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발언 대통령실 비서관, 류희림 '청부민원'과도 연결됐나

2024년 10월 04일 14시 17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팀은 지난달 27일,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언론인들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고 말하는 육성을 처음 공개했다. 공동취재팀은 김 전 비서관의 발언이 실제로 실현된 정황도 파악했다. 시민단체  '새로운민심 새민연(이하 새민연)'은 2022년 9월, MBC의 '바이든 보도'가 허위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기 위한 순수한 시민단체”라고 적혔다. 그러나 새민연의 뿌리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거 조직이었다.  
그런데 공동취재팀 보도로 촉발된 대통령실 관계자의 ‘언론 고발사주’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민연의 핵심 관계자가 김대남 전 비서관은 물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도 긴밀하게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핵심 관계자는 김흥수 새민연 사무총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넣게 한 '청부민원' 의혹 사건에도 전면에 등장한다.
▲ 2022년 5월,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좌)가 김대남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국장(우)을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는 사진.(출처 : 더퍼블릭) 

각별했던 김대남-김흥수 콤비...각종 선거 때마다 손발 맞췄다   

2022년 9월 26일, 새민연 관계자들은 MBC의 ‘바이든’ 보도가 허위라며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을 주도한 인물은 김흥수 새민연 사무총장이었다. 이때 김대남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김 전 비서관이 김흥수 사무총장에게 MBC 고발을 지시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그러나 공동취재팀은 두 사람이 MBC 고발 이전부터 매우 각별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선, 김대남 전 비서관이 2022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청장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 만든 홍보 포스터에 김흥수 사무총장이 등장한다. 당시 김 사무총장은 김대남 선거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다. 김 전 비서관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두 사람은 함께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의 선거 캠프로 합류한다. 김대남은 조전혁 선거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김흥수는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그러나 조전혁 후보는 조희연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후 김대남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로 자리를 옮겼고, 김흥수는 새민연이란 단체를 만들고 사무총장이 됐다. 
김 전 비서관이 올해 4월 총선에서 경기도 용인갑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김흥수 사무총장이 캠프 수석 대변인직을 맡은 것으로 확인된다. 각종 선거 때마다 콤비처럼 움직인 두 사람의 행보를 보면, 김대남 전 비서관의 비판 언론 '고발사주' 발언을 직접 실행했을 만한 유력한 인물로 김흥수 사무총장이 지목된다. 
▲ 2022년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김대남 강남구청장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만든 선거 홍보물. 

김흥수는 류희림 '청부민원' 사건의 1번 타자였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김흥수 사무총장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또 다른 의혹을 확인했다. 새민연의 MBC 고발 1년 뒤인 2023년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지난 대선 당시에 보도된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기사를 인용한 방송사들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이 수백 건 쏟아졌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25일,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들이 오타까지 똑같은 민원을 집단적으로 신청한 이른바 ‘청부민원’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관련 기사 : 청부민원③ 류희림 주변 인물도 무차별 민원...공무원, 언론사 대표, 예술단장까지)
그런데 뉴스타파가 확보한 ‘청부민원’ 리스트에 따르면, 방심위에 관련 민원을 가장 먼저 신청한 사람이 바로 김흥수 사무총장이었다. 김 사무총장은 2023년 9월 4일, 오후 5시 29분, '2022 대선 때 뉴스타파가 신학림의 일방적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했는데 방송에서 윤석열 후보 관련해 진짜인양 보도한 사실에 올바른 심의 필요함'이라는 내용으로 민원을 신청했다. 이후 김 사무총장의 가족들도 비슷한 내용의 민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청부민원' 사건은 마치 사전에 미리 짜놓은 각본처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진행됐다. 김흥수의 민원이 들어오기 약 한 시간 전, 국회에서는 뉴스타파를 폐간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극언이 쏟아졌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이 청부민원들을 근거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MBC, KBS, YTN, JTBC에 사상 최대의 과징금 제재를 내렸다. 검찰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발족하고 뉴스타파, JTBC, 경향신문 등 5개 언론사의 전현직 언론인 8명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 김흥수 사무총장이 지난해 9월 4일 본인이 직접 방심위에 신청한 민원 내용. 김 사무총장의 아내와 자녀들도 함께 민원을 신청했다. (뉴스타파 리포트 화면) 

김흥수·류희림은 KBS 입사 동기...국회 청문회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청부민원' 사건이 완료된 뒤인 지난해 10월 17일, 류희림 위원장은 김흥수 사무총장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언어특위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방심위 홈페이지에는 김흥수 사무총장의 직함이 공영홈쇼핑 사외이사로만 표기됐다. 김흥수와 류희림은 KBS 입사 동기였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비서관 김대남, 새민연 사무총장 김흥수, 방심위원장 류희림이 서로 연결돼있고, 이 같은 인맥도를 바탕으로 비판 언론 '고발사주'와 '청부민원'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김대남과 류희림이 서로 아는 사이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김대남과 류희림이 모르는 사이라면, 두 사람을 모두 아는 김흥수가 중간에서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2022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흥수 새민연 사무총장의 행적 정리  
김흥수 사무총장은 지난달 9월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새민연이 MBC를 고발하고, 본인과 가족이 방심위에 민원을 신청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MBC 고발 등이) 김대남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냐"고 묻자, 김 사무총장은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대통령실이 비판 언론 '고발사주'와 '청부민원'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대통령실과 김대남, 김흥수, 류희림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SNS로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봉지욱·박종화·연다혜(이상 뉴스타파)·신상호(오마이뉴스)
촬영이상찬 신영철
편집정지성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