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론스타 2천억 괴자금 수사중단 의혹
2015년 05월 07일 23시 04분
3억 9천만 원을 투자해 109억 원을 벌 수 있는 기가 막힌 투자 기회가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2,800%입니다. 뉴스 타파가 론스타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록 3만 페이지를 일일이 확인해서 새롭게 찾아낸 한 론스타 직원의 놀라운 투자 수익률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론스타 계열사의 부사장이었던 정 모 씨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60억 원을 투자합니다. 좋은 투자 기회에 한 몫 끼어든 것이지요. 외환은행이 매각되던 시점에서 이 돈은 164억 원으로 불어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 씨가 투자한 돈 60억 원 가운데 자기 돈은 3억 9천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56억 원은 론스타가 빌려준 돈입니다. 빌린 돈을 갚고도 정 씨에게 떨어진 수익은 무려 109억 원, 투자 수익률은 2,800%입니다.
몇몇 선택 받은 론스타 직원들은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투자를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정 모 부사장의 경우는 특별히 더 많은 혜택을 받은 경우고요, 일반적으로는 자기 돈 25%에 회사에서 빌린 돈 75%를 합쳐 투자를 합니다. 이 돈으로 대표적 조세 피난처인 버뮤다에 세운 회사의 주식이나 전환 사채를 사들입니다. 이렇게 하면 세금도 안낼 수 있지요. 회사에서 빌린 돈의 ‘지렛대 효과’ 때문에 투자 수익률은 세 배로 늘어나고요.
세상에 어떤 회사가 직원에게 이렇게 좋은 투자 기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까요? 그것도 거액의 투자금을 빌려주면서까지요. 대체 론스타는 왜 그랬을까요? 이런 혜택을 받은 일부 직원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을까요?
론스타 문제를 오랫동안 추적해온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이렇게 추측합니다.
무엇인가 비밀스러운 업무를 해야 되기 때문에 비밀 엄수를 위한 대가로 지급한 것이 아닌가, 이런 추측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론스타가 이런 목적으로 버뮤다에 세운 회사의 주주 명부를 입수했습니다. 즉 론스타로부터 이렇게 특별한 혜택을 받은 직원들의 명단이죠. 한국인이나 한국계로 추정되는 이름은 22명이었는데 대부분은 론스타의 사장이나 부사장, 이사들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비밀 엄수’를 위한 대가를 받은 그룹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들 가운데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임원도 아닌 부장의 직위에 불과한데, 개인으로서는 5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진 사람, 바로 이 모 씨였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씨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처 조카로 밝혀졌습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2003년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정책1국장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 준 실무자 중 한 사람이었고,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날 때는 금융 위원장이었습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 맞다면서도 매각을 허락해 줘서 론스타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입장을 묻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처조카 이 모 씨와 거의 만나지 않아 당시 론스타에서 일했던 사실도, 투자를 했던 사실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처조카 이 모씨는 지금도 여의도의 한 사모 펀드 대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주 명부에는 나오지 않지만, 검찰의 2006년 수사 기록을 보면 투자에 참여한 또 다른 한국인 직원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한 명인 임 모 대리가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의 친딸이라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임 모 씨는 당시 직급이 대리에 불과했지만 1억 2천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검찰의 수사 기록에 따르면 임 씨는 2억 원 정도를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스타파는 현재 킨텍스 사장으로 있는 임창열 전 부총리에게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임 전 부총리는 끝내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이 사실을 전해 듣고는 그동안의 궁금증이 좀 풀렸다고 합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금융감독 관료나 광의의 경제 관료들이 론스타 얘기만 나오면 기를 펴지 못하는, 그런 일들을 우리가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굉장히 의아해했어요. 그런데 뉴스타파가 발견한 이런 사실들이 그 의문에 대한 하나의 실마리를 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 그들이 순한 양일 수 밖에 없었나. 혹시라도 이런 인간관계나 다른 방식의 유착관계가 그런 당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 아닌가, 이런 추측을 저희가 해볼 수 있는 것이죠.
여기까지만 보고도 화가 좀 나시죠? 죄송하지만 조금 더 화날 만한 얘기도 해야겠습니다. 론스타의 불법 먹튀 행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 중 하나인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 얘기인데요. 유 씨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로 징역 3년 형을 살고 지난해 만기 출소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유 씨와 접촉하기 위해 행방을 쫓던 과정에서 유 씨의 호사스런 생활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호텔을 연상시키는 17억 원 짜리 고급 빌라에 살고 있는 유회원씨의 지정 주차 공간에는 시가 3억 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승용차가 서 있었습니다. 법정에 출석할 때는 기사가 운전하는 시가 2억 원 짜리 다른 승용차를 타고 다니더군요. 유회원씨는 앞서 언급한 버뮤다 회사의 주주 명부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은 또 검찰 수사기록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참여한 또 다른 론스타 계열사를 통해서도 유 씨가 투자에 참여한 계약서를 발견했습니다.
※ 모피아 : 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 (MOF, Ministry of Finance : 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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