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중국 정부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검찰이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문서가 위조라고 밝혔다. 1년 간 이어졌던 간첩 증거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의혹의 당사자인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외교부는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장은 놀라울 뿐이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위조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이들이 할 말이 남은 것일까? 지난해 7월부터 10차례에 걸쳐 이 사건을 추적 보도해온 뉴스타파가 짚어 봤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핵심 증거, 왜 위조일 수 밖에 없나?

지난 16일 두 번째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검찰은 핵심 의혹은 외면한 채 3개 문서가 위조라는 주한 중국 대사관 답변 결과에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중국 당국이 위조를 단정한 것은 아니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안1부를 지휘하고 있는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의 말이다. 

“ 중국 측도 단정적 위조라고 했는지 의문스럽다…(중략) 그래서 중국 대사관 위조라는 개념이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위조와 똑같은 개념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용이 위조라는 건지, 도장이 위조라는 건지, 아니면 권한 없는 기관에서 발부했다는 건지, 밑에서 결재 없이 해줬다는 건지 그런 것들이 확인되지 않는다.”

▲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위조라고 했는지 의문스러워요"

김기철 / 뉴스타파

▲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위조라고 했는지 의문스러워요"

눈앞에 놓인 엄청난 증거 조작 파문을 부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과연 중국 대사관의 사실조회서가 ‘위조’라는  의미가 불분명하게 썼을까? 중국어 전문가들은 중국 대사관이 보낸 원문의 내용은 우리 말로 ‘위조’라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중국 대사관은 원문에다 친절하게 직접 ‘위조’라고 번역한 한글 번역문까지 첨부해 보냈다. 

검찰이 그토록 외면하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몬 핵심 증거는 유 씨의 북한-중국 출입경 기록. 유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가 합동신문센터에서 180일 동안 갇혀 가혹행위를 당할 때 국정원 수사관들은 오빠의 출입경기록을 내밀며 오빠가 밀입북한 것을 인정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그 기록에는 오빠 유 씨가 북한에 한 번 들어간 것으로 돼 있고, 그 뒤엔 중국을 세번 연속해 나간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고 한다. 여동생은 수사관들의 유도대로 그 기록에 따라 허위자백을 했다고 한다. ‘오빠가 한 번 들어갔다가 중국으로 나간 뒤 다시 들어올 때는 기록에 남지 않는 두만강 도강을 통해 북한에 2번째 들어왔다’고 한 것이다. 그 뒤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간첩이 됐다고 허위 자백을 했다.

그러나 유가려 씨는 국정원에서 풀려난 뒤 이 모든 것이 허위자백이라고 고백했고, 1심에서 국가보안법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항소심에선 1심 때와는 완전히 다른 출입경기록을 법정에 제출했다. 유 씨가 북한을 2번 왔다 갔다 한 것으로 기록된 중국 기록을 제출한 것이다. 검찰은 두만강을 건넌 것으로 돼 있는 공소장도 바꿨다. 그러나 이 기록을 제출함으로써 검찰은 넘어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위조문서였던 것이다.

▲ 출입국기록 담당자 "도대체 누가 위조했는지 꼭 밝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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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국기록 담당자 "도대체 누가 위조했는지 꼭 밝혀내세요"

검찰은 이 기록을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화룡시 공안국에서 발급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화룡시 공안국 담당자는 발행한 적도,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상급 기관인 연변주 공안국 관계자도 위조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유 씨가 드나든 삼합변방검사참(일종의 출입국관리소)이 있는 곳은 화룡시가 아니라 용정시였다. 유 씨의 출입 기록을 받으려면 용정시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 씨가 세 번 연달아 북한에서 나온 것으로 돼 있는 기록은 어떻게 된 것일까? 유  씨는 삼합검사참 컴퓨터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 발생한 오류라고 말한다. 실제 당시 유 씨와 함께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온 다른 친척들 기록에도 똑같이 오류가 발생했다. 검찰이나 국정원은 아마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한 번 잘못된 길에 발을 들여놓은 국정원과 검찰은 수렁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이번에는 화룡시 공안국 담당자가 ‘위조’라고 판정한 그 서류를 중국 당국이 공식 발급했다는 사실확인서를 법정에 제출한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화룡시 공안국 담당자는 그 사실확인서도 위조라고 판정했다.

▲ 주한 중국대사관 위조 통보 3건의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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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중국대사관 위조 통보 3건의 문서

결국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따라 중국 정부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검찰의 유 씨 관련 중국 공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된 것이란 사실을 우리 법원에 통보했다.  

검찰이 제출한 위조 문서들의 수준은 매우 조악하다. 중국어 전문가가 보면 바로 위조라는 것을 알 정도로 기본 문법조차 엉망인 문서들이다. 그런데 이 문서들은 국정원과 검찰의 모든 수사라인, 결재라인을 뚫고 법정에 제출됐다. 외국 정부의 공문서를 위조할 정도면 무엇인들 조작하지 못하겠는가? 검찰과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은 국기를 흔드는 범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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