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사학재벌의 두 얼굴

2013년 05월 30일 10시 28분


<앵커 멘트>
뉴스타파가 추적한 페이퍼컴퍼니의 주인 전성용씨는 강원도의 사립대학교인 경동대학교의 총장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나이 마흔에 대학교 총장이 된 인물입니다. 전성용 총장은 왜 페이퍼컴퍼니를 무려 네 개나 만들었을까요? 조성현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조성현 피디>
마흔 두 살의 전성용. 강원도에 한 사립대학교의 총장. 그가 조세피난처의 유령회사를 만들고 가서 외국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경동대학교 직원들]
(안녕하세요. 혹시 총장님 계신가요?)
“총장님 안 계시는데요.”
(총장님 안 계세요?)
“네. 오늘 안 오셨어요.”
(오늘 안 오셨어요?)
“네.”
(그럼 언제쯤 총장님 오시나요?)
“글쎄요. 일정을 안 알려주셔서..”
“제가 총장님께 한 번 연락을 드리고요. 통화가 안 될 경우에는 피디님께 통화가 안 된다는 것을 제가 말씀드릴게요.”

하지만 만 하루 뒤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총장님 문자가 왔습니다, 저한테. 지금 감기몸살이 심해서 목소리도 다 갔다, 응급조치하고 병원 가서 링거 맞고 피디님 전화 오면 조금만 더 여유를 달라...”

그 후로 한 주 내내 전성용 총장의 집무실은 비어있었습니다.

전성용 총장의 아버지 전재욱씨. 그는 경동대와 경복대 등 대학교 두 곳과 고등학교 두 곳을 설립한 인물입니다. 얼마 전 경동대의 통폐합된 동우대까지 합치면 실질적으로는 대학교 3개를 거느린 거대 사학재벌입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것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 이른바 경문대 사태 때문이었습니다.

1998년. 전재욱씨는 후에 경문대로 이름이 바뀐 평택 공과대학을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교비횡령과 교수징계로 학내 분규가 폭발하자 학장자리를 내려놨습니다.

[김칠준 변호사]
“전재욱 전 이사장의 경문대 인수 과정은 마치 부동산 투기의 과정 일 년에 한 번 하나씩, 슈퍼마켓 늘려나가듯이 일 년에 대학 하나씩 설립해나가는 그런 과정이었습니다. 학교를 불법적으로 사고 팔고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른 학교의 교비를 유용해서 그 학교를 사고 팔고 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이 됐었고요. 또 한편으로는 경문대에서 나오는 교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평택시 모곡동에 있는 공장 부지를 한 35억 원을 들여서 매수하는데 사용했던 것이 당시 사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교비를 어떻게 조성했을까.

[강진철 국제대(전 경문대) 교수]
“도서관이나 학생들 편의시설 이런 게 상당히 부실했어요. 실험실습비라고 해서 (등록금) 항목에 다 있었죠. 그게 제대로 실험실습비 진행이 안 됐을 거예요. 지출이 안 됐으니까 (실험실습비가) 교비에 차곡차곡 쌓여져 있었죠.”

그 후 그는 자신이 세운 여러 대학교의 총장직에서 물러납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곧 그의 가족들이 채우게 됩니다. 장남인 전성용씨는 현재 경동대 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전재욱 일가는 이후로도 허위로도 농업경영 계획서를 제출해 강원도 원주시 일대의 4만4천2백 평의 농지를 전성용 총장과 학교 관계자 명의로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체육학과도 없는 경복대에 골프장을 설립한다는 명목으로 33만 평의 부지도 매입했습니다. 문제는 땅 구입 자금이 경복대와 동우대의 교비였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용 재산 수입금을 차남의 생활비와 개인 신용카드 대금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지난 2005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전재욱씨는 아내와 함께 일본으로 달아났다가 2007년 9월에 귀국합니다. 그는 횡령 등의 혐의로 귀소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벌금 7억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강진철 국제대(전 경문대) 교수]
“이 분이 일본으로 도망갔죠. 일본으로 도망가서 한참 있다가 사건을 마무리하고 들어왔는데 그 마무리한다는 게 검찰과 법원까지 어떻게 손을 써서 257억을 횡령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 징역에 5년 집행유예 받아서 하루도 감옥살이를 안 하고 집행유예로 빠져나왔어요.”

전재욱 일가의 부동산 사랑은 유별납니다. 서울시청 광장 바로 앞에 자리한 이 고층 건물이 경동대학교 법인소유입니다. 지금껏 재단이 사고 판 건물들만 봐도 강남사거리, 충정로 등에 위치한 고층건물들입니다.

