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론스타를 비호하나?
2015년 05월 08일 00시 06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Lonestar) 사가 과거 미국 법정에서 현재 한국 정부와 진행 중인 ISD 소송(투자자-국가 간 소송) 내용과는 모순되는 주장을 펼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면서 이후의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11월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이하 ICSID)에 5조 원대의 ISD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2007년 당시 홍콩상하이은행(이하 HSBC)과 벌였던 외환은행 주식 매각협상이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인해 결렬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론스타 측의 말 바꾸기가 처음 드러났다. 론스타는 지난 2009년 미국 텍사스 댈러스카운티법원에 낸 소장에서 HSBC와의 협상 결렬 책임을 론스타의 한국 책임자 격이었던 스티븐 리에 물었다. 당시 소송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는 스티븐 리의 배임혐의를 밝히기 위해 한국정부의 조사에 협조했고, ‘한국 정부의 조사는 신뢰성(credibility)을 가지고 있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ISD 소송에서 HSBC와의 협상 결렬 원인이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이었다고 주장하는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제통상과 법률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론스타 측의 ‘말바꾸기’ 가 국제법 상의 일반원칙인 ‘금반언의 원칙’(禁反言의 原則, Principle of Estoppel)에 저촉된다고 말한다. ‘금반언의 원칙’은 이미 표명한 자기의 언행에 대해 이를 번복하고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법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2조)으로 불린다.
실제 이 ‘금반언의 원칙’은 ICSID의 중재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지난 2005년 오만 국적의 한 건설회사(Desert Line Projects LLC)가 계약상의 건설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예멘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소송에서 이 ‘금반언의 원칙’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당시 예멘 정부는 지급해야 할 건설대금에서 미시공 공사비과 하자 보증금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ICSID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이 회사와 예멘 정부 양측이 합의해 작성한 양해각서에서 예멘 정부는 미시공 작업분을 문제삼지 않고, 하자보증을 면제해 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ICSID 중재부는 이 합의내용과 달리 예맨 정부가 미시공 공사비와 하자 보증금을 제하고 건설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은 앞선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 즉 ‘금반언의 원칙’에 어긋난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뉴스타파>가 찾아낸 론스타와 스티븐 리간의 민사소송 내용을 우리 정부가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제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론스타-스티븐 리 소송 자료는 론스타의 공격에 맞설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꼭 이 소송자료를 ISD 중재재판부에 제출해 론스타가 과거 외환은행 매각 협상이 결렬됐던 이유를 내부의 책임으로 돌렸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송 변호사는 “배임 행위의 당사자인 스티븐 리를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며 “소송이 화해로 마무리되며 매각지연의 책임이 스티븐 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인정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론스타 측의 반론에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재성 사법연수원 교수는 “론스타 측은 2009년 댈러스 소송을 스티븐 리-론스타 간의 책임만을 논한 것으로 한정할 수 있다”며 “(2009년 소송자료에서) 론스타 스스로가 한국 정부로서는 그렇게 (매각 승인 지연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취재 내용을 ISD 소송을 이끌고 있는 정부 관계부처 TF 측에 전달했다.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금반언의 원칙 위배 등) 해당 부분을 포함해 최선의 대응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소송 전략 상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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