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차린 오정현 SSCP 전 대표, 수백억원 회사자금 개인계좌로 빼내

2013년 07월 04일 10시 28분

<앵커 멘트>

뉴스타파는 시민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는데요. 수천 명의 소액주주들에게 2천 억이 넘는 손해를 입히면서 부도를 낸 SSCP 오정현 전 대표에 대한 제보도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오 전 대표가 조세피난처에 4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을 보도한 바 있는데요. 오 대표가 부도 직전까지 수백 억 원의 회사자금을 자기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가 입수됐습니다.

송원근 피디가 보도합니다.

<송원근 피디>
지난 6월 13일. 뉴스타파는 ICIJ의 조세피난처 자료를 통해 SSCP의 오정현 대표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SSCP가 어음 11억 원을 막지 못해 부도가 나면서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2천억 원 넘는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 등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오주언 아버지 / SSCP 창업주]
“여러분들한테 너무 피해를 줘서 미안합니다. 저도 그 대가를 받아야 돼요.”

그런데 방송이 나가고 며칠 후 취재진은 오씨의 아버지이자 SSCP의 창업주인 오주언 전 회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SSCP 부도와 관련된 중요한 자료를 제보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주언 아버지 / SSCP 창업주]
“10분의 1만 찾아도 700억이면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10분의 1만 찾아도 회사를 살릴 수 있어요.”

오 전 회장이 건넨 서류봉투 안에는 한 회사의 6년치 은행거래 내역이 빼곡이 담겨있었습니다. 바로 오정현 전 대표가 100퍼센트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SSCP 계열사 에스티엠코퍼레이션의 법인계좌 입출금 내역이었습니다.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계좌가 각각 5개. 신한은행 4개. 우리 은행 2개 등 에스티엠코퍼레이션 이름으로 개설된 국내 주요 은행의 계좌 22개의 정보가 들어있었습니다.

취재진은 이 계좌들의 입출금 내역을 분석하다 흥미로운 자금흐름을 발견했습니다. 에스티엠 계좌로 들어온 SSCP 계열사들의 자금이 오정현 전 대표의 개인 계좌로 계속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에스티엠의 우리은행 계좌 거래내역입니다. 2012년 4월 10일 오전 10시 28분. SSCP의 계열사 아이켄즈에서 총 24억3천만 원이 입금됩니다. 그리고 30분 후인 11시 4분 인터넷 뱅킹을 통해 오정현 대표에게 24억3천만 원이 고스란히 이체됩니다. 오 대표 개인 계좌로 회사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에스티엠의 외환은행 계좌를 보면 2010년 1월 8일 오전 10시 28분 본사인 SSCP가 에스티엠의 45억 원을 입금합니다. 그리고 1시간 30분 후인 12시 8분 45억 원이 오정현 대표의 개인계좌로 이체되기 시작합니다. 10억씩 4번. 마지막으로 5억이 오씨의 개인계좌로 빠져나갔습니다. 에스티엠의 법인계좌 입출금 내역에는 이런 수상한 거래가 수없이 나타납니다. 과연 에스티엠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대순 투피디본감시센터 대표]
“SPC라는 건 말 그대로 (Special Purpose Company) 특수목적법인이란 말이에요. 그 사업에서 나타나는 위험성이나 이런 것 때문에 본사와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 리스크 자체를. 그것에 불과한 건데. 말 그대로 이건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인력이 없어요. 실질적인 계약하고 이런 것들은 파트너가 분명히 있습니다. 거기에 따른 실제 관계가 다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없이 이것만 존재하게 되면 이건 결국 자금유출, 그러니까 횡령이나 탈세 목적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에스티엠 법인계좌에 들어오는 뭉치돈은 대부분 본사인 SSSCP와 알켄즈, 큐노, MIF 등 SSCP의 계열사가 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입금된 자금 중 상당액은 곧바로 오씨의 개인계좌로 빠져나가는 구조였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에스티엠의 법인계좌 거래 내역은 2007년부터 6년간에 걸쳐있습니다.

각 연도 별로 오정현 전 대표 계좌로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2007년엔 오씨가 에스티엠 계좌에 약 157억 원을 넣었고 80억 원 가량을 빼갔습니다. 77억 원 가량을 에스티엠에 더 입금한 것입니다. 그러나 2008년부터는 상황이 바뀝니다. 2008년 오씨가 입금한 금액은 약 128억. 그런데 개인 계좌로 빼간 돈은 약 367억 원에 이릅니다. 229억 원 가량이 오씨의 개인계좌로 순순하게 빠져나간 것입니다. 이때부터 해마다 100-200억 가량이 오씨 개인 계좌로 순 유출돼 6년간 모두 83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이처럼 회사의 오너에게 지급된 자금은 단기대여로 회계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SSCP 회사 관계자]
“회사 돈이 외부로 나가고 그 용도를 모르면 다 오정현한테 대여, 그 분한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들은 그 돈의 용도가 뭔지, 분명한 거는 회사를 위해서 쓴 돈은 아니니까 회사 돈이 아니니까. 돈은 나갔는데. 그래서 이게 다 대여금이 되죠.”

회계 전문가들은 법인계좌 자금이 대주주의 개인계좌로 흘러들어가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나 재무활동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김경률 회계사]
“가장 중심적으로 소명돼야 할 것은 과연 오정현씨는 이 돈으로 뭘 했을까. 절대 이 돈, 자금의 흐름들이 회사의 영업 활동을 위해서, 투자를 위해서 빚을 갚기 위해서 쓴 흔적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으니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자금흐름뿐만 아니라 SSCP의 재고 관리 등 각종 회계처리도 의문투성입니다.

