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쌈짓돈 추적 : 20대 국회 정책개발비 증빙서류 최초 공개
2018년 08월 28일 08시 31분
이 기사는 2018년 8월 28일 방송된 KBS1 라디오 ‘김기자의 눈’ 가운데, 심인보 기자가 출연한 '국회 정책개발비 영수증을 뒤져보다'의 방송 원고를 재구성한겁니다. |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가 국회의원들이 쓰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 증빙 자료를 보고 왔습니다.
이번 취재는 특수활동비 말고 국회에서 숨기고 있는 또하나의 쌈짓돈, 입법과 정책 개발비인데요. 심기자가 국회에서 관련 자료들, 영수증을 7년만에 최초로 공개된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쓰는 정책개발비란, 2005년에 만들어진 예산. 국회의원들이 돈이 없어서 의정활동이 힘들다고 해서 책정된 예산입니다. 1년에 100억 원으로 시작해서 지난해 86억 원. 의원들 1인당 3-4천만 원 씩 쓸 수 있습니다. 주로 정잭자료집, 세미나, 도서구입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이 정책개발비를 엉뚱한 데 쓰고 있다는 소문이나 의혹은 많았습니다. 추석 때 의원실에서 떡값으로 나눠준다는 소문도 있었고 실제로 2011년에 공개된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한겨레 신문이 보도를 했었는데 그때도 아주 엉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한 6년 지났으니까 지금은 잘 쓰고 있는지 보려고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거부당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물인 정책 자료집을 뒤지기 시작했고, 뉴스타파에서 2017년 실제로 의원들이 낸 정책자료집을 뒤져 봤다. 국회 도서관에서 구할 수 있는 건 다 찾아봤습니다.
확인 가능한 1254건의 정책자료집을 다 뒤져 보니까,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25명이 어디서 자료를 베껴서 정책자료집이라고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나온 논문이나 다른데서 발간한 자료들을 베낀겁니다. 심지어 자기 보좌관 석사 논문을 그대로 베낀 의원도 있었습니다. 이런 정책 자료집을 1개를 내는데 통상 수백만 원이 지출됩니다. 뉴스타파가 보도를 하자 몇 몇 의원들이 문제의 정책 자료집을 내는 데 든 비용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 400만 원 반납
- 더불어 민주당 김병기 의원 500만 원 반납
-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가있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478만 원 반납
- 더불어 민주당 설훈 의원 300만 원 반납
-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100만 원 반납
국민 세금 수백만 원씩을 들여 만든 정책자료집에 엉터리가 많았다는 건 확인이 된 건데, 결국 돈을 어떻게 썼는지 세부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부내역을 확인하려면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자료를 받아야합니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게 작년 7월. 국회는 공개 거부했습니다.
국회는 다른 기관 예산을 감시하는 곳 입니다. 아이러니한 게 다른 기관 예산은 철저히 감시하면서 자기들 예산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명분은 의정활동 위축. 국회는 행정부를 감시하는 곳인데 그럼 국회가 행정부 활동을 위축시키는 걸까요? 아마도 ‘감히 국회를 누가 감시해' 이런 특권 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세금도둑을 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가 정보공개를 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올해 1월 1심에서 이겼는데 국회가 항소를 했고, 7월 항소심에서도 이겼습니다. 상고를 할 줄 알았는데 여론이 안 좋으니까 그제서야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이제 공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국회를 간 것은 입법 및 정책개발비의 세부 증빙자료를 직접 열람하기 위해서입니다. 86억 원인데, 이 가운데 19억 정도는 특활비랑 특정업무경비로 잡혀있어서 증빙자료를 안 주더군요. 그래서 국회에서 확인한 것은 한 67억 원 어치 영수증만 공개했습니다. 영수증, 세금계산서, 지급 결의서 같은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국회가 공개한 자료의 양은 2만 페이지 분량입니다. 대략 두께가 한 20센티 정도 되는 책이 50권이더군요. 오늘 하루 종일 4명이서 눈이 빠져라 봤는데 한 15권에서 20권 정도 본 것 같습니다.. 이걸 원래는 복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국회 사무처에서 너무 많아서 복사 못한다고 해서 일단 열람을 하고 그 중에 복사할 것을 저희가 체크를 하면 나중에 복사해주기로 했습니다. 그걸 받아야 본격적인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분석이 끝나야 보도도 할 수 있고요.
실제 이걸 보기만 해서는 잘 쓰고 있는지 여부를 제대로 알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 의심스러운 부분을 복사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래도 딱 봐도 이상한 것도 여러개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책개발비 예산이 90억 이라고 하면 국회의원 300명이니까 대략 한 3천만 원 정도 되잖아요? 이걸 연말까지 다 써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12월에 예산 집행이 엄청 많습니다. 1년 내내 안 쓰다가 12월에 거의 한 방에 소진하는 의원도 있는데 그냥 자기 자서전 같은 거 막 3천부씩 찍어 버리기도 하고, 이게 정책 개발비의 취지에 맞는지 의문입니다.
또, 연구 용역을 맡겨서 그걸 토대로 정책자료집을 내는데, 도저히 그 정책 자료집의 주제와 용역을 맡은 사람이 매치가 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보고서 용역을 주는데 그 용역 계약한 사람이 20대 대학생이거나 국회 인턴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실제로 정책자료집을 찍는다고 해놓고 안찍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이미 냈던 정책 자료집을 연말에 재발간한다고 하면서 수백만 원씩 썼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낸 정책 자료집이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고 사실 부족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이걸 연말에 재발간을 한다는 건 좀 수상합니다. 그것도 하루 이틀 간격으로 몇 백만원씩 여러번 재발간했습니다. 혹시나 영수증만 받고 정책자료집 인쇄는 안하는 거 아닌지 그래서 나중에 돈을 좀 돌려받은 거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재미있는 사례도 여럿 발견됐습니다. 다른 국회의원들이랑 정책 간담회를 한다고 하면서 자기 가족이 하는 식당에 가서 돈을 써놓고 이걸 정책 개발비로 신청해서 받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연말이 되면 정책개발비 예산을 다 소진하기 위해서 하루에 몇백만 원 씩 도서를 구입하는 국회의원들도 많습니다. 대개 정상적으로 쓰는 경우는 정책 토론회를 하고 토론회 참석한 사람들한테 사례비 주고, 거기서 나온 얘기 가지고 정책 자료집 만들어서 배포하고, 거기 들어가는 간식비, 식비 이런 거에 쓰는 건데 밥을 토론회 참석한 사람들하고 먹는 건 좋은데 그냥 토론회 며칠 전에 보좌관들끼리 밥먹은 것도 다 여기 얹어서 처리하는 거 같고요. 토론회 한 번하는데 과자는 왜 그렇게 많이 사는지 커피 한 번 사면 250개 들이 이렇게 사고 빵도 수십만 원 어치씩 사는 경우도 있고. 아마 의원실 간식도 정책개발비로 조달하는 경우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정책개발비 말고 국회에는 유난히 쌈짓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야가 내년에 폐기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특수활동비가 81억 원입니다. 그리고 오늘 영수증을 본 정책 및 입법개발비가 132억 원. 업무추진비가 88억 원. 특정업무 경비가 27억 원. 국민이 낸 세금이 어덯게 사용되는지 알 수 없는 국회예산이 1년에 328억 원입니다. 그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하나하나 다 제기했습니다. 이번에 정책개발비 증빙자료를 공개했듯이 다른 예산 내역 소송을 통해 공개를 받아내서 국민들에게 다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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