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인 수갑’ 불법체포 혐의 미군 헌병 7명 검찰 수사 중 이미 한국 떠났다

2013년 03월 08일 12시 01분

-사법당국은 출국 사실 인지, 동의까지 해 준 것으로 드러나

지난 2일, 서울 한복판에서 미군들이 공기총을 난사하며 난동을 벌인 사건으로 인해 미군범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여론이 가라앉으면 사건 자체가 유야무야되면서 미군 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평택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평택에서 미군 헌병 7명이 무고한 시민을 체포하고 수갑까지 채우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불법체포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미군 헌병 7명은 피의자 신분이고,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이미 한국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 미 제7공군 측은 한국 법무부와 검찰이 이들의 출국을 인지했음은 물론 동의까지 해줬다고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밝혔다.

뉴스타파가 주한 미7공군 공보실에 이메일로 이들 헌병 7명의 소재를 문의한 결과, 미군 당국은 “7명 모두 1년 동안의 한국 근무기간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상태이고, 예정대로 다른 미국 공군기지에 재배치했으며, 한국 검찰의 동의하에 이뤄졌다”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미군 헌병 7명에 대한 기소여부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이들의 출국사실은 철저히 감춰왔다. 검찰 스스로 사법주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군범죄 관련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이 한국 사법 당국의 늑장 수사로 인해 기소 전 한국을 떠나버리는 경우엔 기소 자체가 사실상 힘들고, 기소가 가능하더라고 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소환해 우리 법정에 세우는 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5년 동안 주한미군 범죄 접수 건수는 1,370건. 이 가운데 약식기소를 빼고 기소가 이뤄진 경우는 불과 66건(4.8%)에 불과했다.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입니다. 이른바 평택 로데오 거리입니다. 미군 공군 기지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상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평택 로데오거리 상인]

"솔직히 말해서 미군이 없으면 다 문 닫아야 해. 누가 먹여 살려 줄 거에요."

지난해 7월, 이 곳에서 미군 헌병 7명이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한국인 3명을 체포하고 수갑까지 채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택 로데오거리 상인]

"굉장히 기분 나빴죠. 흥분 안 하게 됐어요. 외국 헌병이 국내 주민을 수갑을 채운 건 말도 안되는 거지."

미군 범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고, 주한 미군 사령관이 직접 사과 성명서를 냈습니다.

평택 경찰서는 미군 헌병 7명을 민간인 불법 체포 혐의로 조사했고, 한 달 뒤 '기소 의견'을 내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평택경찰서 형사]

"여기서는 기소 의견으로 다 보냈고, 이제 검찰에서 처분만 남았는데..."

그동안 검찰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미군 헌병에 민간인 수갑 사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평택지청 입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기소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군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별도 수사팀까지 구성했던 경찰도 검찰의 처리 지연에 불만을 제기합니다.

[평택경찰서 형사]

“걔네들도 뭐 묻지도 말라고 신경도 쓰지 말라고 전화도 하지 말라, 그래 검사가."

"자기네들이 알아서 한다고 거기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말고 귀찮게 하지 말라 이거지, 왜 자꾸 물어보냐"

이렇게 기소가 늦어질 경우 과거 사례를 보면 피의자 신분인 미군의 상당수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군 헌병 7명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거 사례처럼 이미 출국한 것은 아닐까? 뉴스타파 취재팀은 먼저 이들을 수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는 평택지청에 물어봤습니다.

처음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습니다.

[민영선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지금 현재 그 미군들이 어디에 있는 건가요? 영내에서 지금 대기중인 상태인가요?)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이라서 저희가 자세한 내용은 설명드릴 수가 없고요. 나중에 결정하면은 그 때 저희가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취재팀이 거듭 확인을 요구하고 "미 헌병들에게 대해 소환해서 추가 조사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자, "지금 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습니다.

[민영선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이런 미 헌병들을 검찰로 이렇게 소환해서 추가 조사하실 계획은 갖고 계신가요?)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예."

미군 헌병들이 현재, 국내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답변입니다.