학교 또한 캠퍼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경동대의 경우 통폐합 된 동우대 캠퍼스를 포함 원주 문막(?)과 양주에 새로운 캠퍼스를 세웠습니다. 경복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포천 캠퍼스 외에도 남양주에 새로운 캠퍼스를 설립했습니다. 대학교 2개의 캠퍼스는 6개나 되는 셈입니다.

[김경석 속초 경실련 사무처장]
“속초 시가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서 평당 땅 값을 2천 원씩 기존에 한 만 원 정도 하던 것을 그렇게 해서 불하를 해줬습니다. 근데 그 땅이 참 좋은 땅입니다. 왜 좋은 땅이냐면 온천이 자리 잡고 있는 땅이고요. 동우대가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동우대가 이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영상 수익구조가 어려우면 온천을 개발해서 수익구조를 맞추게 속초 시가 도움을 주겠다. 그런 상황에서 온천 개발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결국은 (온천 개발 허가는 받고도 캠퍼스를) 이전할 계획을 잡고 있고, 이전을 착착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학교 재단이 부를 축적하는 사이 학생들의 교육여건과 복리는 얼마나 더 나아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경동대, 동우대 등 그들이 소유한 대학들은 정부지원 제한 등에 선정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홍민식 교육부 대학재정지원과 과장]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에 대해서 구조 개선이라든가 교육의 질 제고에 어떤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고요. 그런 대학들은 다른 대학들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교육 여건에 대한 투자라든가 구조개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결국 2010년 기준으로 봤을 때 경복대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의 59.16 퍼센트만을 동우대는 72.2퍼센트만을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썼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돈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들어 간 것일까요? 뉴스타파 취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고급빌라를 찾아갔습니다. 전성용 총장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며 주소로 기재한 장소입니다. 이 빌라는 경동대 법인이 구입하였으나 전재욱 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하는 건물이었습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네. 여기 전성용 총장님 댁 맞죠?)
“아닌데 누구신데요? 누구신데요?”
(저희 인터넷 방송에서 나왔는데요.)
“아닌데요.”
(전성용 총장님 댁 아닌가요?)
“네.”

그리고 누군가가 커튼 사이에서 취재진을 살펴봅니다. 빌라 관리인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관리인]
(맞죠? 502호. 전성용 총장님댁)
“이사 안 갔어요.”
(이사 안 가셨어요? 502호가 전성용 총장님 댁 맞아요?)
“네.”
(매일 여기 왔다 갔다는 하시죠?)
“그렇죠. 3부자가 여기 다 살아요.”
(아 여기 다 살고 계시는 거예요 지금?)
“그렇죠. 둘째도 총장이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전총장을 만나지 못한 제작진은 경동대학교 앞에서 일주일이나 그를 기다렸습니다. 가고 또 가고 또 가고. 전성용 총장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전 총장만을 위한 지정 주차석은 한 주 내내 비어있었습니다. 물론 총장실도 비어있었습니다.

[경동대 직원]
(만나뵙자고 연락을 몇 번 드리고 일주일 동안 기다린 거잖아요.)
“네네.”
(그런데 그렇게 처음부터 부탁을 드렸는데 한 주 동안 내내 안 오셨다는 거죠?)
“아프시니까 못 오시죠. 365일 매일 안 아플 수가 있습니까.”

개인 번호를 알아내 통화도 시도해 보고. 문자도 보내봤지만 학교 측은 물론 전성용 총장으로부터도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전성용 총장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때 철저하게 차명을 사용해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통상적인 경우와는 달리 1년여 동안 4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습니다. 그가 이들 유령회사를 설립하던 시기가 재산설립자인 아버지가 검찰수사를 피해 일본에 도피해 있는 시기와 겹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과연 전총장의 페이퍼컴퍼니와 연결된 해외비밀계좌에는 어떤 돈이 얼마나 흘러들어갔을까요. 혹시 학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교비는 아니었을까요.

뉴스타파와 ICIJ가 찾아낸 전성용 총장의 유령회사 관련 데이터엔 그가 싱가포르 화교은행 OCBC에 두 개의 계좌를 개설한 사실과 그 계좌번호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국세청과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전총장과 관련된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전성용 경동대 총장은 지금 이 시간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학은 말로만 사학일 뿐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물론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그만큼의 투명성이 요구됩니다. 전성용 총장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4개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는지, 국세청 등 정부당국이 밝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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