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전 주무관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14년 06월 12일 20시 25분
검찰은 이번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서 여론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은 전원 기소유예한 반면, 제보자인 전현직 국정원 직원은 불구속 기소 처분했습니다. 형평성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습니다. 검찰수사가 반쪽자리 수사라고 비판받는 이유입니다.
조현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3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 조작·인멸을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 그의 양심선언은 국가기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검찰의 전면 재수사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그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 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지만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증거 인멸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던 것입니다.
반면 검찰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간부와 직원들에 대해 죄를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진한 /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인터뷰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으로써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을 감안하여 전원 기소 유예하였고 고발되지 않은 나머지 심리전단 직원들은 입건유예하였습니다.”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을 감안했다는 것인데 비슷한 처지에 있던 장진수 전 주무관은 검찰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장진수 /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인터뷰
“검찰이 그것을 기소도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저도 화가 많이 났어요. 저도 정상참작을 많이 요구했었고...저 때도 제가 (위에서) 시켜서 한 것을 검찰이 몰랐겠습니까. 자기들도 시켜서 하는데...”
장 전 주무관은 국정원 직원들이 실형을 받을 경우 자신처럼 양심고백을 할 것을 우려해 검찰이 기소유예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습니다.
장진수 /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인터뷰
“제 사건 겪고 나서 국정원 직원도 실형이 나오고 공직에서 파면되는 형을 선고 받으면 또 어떤 제보를 하시려고 마음을 바꾸는 분도 있을 수 있겠죠. 그런 것을 원천 차단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국회에서도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에 대해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신경민 / 민주당 의원 인터뷰
“조폭 수사할 때 앞으로 이렇게 하면 명목상 두목만 처벌하고 나머지는 손도 못 대고 다 집으로 보내줘야 하는 거죠. 앞으로 이렇게 하실꺼죠.”
지난 1997년 안기부의 불법대선개입, 이른바 ‘북풍공작’ 사건과 비교해도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당시 검찰은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 뿐만 아니라 차장과 단장부터 6급 직원까지 가담자 10명을 전원 구속했습니다.
당시 대법원도 판결문에서 “공무원이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그 명령이...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일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1988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안기부가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안기부 직원의 정치관여가 법률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반하는 것입니다.
박주민 / 민변 사무국장 인터뷰
“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원장이 각오만 하면 사실상 불법적인 행위 해도 된다라는 면죄부가 돼버린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여지를 만들어줬다.”
검찰은 형평성 논란도 자초했습니다.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세상에 알린 국정원 전현직 직원은 기소한 것입니다.
이진한 /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인터뷰
“김 모는 선거법 위반, 정 모는 공직선거법 위반 및 국정원직원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였습니다.”
특히 검찰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제보자 김상욱씨에게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공무원 범죄에 가담했으면 공범으로 처리한다는 형법 제33조를 적용한 겁니다.
검찰의 공소 내용은 공무원 신분이었던 정 모씨가 선거 기획 범행을 하도록 김씨가 유도하고 이를 함께 실행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국정원 여직원 관련 제보나 국정원장 지시사항 문건 공개는 검찰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는데 있어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박주민 / 민변 사무국장 인터뷰
“불법한 명령을 따른 사람은 처벌하지 않고 그것에 대해 문제 제기한 사람은 처벌한 것이 되기 때문에 공무원들로 하여금 불법한 명령에 저항할 수 있다는 여지를 봉쇄해 버린 것이죠 그렇게 되면서 오히려 피해자는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김씨가 민주당측으로부터 국정원 고위직과 총선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이른바 매관매직설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상욱씨의 변호인측은 검찰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검찰도 이를 확인해 줬습니다
박형철 /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검사 인터뷰
“그 부분은 우리 차장님이 그런 진술 안 했다고 오보 대응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6월11일자 조선일보 보도 나가고 나서. 매관 매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우리는 확인이 안 되는 거니까 알 수는 없지만 검찰에서 그런 진술을 한 적은 없다고 확인을 해주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잘못된 사실을 되풀이해서 주장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의원
“민주당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나 또는 총선공천을 주겠다는 민주당 고위층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았다는 검찰의 진술이 있었다.”
민주당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국정원 간부와 직원 등에 대해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민변도 검찰의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반쪽짜리 수사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법원과 검찰의 추후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조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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