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보도] <[백지 입양기록①]10년을 했는데 엉터리?...복지부, 입양 기록 전산화 사업 감사 착수> 관련
2024년 12월 11일 14시 32분
<기자>
전철 1호선 환승역인 금정역.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자 역과 이어진 육교 위로 보따리를 든 노인 분들이 하나 둘 나타납니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꺼내놓는 것은 대부분 푸성귀 몇 줌과 나물입니다. 한 할머니에게 다가가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할머니]
((물건) 팔러 나오셨어요? 이건 할머니가 직접 농사 지으셨어요? 농사 지으셨어요?)
“예.”
(아, 직접? 힘드실 텐데?)
“아이 힘들어도 저기.. 아니 나한테 얘기하지 말아요.”
(할머니들 어떻게 사시나, 할머니들 좀 알아보려고.)
"이렇게 농사짓고 살지.“
(직접 텃밭에서 가꾸셨어요?)
“예. 아유 여러 가지 묻지 말아. 골 아파.”
(머리 아프세요?)
“응. 나 머리 아픈 사람이라...”
(할머니 힘드신가 보다.)
“그래요. 힘들어요. 말 시키지 말아요.”
[다른 할머니]
(생활하시는 건 어때요? 요새?)
“생활 안 돼요. 이렇게 안 되잖아. 하나 못 팔고. 그런데 여기 앉아 있어야 하는데 저기로 쫓겨 내려갔어.”
(쫓겨나고?)
“응.”
(누가 쫓아내요?)
“네?”
(누가 쫓아내요?)
“아유, 단속이 나와서 그렇게 쫓아내.”
(단속이?)
“네.”
할머니들은 오늘도 단속원들과 줄기찬 숨바꼭질을 하면서 푸성귀 보따리를 들고 육교를 몇 번씩이나 오르내려야 했습니다.
“쫓겨서 여지껏 쫓겨가 있다가 이제 숨어 있다가 지금 와서 펴놓는 거야. 요 아래서 팔았걸랑, 요 아래 차표 하는 데서. 그러다가 거기서 팔다가 여기로 올라왔다 또 쫓겨서 저기 가서 숨어 있다가 또 여기로 온 거지.”
안산에서 오셨다는 이 할머니는 몇 푼의 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점심도 굶은 채였습니다.
“지금 텔레비전도 죽고 핸드폰도 다 죽고 아주 우리집 쑥대밭이여, 쑥대밭. 창피해서 얘길 못해. 엉망이야, 엉망.”
(아유 힘드시겠다, 할머니... )
(요새 생활하시는 건 어떠세요, 사는 건?)
“사는 게.. 아들하고 손자 하나 하고 셋이 사는데. 손자 안고 다니며 젖 먹이고, 얻어 먹이고, 우유 먹이고 이렇게 키운 게 그게 이제 중학교 2학년 올라갔어, 올해. 그래서 그거 용돈 좀 주려고.”
허리를 다쳐 일을 잘 할 수 없는 아들. 그리고 엄마 없이 자란 어린 손자를 책임지는 할머니는 새벽 기차를 타고 매일 교외로 나가 산과 들의 나물을 뜯어다 팝니다.
(일찍 나가시겠네요?)
“아침에 여섯 시에. 여섯 시에 계란 후라이를 좀 해놓고서는 밥 해 밥통에 넣어놓고 손자, 너가 밥 차려먹고 가거라, 그러면 그게 말을 그렇게 잘 듣고 착해요. 그래, 자기가 차려먹고 먹기 싫음 그냥우유 한 잔 먹고 그냥 가고.”
(이거 뜯으러 가려면 멀리까지 가셔야 해서 차비도..)
“멀리 가지. 수원 쪽으로 가는데, 처음엔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세 정거장, 네 정거장, 다섯 정거장, 여섯 정거장, 일곱 정거장 가니까 수원 다 되가지고 (농촌) 진흥청인가 어딘가 거기까지 9나물 캐러) 갔는데.. 왜냐하면 갈 데가 없어. 손톱이 시꺼머니까 우리 딸래미가 이걸 갖다 발라 주잖어.”
할머니의 손을 잡아봤습니다. 자신의 거친 한평생이 담긴 까칠한 손을 오래 내놓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한참, 세상 인심이 여전히 야박합니다.
“저번에는 이틀 사흘을 판 게 3만 4천원 팔아서 사흘을 두고 팔은 거야. 한 번을 물건(나물) 따가지고 와서 아주 지겨워서 안 하려고 그냥 아휴 굶어 죽어도 그냥 굶어 죽자, 이러고선 안 한다고 그랬는데. 그래도 또 그게 아니더라고. 손자 얼굴을 보면 불쌍하고. 그거 생각해서 또 혼자 그래도 나가서 또...”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탓에 기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하루종일 앉아 있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평생 남에게 나쁜 말 한 번 한 적 없다는 할머니는 인생의 황혼에 이르도록 숨 한 번 편히 쉴 수 없을 만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인생이 몹시도 원망스럽습니다.
(힘드시니까 신세 한탄도 많이 하셨겠네요?)
“한탄도 많이 하고, 영감 원망도 많이 하고, 죽었어도.”
(할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칠십 일곱”
(일흔 일곱?)
“칠십 일곱”
(그러니까 일흔 일곱 살.)
“가요.”
(힘내세요, 할머니~돈 많은 사람도 걱정 많아요.)
“그러게, 천석꾼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이 만 가지 걱정이 있대잖아.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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