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문자 대공개] 전직 장관도 수두룩..."갤럭시노트7 보내드립니다"
2018년 04월 22일 19시 34분
장충기 문자에는 전직 장관들의 이름이 줄줄이 등장한다. 특히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들의 이름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장충기는 이들에게 수시로 선물을 챙겨 보냈고, 골프를 함께 치며 삼성 관련 현안 등을 논의했다. 이 끈끈한 관계의 대가로 삼성은, 그리고 이 전직 장관들은 무엇을 주고받았을까.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변양균 씨는 장충기를 ‘장대감’이라고 부르며 새해 선물에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여러 건의 골프 약속 문자에도 이름이 등장한다.
2015년 2월 23일, 장충기 사장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문자를 보면 삼성 측이 변양균 전 장관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문자가 오고 간 2015년 2월 당시 삼성은 박영선 의원이 제출한 일명 ‘이학수법’ 문제로 긴장하고 있었다. 횡령·배임 등으로 취득한 이익이 50억 원을 넘을 경우 국가가 이를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사실상 삼성그룹 사주 일가를 겨냥한 법이었다. 삼성이 국회, 특히 야당 측을 설득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변양균 씨를 로비 창구로 삼은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삼성의 로비 때문인지 이학수법은 결국 논란만 남긴 채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뉴스타파는 변양균 씨를 찾아가 장충기 문자에 대해 물었지만 직접적인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이후 전화와 문자를 보내고, 질의서를 전달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변양균 전 장관에 앞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박봉흠 씨도 변 전 장관과 함께 장충기 사장이 만든 골프와 식사 모임에 수시로 등장한다.
2016년 8월, 식사 약속을 잡기 위해 나눈 카카오톡 단체 문자에서는 변 전 장관이 참석이 어렵다고 알리자 박봉흠 전 장관이 ‘장충기 사장이 변양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문자를 남겼고 장충기 사장은 이미 변 전 장관을 자주 만나고 있다고 답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장관은 이명박 정부 최고 실세 중 한 사람이었다. 대통령 정무수석과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쳐 기재부장관이 됐다. 2015년 10월 12일, 박재완 전 장관은 장충기 사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삼성 관계자의 추천서를 부탁했다. 골프 예약도 수시로 부탁했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이 장충기 사장의 도움으로 미주 지역의 최대 지역개발 금융기구인 미주개발은행이 주관하는 사업의 운영자로 선정됐다며 감사하다는 문자를 보낸 것도 확인된다.
박재완 전 장관은 장충기 문자에 대해 묻는 취재진에게 “미주개발은행 건은 우리가 (프로그램 운영자로) 지원할 때 삼성하고 협력해서 일주일 간 연수 과정을 프로그램에 넣도록 해줬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BK21 사업과 관련해서는 “삼성이 성균관대 재단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재단하고 관련해서 우리가 많이 성과를 냈다는 의례적인 인사였다”고 답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씨. 그는 장충기 사장에게서 오페라 티켓과 일류 골프장 이용권, 최신형 휴대폰 등을 선물로 받은 후 감사 문자를 보냈다.
윤증현 전 장관은 선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그런 것인데...특별히 뭐라고 이야기 할 것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도 2015년 10월 장충기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기 3개월 전인 2015년 7월, 강만수는 ‘파이오니아인베스터즈’라는 이름의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장충기에게 문자를 보낸 시기는 이 사모펀드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집하던 때였다. 2016년 12월, 강 전 장관은 산업은행장 재직 시절 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이후 그의 사모펀드는 폐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경부장관을 맡은 권오규 씨도 문자에 등장한다. 2015년 7월, 장충기 사장은 권 전 장관에게 연락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장충기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 장관이자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씨에게 2015년 6월, 메르스 문제로 의논하고 싶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이틀 전의 일이었다. 당시 최경환 장관은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겸해 메르스 사태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영상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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