그런데 미군에 답변은 달랐습니다. 취재팀이 주한 미 7공군 사령부에 이메일을 통해 확인한 결과, 미군측은 '7명의 헌병, 모두 한국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미군들에 대해 소환조사를 하고 있다는 검찰의 답변, 그리고 이미 한국을 떠났다는 미군 측의 상반된 답변. 양측의 말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취재팀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주한 미군에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그 결과, "1년 동안의 한국 근무기간을 마친 뒤, 한국을 떠났으며, 예정대로 다른 미국 공군기지에 재배치했다"며 미군 헌병들은 모두 한국을 떠났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줬습니다.

그렇다면 피의자 신분이고, 더구나 검찰의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이들이 어떻게 한국을 떠날 수 있었을까? 미군측의 답변 내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미 7공군 공보실장은 이들 미군 헌병들의 출국 사실에 대해 한국 검찰은 알고 있었으며, 특히 동의하에 출국 시켰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해당 미군의 출국이 미군의 독자적인 결정이 아닌 우리 검찰의 동의를 거쳐 이뤄졌음을 확인해주는 대목입니다.

[김원희 주한미군 미7공군 공보관]

"한국 쪽 법무부 쪽의 얘기를... 법무부 쪽이니까 검사실까지 연결이 됐겠죠? 이제 그렇게 합의를 하고, 동의를 하고, 통상적으로 그렇게 처리를 하고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는 건 모두 떠났고 말씀드린대로 언제든지 한국정부에서 다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응하겠다."

(만약에 당장이라도 재판이 필요해서 소환을 해야겠다 했는데도 만약 못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면요? 있을 수 있잖아요.)

"글쎄 그런 상황이 사람 사는 일인데 있을 수 있겠죠."

미군 측의 설명대로라면 우리 검찰은 기소 여부를 발표하기도 전에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인 미 헌병의 출국을 동의해준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은 이런 사실을 철저히 숨겼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은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검찰 스스로 사법 주권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주희 변호사 /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간사]

"이제 범죄 피의자로서 지금 범죄가 중대하고 재판을 받아야 됨에도 불구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출국을 하게 된다거나 이런게 있으면 수사기관으로서는 어떤 수사의 기본을 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팀은 평택 지청에 다시 연락해 어떤 규정과 절차를 거쳐 미군의 출국을 동의했는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민영선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미 헌병 7명이 지금 모두 출국한 상태라고 지금 그 쪽(미군측)에서 확인해 줬는데요.)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나요?)

“거기에 대해선 제가 드릴 말씀이 없는데요.”

(검찰이 여기(출국)에 동의했고 사전에 검찰이 알고 있었다고 이야기 하는데... 어떻게 된건가요?)

“그거는 저희가 답변드릴 수 없어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해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거기에 대해서도 제가 답변을 드릴 수가 없고요.”

(검찰도 지금 비난을 피하기 힘들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최소한의 해명은 좀 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거기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건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기소가 만약 된다면 재판이 정상적으로 가능한가요?)

“그것은 예... 아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고요.”

검찰은 한국을 떠났더라도, 기소가 결정되면 다시 소환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관련 법률 전문가의 의견은 다릅니다. 출국한 미군을 다시 소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하주희 변호사 /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간사]

"사실 수사에 필요한 조치로써 검찰이 출국금지를 한다던가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취할 수 있는데 만약에 그런 조치를 취해놓지 않아서 출국하였다던가 이렇게 했을 때 물론 범죄인도 협약이라던지 아니면 미국 정부 협조를 얻어서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라고 봐야 합니다."

실제 지난 5년동안 미군 범죄 접수 건수는 1,370건. 이 가운데 약식기소를 빼고 기소가 이뤄진 경우는 불과 66건... 5%도 안됩니다. 대부분은 불기소 처리되거나 기소가 중지됐습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

"이제 미군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벌금형이나 가벼운 처벌을 받아서는 실제 이걸 처벌로 느끼지 않는거죠. / 한마디로 봐주기가 사실은 공공연하다라고 저는 보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미군들도 한국에서 좀 더 자신있게 혹은 좀 더 무분별하게 행동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검찰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피의자인 미(국) 헌병을 출국할 수 있도록 용인해준 사실이 뉴스타파의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사법당국이 미군 범죄에 대한 처벌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피해는 미군 부대 주변 상인 등 우리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평택 로데오거리 상인]

"조금 손해나도 다 참죠. 안 참을 수가 있어요. 법대로 해결봐야 미국하고 한국하고야 돌하고 계란 깨기지. 이길 수가 없는 거 아냐."

뉴스타파 이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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