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AI 피해, 소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라

2014년 02월 11일 22시 52분

AI 발생농가는 129곳… 살처분 농가는 2,600곳

지난달 17일 전북 고창의 오리 농장에서 AI(조류독감) 발생이 처음으로 확인된 후 지금까지 AI가 발생한 농장은 전국적으로 모두 17군데, 모두 300여만 마리의 오리와 닭이 살처분됐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AI와 관련해 살처분한 가금류는 약 2천 8백만 마리나 된다. 실제 AI에 감염돼 폐사한 가금류는 몇 백 마리 수준이지만 그보다 십만 배나 더 많은 규모의 가금류가 살처분굉 것이다. 더우기 발생 농장 수는 129 곳에 불과하지만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가는 2,600 곳이 넘었다. 무차별적 살처분은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볼 수 없는 대책이다.

▲ AI 발생 인근 지역 농민 "못 나가고 있으니까 이렇게 가지고 나온 거죠"

살처분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단지 살처분 농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북 정읍에서 토종닭 농가를 운영하는 조명옥 사장은 AI 발병 이후 단 한마리의 토종닭도 팔지 못했다.

“대한민국 상인이 이 지역으로는 안 옵니다. 문제는 닭을 사러 안 오는 거예요.”

살처분 대상이 아니고 이동제한 대상도 아닌 농장이지만 AI 발생 인근 지역에선 수매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그러던 중 지난 6일에는 전북 김제의 한 토종닭 농가에서는 판로가 끊긴 양계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농장은 단 한번도 이동제한에 걸린 적이 없지만 30km 떨어진 고창군에서  AI가 발생한 후 사실상 판로가 막힌 것이다.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 부회장은 “가축이 매몰된 사람들은 그나마 보상비라도 받는데 매몰되지 않고 열심히 소독하고 정부정책에 따른 사람들은 소비가 안 돼 정말 답답한 심정” 이라며 간접피해로 인한 괴로움을 토로했다.

▲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열악한 사육 현장

열악한 사육환경… AI 재발 불 보듯 뻔해

전문가들은 이번 AI 발병과 확산의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이라는 열악한 사육 환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한국의 축산 환경은 열악하고 질병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말한다. 또 “이번에는 새지만 다음엔 사람일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 사태를 강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라고 말한다. 열악한 사육 환경에 대한 개선 없이는 AI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한 가금연구소는 새가 쉴 때 필요한 면적은 637㎠, 새장에선 최저1681㎠라고 보고 있다. 우리처럼 날개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사료만 먹는 환경에서는 닭들이 약해지고,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역학 조사 없이 감염 농가 반경 3km 이내 가금류를 무차별적으로 살처분하는 지금 정부의 방식도 이번을 계기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 AI 발생으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 현장 자료사진

한 해 걸러 한 번씩  AI 창궐

세계동물보건기구, OIE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12군데 농가에서 H5N1 AI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농가수로 보면 세계에서 열한번 째로 높다. 중국보다는 4건, 인도보다는 15건, 일본보다는 80 건이나 더 발생한 것이다.

발생빈도를 보면 2003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번, 한 해 걸러 한 번씩 AI가 창궐하는 셈이다.  때만 되면 AI가가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공장식 축산, 무차별적 살처분 방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AI 재발과 축산 농가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번 AI 사태가 잘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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