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으로 만든 이승만 만화책은 어디에?

2018년 05월 14일 17시 00분

뉴스타파는 ‘대한민국사랑회’라는 민간단체가 지난 2016년 ‘이승만의 독립정신’이라는 만화책을 발간하는데 사용한 정부 보조금의 행방을 추적했다.

대한민국사랑회는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부정선거를 통해 독재체제를 이어가다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다.

이 단체의 회장은 김길자 전 경인여대 총장. 김 전 총장의 이승만 숭배는 각별했다.  학교 교정에 이승만 석상을 세우는가하면, 이승만의 호를 따 ‘우남 애국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또 이승만을 기리는 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교직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모금을 독려하고, 학생들의 바자회 수익금을 학생회 동의없이 가져다 쓰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국민권익위원회가 진상조사에 들어가는 등 파장이 커지자 결국 김 씨는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0년부터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이 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다. 2억 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이 대부분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는데 사용됐다. 이 단체는 지난 2016년 지원된 정부 보조금 2100만 원은 ‘이승만의 독립정신’이라는 만화책 3287권을 발간, 배포하는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물론 대한민국사랑회 홈페이지에도 이 만화책과 관련된 정보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사랑회가 작성한 배포계획서를 보면 2100여 권을 서울 청계광장과 헌법재판소에서 나눠준 것으로 돼 있다. 뉴스타파는 책을 배포했다는 날짜에 서울 청계광장과 헌법재판소 앞을 촬영한 유투브 영상을 일일이 확인했지만 실제 책을 배포한 장면을 찾지 못했다.

박민찬 대한민국사랑회 회계담당자는 ‘단체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기록용 사진을 찍어 놓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에서 책을 배포한 것은 맞지만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게다가보조금 지출 내역에는 한 번에 수백권의 책을 운반하는데 필요한 운송비 영수증도 없었다.

대한민국사랑회는 또 출판사를 통해 전국 도서관 201곳에 3권씩 책을 배포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도서관에 비치된 내역을 찾을 수 없었다. 배송명단을 보면 경기도 고양시 관내 9개 도서관에 책을 보낸 것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들 도서관은 해당 책을 소장하고 있지 않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 전국의 공공 도서관과 정부부처 자료실 등 1500여 곳에 소장된 자료를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는 코리스넷에서도 대한민국사랑회가 발행한 만화책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김길자 회장이 2016년 당시 총장으로 재직했던 경인여대 도서관에도 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사랑회측은 “도서관에 책이 배송되지 않은 책임을 출판사에 물을 의향이 있는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국민세금으로 발간했고 전국의 도서관에 수백 권이 배포됐다고는 하는데, 실제 도서관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책. 정부 보조금을 횡령한 것은 아닌지 관계당국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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