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출근에 대리출근’... 카이스트 병역특례 난맥상

2019년 01월 09일 15시 05분

카이스트, 즉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병역대체 근무 중인 전문연구요원 상당수가 상습적으로 가짜 출근등록을 하거나 대리 출근 체크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병역특례제도 중 하나인 전문연구요원의 복무 관리가 현장에서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경

전문연구요원은 박사과정을 수료한 학생이 현역으로 군에 입대하는 대신  3년 기간 동안 연구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대신하게 하는 제도다.

전문연구요원에 편입되면 민간인처럼 대학원과 연구기관 근무가 가능하지만 병역을 대체하는만큼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되고, 영리활동과 겸직이 금지되며 엄격한 출퇴근 관리를 받게 된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카이스트 전문연구요원들이 출퇴근 관리시스템에 출근체크를 한 뒤 근무지인 연구건물로 가지 않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장면을 다수 확인했다.

취재진은 지난 11월 28일 아침 오전, 카이스트 본교(대전 대덕동) 동측 기숙사인 세종관에서 나온 전문연구요원들이 바로 앞에 위치한 기초과학동 건물과 의과학연구센터 건물에서 출근 체크를 한 뒤 바로 기숙사로 돌아가는 장면을 10여 건 목격했다. 대부분 슬리퍼 차림에 반바지나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잠옷 차림의 학생도 있었다. 출근 시간 마감인 오전 10시 30분이 다가오자 지각처리를 막기 위해 기숙사에서 뛰어나오는 학생들의 모습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가짜 출근 체크를 하는 학생의 비율은 출근체크하는 전문연구요원의 ⅓ 정도에 해당했다.

▲기숙사에서 나와 출근체크하고 돌아가는 카이스트 전문연구요원

전문연구요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9시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게 돼 있지만, 학교별로 출퇴근 시간대가 조금씩 다르다. 카이스트의 경우 심야 연구활동을 감안해 오전 8시부터 10시 30분까지 출근 등록을 하면 출근은 인정하게 돼 있다. 퇴근은 출근등록을 하고 9시간 뒤에 하면 된다.

취재진은 다음날에도 한시간여 동안 관찰한 결과 10여 건의 가짜 출근을 다시 확인했다. 가짜 출근 체크를 하는 전문연구요원 가운데는 연이틀 나타난 학생도 있었고, 새 얼굴도 있었다. 이들 모두 스마트폰 앱으로 출근등록을 마친 다음에는 느린 걸음으로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돌아갔다.

본교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떨어진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서도 같은 상황이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11일 아침, 이곳에서도 기숙사에서 나온 학생 10여 명이 기숙사 앞 행정동과 강의동 건물에 설치된 출퇴근 관리시스템에 출근체크를 한 뒤 기숙사로 바로 돌아갔다. 이들의 비율은 정상 출근자의 50%에 달했다.

특히 이곳에선 카카오톡을 이용해 다른 동료들의 출근등록용 QR코드 이미지를 전송받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출근체크를 해주는 학생도 발견했다. 대리 출석인 것이다.

▲다른 전문연구요원의 QR코드를 전송받아 출석체크를 대리하는 장면

이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허위 출근 등록이 캠퍼스나 특정 시기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이스트 본교의 경우 서쪽에 갈릴레이관 등 많은 기숙사가 몰려있다는 점, 그리고 약 20여 개의 연구동마다 모두 전문연구요원용 출퇴근 관리시스템이 설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가짜 출근 등록자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이스트의 경우 매년 260명의 전문연구요원이 배정된다. 우리나라 전체 일반대학원 이공계를 모두 합쳐 600명이 배정되는 것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숫자다. 지난 73년 도입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72년 설립된 카이스트 때문에 도입됐을 정도로 카이스트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출근체크를 한 뒤 기숙사로 돌아가는 전문연구요원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지각을 할 것 같아서 미리 체크했다”는 학생도 있었고 “빨래를 널어 놓고 와서”라거나 “신발을 갈아신으러 다시 기숙사로 가는 것 뿐”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은 전문연구요원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요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이영훈 학생정책처장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야간이나 새벽까지 실험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복무관리제도 상에는 아침시간부터 출근시간을 체크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출근 등록을 한 뒤 들어가 쉬다 출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복무관리가 엄정히 이뤄지도록 개선하겠다고 뉴스타파에 밝혔다.

병무청의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 복무 매뉴얼을 보면 지각과 조퇴, 외출 등이 8시간을 초과하면 복무일이 하루 연장되고 8일을 넘어서게 되면 편입 취소와 함께 입대 조치가 취해지며 병역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취재: 최기훈
촬영: 신영철 오준식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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