위해 순자야 푸르와디사스트라 전 찌레본 군수에게 한화로 6억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부패방지위원회(KPK)는 지난 2018년 10월 순자야 전 찌레본 군수를 뇌물 수수, 매관매직 혐의로 체포했다. KPK는 수사 과정에서 현대건설 자카르타지사와 임직원이 찌레본 2호기 건설과 관련해 뇌물을 건넨 흔적을 포착하고 전현직 임직원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왔다. 순자야 전 군수 외에 금품수수에 연루된 인물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순자야 전 군수는 지난해 3월 자금세탁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바 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순자야 전 군수에 징역 7년에 벌금 10억 루피아(우리 돈 8890만원)를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2심 법원은 형량이 부족하다며 징역 9년에 벌금 10억 루피아를 선고했다.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올해 4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는 2017년 11월 착공해 지난해 5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출처: Cirebon Power)

현대건설, 반대 시위 해결 대가로 금품 건네고 공짜 한국 여행 제공

1심과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순자야 전 군수는 찌레본 2호기 건설 반대 시위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현대건설 측으로부터 2017년부터 2018년 10월까지 모두 70억2천만 루피아, 즉 우리 돈 6억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법원은 찌레본 2호기 건설현장 현장소장과 관리팀장, 그리고 현지 채용된 현장 홍보팀장 등 현대건설 임직원 3명이 금품 제공에 관여했다고 봤다. 
판결문에는 현대건설 자카르타지사가 2017년 6월 금품을 건네기 위해 찌레본군 공무원 친인척 소유의 무역회사와 컨설팅 용역계약을 맺었고, 이를 통해 받은 돈을 순자야 전 군수의 보좌관 등이 자금세탁을 해 군수에게 전달했다고 적혀있다. 또 법원은 순자야 전 군수가 2017년 여름 현대건설 측의 초청을 받고 배우자와 찌레본군 공무원 등 6명과 함께 공짜 한국 여행을 했다고 한다. 
국제뇌물방지법은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뇌물공여자가 속한 법인에게도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찌레본 1호기는 환경설비 논란 빚어…2호기는 미래 불투명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은 마루베니 등 일본 업체와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 찌레본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를 건설해 지난 2012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산 석탄발전소 수출 성공사례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찌레본 1호기가 한국에서 건설하는 발전소에는 들어가야 하는 환경설비를 설치하지 않아 인도네시아 현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지난 2018년 일본 독립언론 와세다크로니클, 인도네시아 유력 주간지 템포와 협업 취재를 통해 이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찌레본 1호기의 상업적 성공 이후, 한·일 합작 컨소시엄은 2015년 발전량이 1호기(660MW)보다 큰  2호기(1000MW) 건설을 계획했다. 1호기와 마찬가지로 중부발전이 일본업체 마루베니 및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와 출자하고, 일본국제수출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양국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을 받았다. 
당초 2020년 완공을 목표로 2016년 3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환경 오염 피해와 발전소 허가사항 문제를 지적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건설을 반대해 공사가 미뤄졌다. 이 때문에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 찌레본 2호기는 2017년 11월에 착공해 지난해 5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찌레본 2호기는 수익성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중부발전은 2015년 인도네시아 전력청(PLN)과 2호기 전력 구매계약을 맺었지만, 2017년 PLN 측에서 전력 단가를 깎는 재계약을 요청해 이에 합의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