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14일에 있었던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의 국정원 증거위조사건 수사결과를 접한 유우성 씨 변호인 김용민 변호사의 촌평이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국정원 일선 직원을 처벌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3급 이하의 국정원 직원 4명과 중국 국적의 협력자 1명이 기소됐을 뿐, 사법처리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남재준 국정원장과 서천호 국정원 2차장 등 이른바 ‘윗선’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사건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두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검찰 내부 대책 문건, 위증이 담긴 의견서 등이 고스란히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진상수사팀은 이들의 혐의에 대해 눈 감았다. 담당 검사들에 대한 통화내역 조사나 이메일 조사 등 기본적인 강제 수사 없이 무혐의를 결정한 것은 결국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소된 국정원 직원 4명 중 현재 구속된 사람은 김 모 과장이 유일하다. ‘사법 질서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었다’는 윤갑근 진상조사팀장 자신의 평대로 엄청난 사안이었지만, 막상 증거위조 사실이 확인되고도 이를 무겁게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이번 수사결과 발표가 국정원과 담당 검사에 대한 ‘면죄부 주기’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사결과 발표 이후,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바로 수리했다. 검찰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위조 증거 제출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언론 앞에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다. 박 대통령도 국무회의 석상에서 국정원의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수사발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관계 당국과 정부의 수습 과정은 신속했지만, 알맹이는 없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 국정원장은 입을 맞춘 것처럼 ‘환골탈태’ 운운했지만, 정작 새로 맞춰야 할 ‘뼈’는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NLL 대화록 유출 사건 때 책임론이 불거졌던 남재준 원장. 그는 또 한번 청와대의 신임을 받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부실한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변호인단은 터무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거액의 예산과 외교 경로, 영사 인사권까지 총동원된 이번 사건에 지휘부가 관여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또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서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출입경 기록에 대한 위조 사실 확인이 빠진 것을 두고 ‘수사 검사들에 대한 국보법상 날조죄 혐의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정원과 담당검사는 물론 면죄부 주기 식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검찰 수사팀도 수사해야 한다며 국가보안법상 특수 직무유기죄로 이들을 모두 경찰에 고발했다.
남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오는 6월 시행될 상설 특검의 첫 대상으로 이번 사건을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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