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지난 6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축소 은폐 의혹에 대해 1심 재판부(이범균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했다. 107쪽에 17가지 항목으로 재판부가 조목조목 무죄 이유를 밝혔는데도 의혹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양심선언을 한 권은희 과장의 진술을 전부 배척한 부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2012년 12월 16일 허위 수사 발표 배경과 의도에도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 직전 새누리당과 국정원, 경찰 간에 3각 통화가 긴밀하게 이뤄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지난 12일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이런 점들에 대해 제대로 보강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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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문의 주요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동안 핵심 증언을 해왔던 권은희 과장의 진술은 거짓이란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김용판 전 청장 편에서 진술한 17명의 경찰관에 대해선 일치된 증언을 했다며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 인사들은 이익은 커녕 사회적으로 매장될 위험을 안고 양심선언을 한 권 과장의 증언을 재판부가 전부 배척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17명의 경찰관은 경우에 따라 김용판 전 청장과 공범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상명하복의 위계가 엄격한 경찰 조직에서 이들이 입을 맞추지 않았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이 때문에 2심 과정에서는 권은희 과장과 경찰관 17명의 진술 가운데 어느 것이 진실인지 가리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법원 출입 기자들은 지난 공판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입을 맞춘 정황이 보였고, 이를 재판장도 자주 지적했다고 말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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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2012년 12월 16일 있었던 경찰의 허위 중간수사 결과 발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다만 내용과 시기에 대해 "다소 아쉽다"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마지막 대선 토론회에서 댓글 증거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 박근혜 당시 후보,
웃음 띈 얼굴로 곧 있을 수사 결과를 지켜보라던 새누리당 대변인,
경찰이 댓글을 발견 못했다는 정보가 있다는 김무성 당시 선대본부장,
이들은 어떻게 당시 수사를 맡은 수서경찰서도 몰랐던 얘기들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수사 결과가 그대로 발표됐다면 큰 역공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김용판 전 청장은 보안을 위해 수기로 보고 받았다고 했는데도 어떻게 새어나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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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석 / 뉴스타파
검찰은 지난해 9월 공판에서 국정원 간부들과 김용판 전 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의 통화 내역을 법원에 제출했다.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이 수사를 이끌던 시기다. 통화 내역엔 중간 수사 발표가 있었던 지난 2012년 12월 11일부터 16일 사이 이종명 3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간부들이 새누리당 캠프 인사들, 경찰 수뇌부와 빈번하게 통화한 사실이 들어있다. 이 3각 통화 내역은 경찰 중간수사 발표의 배후와 동기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윤석열 당시 팀장은 지난해 10일 국정감사에서 "통화 내역이 수백만 건으로 방대하고 인력이 부족해 추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치인들의 통화 내역을 포함해 기소 후에도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 전 팀장은 국감을 마지막으로 수사팀에서 쫓겨났고 다른 검사들도 1명만 남고 공중분해된 상태다.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되겠지만 검찰의 보강 수사 의지가 없어 보여 실제적 진실이 드러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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