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국, 싱가포르에 직접 와 비밀계좌 개설” -전 아랍은행 간부, <뉴스타파>와 통화

2013년 07월 24일 08시 10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지난 2004년 싱가포르를  방문해 직접 해외 비밀계좌를 설립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스타파는 전재국 씨의 해외 비밀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60살 김 모 씨와 접촉한 결과 전 씨가 직접 싱가포르에 찾아가 계좌를 개설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아랍은행 아태지역 총괄본부장을 지냈고,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하다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직후인 5월 말 아랍은행을 그만둔 인물이다.

김 씨는 뉴스타파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재국 씨가 계좌를 만들 때인 2004년 9월 말, 직접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방문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유령회사 명의의 계좌 개설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전재국씨가 싱가포르를 직접 방문한 시점은 동생 재용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등 2004년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의 태풍이 지나가던 시점이었다.

 전재국 씨는 특히 당시 아랍은행 측에 페이퍼 컴퍼니와 계좌 관련 기록 일체를 은행 내부에 보관하도록 하고, 어떠한 내용도 한국에 우편으로 보내지 말 것을 요청하는 이른바 “홀드 메일 (Hold Mail)”을 신청하는 등 특별서비스를 요구했다고 김 씨는 전했다.

김 씨는 아랍은행이 개인 예금을 받는 곳은 아니지만, 전  씨의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이어서 계좌를 개설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재국 씨가 당시 100만 달러 정도를 맡겼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내역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이지만, 현재 김 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김 씨에게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 혹은 앞으로 받을 예정인지 수차례 물었지만 김 씨는  “잘 모르겠다”고만 말하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6월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2004년 7월 말, 조세피난처에 블루 아도니스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에 비밀계좌를 개설해 운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전 씨에 대해  검찰,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사법당국과 조세당국의 조사가 전방위로 시작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의 시공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

검찰은 전재국씨가 복수의 해외 비밀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운용한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세청도 최근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전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과 조세당국은 전 씨가 조세피난처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유령회사를 만들고, 아랍은행 싱가포르지점에 비밀계좌를 만들었다는 뉴스타파의 보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뉴스타파는 전재국 씨의 해외비밀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60살 김 모 씨와 접촉해 전 씨가 직접 싱가포르에 찾아가 계좌를 개설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김 씨는 아랍은행 아태지역 총괄본부장으로, 싱가포르 지점에서 일해 왔으며,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직후인 5월 말, 아랍은행을 그만뒀습니다.

지난 15일 국내에 들어온 김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2004년 9월 재국씨가 직접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을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00 / 전 아랍은행 직원]

(계좌 만들 때 전재국 씨가 직접 싱가포르에 왔었습니까?)

“한번 왔었죠.”

(언제 왔었어요?)

“그건 뭐 그때 계좌 열 때 왔죠.”

(아랍은행을 어떻게 찾아가게 된 계기는 뭔가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어떻게 왔더라고요.”

당시 전재국 씨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유령회사 명의의 비밀 계좌 개설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김00 / 전 아랍은행 직원]

“전재국 씨가 영어를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다 하시던데요. 자기가 그냥 다 우리 직원들하고 그쪽(계좌 개설) 부서 사람하고 알아서 다 하던데요. 내가 뭐 해줄거는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들고 이렇게 전재국 씨가 직접 싱가포르를 찾아 비밀계좌를 만들었던 2004년 9월은 동생 재용 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수사의 태풍이 지나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전재국씨는 당시 아랍은행 측에 페이퍼 컴퍼니와 계좌 관련 기록 일체를 은행 내부에 보관하도록 하고, 어떠한 내용도 한국에 우편으로 보내지 말 것을 요청하는 등 특별 서비스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김00 / 전 아랍은행 직원]

“우편물을 보내지 말고 갖고 있어라, 그거는 은행에 요청하면 다 되죠. 싱가포르에서는 그게 되게 돼 있습니다. 그 폼에 그걸 쓰게 되어 있죠. 그게 영어로 홀드 메일이라고 하는데 홀드 메일을 할 거냐 아니냐 그거 체크하면 홀드메일이라고 체크한 사람들은 아무도 안 보내죠.”

이런 특별서비스를 요청한 것은 전 씨가 자신의 유령회사 계좌 정보 등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극도로 보안에 신경 썼음을 추정케 하는 대목입니다.

   

아랍은행은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지 않는 곳.

[아랍은행 담당자]

“우리는 리테일 뱅킹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냥 걸어 들어와서 일반적인 은행업무를 보는 곳이 아닌...”

   

그런데도, 전 씨는 어떻게 이 아랍은행을 직접 찾아가게 된 것일까?

[김00 / 전 아랍은행 직원]

“(아랍은행은) 개인 예금을 전혀 안 받는 은행입니다. 누가 와서 구태여 하겠다고 하면 은행이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또 금액이 아주 작으면 우리 안하겠다고 이럴 수는 있겠지만...”

금액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계좌를 만들어 줬다는 이 말.

그렇다면 전 씨는 이 비밀계좌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자금을 운용했을까? 

지난 5월, 뉴스타파가 싱가포르 아랍은행에서 만난 또 다른 한국인 직원인 정 모 씨는 당시 아랍은행의 프라이빗 뱅킹 계좌의 경우 수천만 달러를 예치해놓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00 / 아랍은행 직원]

(보통 여기는 얼마정도 합니까?)

“뭘요?”

(예금 계좌가요?)

“계좌요? 수천만 달러도 있죠.”

김씨는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전씨와 입을 맞춘 듯 예치금액이 100만 달러 규모였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김00 / 전 아랍은행 직원]

“제가 알기로는 백만 불 정도 그 이하인데요. 나중에 검찰이라든지 어디서 조사가 나오면 제가 얘기를 하겠지만 그걸 기자 분한테 얘기할 수는 없죠.”

결국, 김 씨의 말은 검찰에 가야만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는 뜻.

뉴스타파는 김 씨에게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연락을 해왔는지 여부를 물었습니다.

[김00 / 전 아랍은행 직원]

(검찰조사를 받으셨나요? 아니면 통보를 이우에도 또 받으실 예정입니까? 검찰로부터 연락을 왔습니까?)

“모르죠, 그건 제가 그런 모르겠습니다.”

현재, 김 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 씨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의 해외 비자금 은닉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뉴스타파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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