법정관리인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SSCP는 분식 회계를 통해 재고자산을 조작해 왔음이 밝혀졌습니다. 부도 당시 장부상으론 1533억의 재고자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실제 그 가치는 75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려 1458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가 법정관리 과정에서 밝혀진 것입니다.

심지어 부도 이후에도 SSCP는 오정현 전 대표의 고급외제차 석 달치 렌트비용 1800만 원을 비용처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영준 SSCP 법정관리인]
“벤츠 하나는 자기 소유였고. 나머지 벤츠 한 대 하고 포르쉐 두 대는 렌트했어요. 렌트 비용은 회사에서 다 내고 있었고.”

“저희 원재료가 폐타이어 가루하고 외형상 엇비슷한 원재료가 있거든요. 폐타이어 가루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그걸 또 일본에서 제3국으로 갔다가 국내에서도 빙빙 돌고 외국에서도 빙빙 돌아서 다시 저희한테 들어오는 거죠. 그러니까 그게 재고로 잡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평가 보면 다 가치가 없는 것들이죠. 그러니까 1500억 짜리가 150억이 되는 게 대부분 다 그런 것들이다..”

[이대순 투피디본감시센터 대표]
“이 회사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다가 안 돼서 망했더라면은 문제가 아니죠, 문제는 다른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일 가능성, 두 번째는 횡령의 가능성. 이런 것들이 있어요. 탈세도 당연히 끼어 있겠죠.”

오정현씨에 대한 회사관계자들의 제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씨가 법정관리 중인 SSSCP를 다시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부도를 낸 대표가 다시 해당 회사를 인수하는 게 가능할까.

[이대순 투피디본감시센터 대표]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기술력과 판매망 이 두 가지입니다. 둘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회사는 어느 정도 매출을 낼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 입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고의부도를 내고, 자기가 여전히 판매망을 장악하고 있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 다시 그 사업을 계속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사실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를) 배후에서 조종을 하죠. 이런 경우에는 그 주주가 다 차명주주에요.”

부산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 오정현씨가 현재 활동하는 곳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취재진은 오씨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메일을 입수했습니다. 이 문건은 하나 회사의 구조도가 나옵니다. 이 회사를 통해 SSCP의 핵심사업인 SPE사업 즉 코팅재료사업을 할 계획이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또 다른 회사를 통해서는 SMF 즉 특수물자사업을 통해 SSCP의 주력사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이 적혀있습니다.

이 사무실에 있던 한 서류에는 GB라는 영어 약자가 적혀있습니다. 회사관계자는 이 GB가 자이언트보스의 앞 철자를 따온 것으로 오 전 대표를 지칭하는 약어라고 말했습니다.

오씨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회사는 실제 SSCP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진영준 SSCP 법정관리인]
“아무리 회사가 어렵더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겠어요? 자기가 운영하던 회사를 완전히 걸레로 만들어 놓고, 거지로 만들어 놓고, 거기서 빼돌린 돈 가지고 또 다시 이 회사를 다시 산다. 용납이 안 되죠. 아무리 천 억을 제시를 하더라도 저는 지금 현재로서는 받아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오정현 대표는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자문만 해줬을뿐이지 자신이 직접 사업에 참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SSCP가 부도가 난 것은 자신의 아버지 오주언 전 회장의 돈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I[오정현 SSCP 전 대표]
“어쨌든 직원들이 일심동체가 되어서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자 했는데. 마지막에 부도가 난 결정적인 것은 도저히 우리가 못 견딘, 마지막 아버님의 의사결정이 있으셨죠. 그래서 아버님께 제가 돈을 안 주니까 민사소송을 거셨어요. 돈을 주기로 했는데. 당연히 (제가) 지죠. 왜냐하면 준다고 각서까지 쓴 게 두 장이나 있는데. 제가 뭐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저도 그때 아버님과 싸웠어요. 그때 드리려고 했는데 그 당시에 회사가 어려웠고 각서를 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인을 해줬지만 지금 돈을 드릴 능력도 안 되니 드릴 수 없다. 민사에서 싸웠는데 결국에는 졌죠, 당연히 이길 수가 없다, 하더라고요.”

[오주언 아버지 / SSCP 창업주]
“기업인으로서 할 짓이, 해서는 안 될 일이에요. 회사 돈은 자기 돈이 아니에요. 기업은 주인이 누구입니까? 상장 회사는 주주들이고 또 회사에 투자해 준 각 금융계통과 우리 거래처... 수억씩 회사에 외상으로 줄 때 왜 외상으로 줍니까? 신뢰로 주는 거 아니에요. 그거 다 재산이 누구 거인데요. 그 사람들(투자자) 거예요. 자기(오정현) 것이 아니에요. 착각하고 사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 무슨 기업을 해요. 자기 돈으로 생각하는사람은 누구든지. 오정현이 뿐만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수천 명의 소액 주주들이 고통의 나날을 지세고 있는 가운데 오 전 대표가 해외로 자산을 빼돌리고 회사 자금을 개인 계좌로 옮긴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우리사회에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도 SSCP 부도의 진실과 횡령 의혹의 진상이 하루 빨리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송원근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