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보도 진실성 인정"... 뉴스타파, 김형준 전 검사에게 승소

2020년 08월 20일 16시 00분

김형준 전 부장 검사가 뉴스타파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뉴스타파와 MBC가 승소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정은영)는 어제 (8월 19일) 선고한 판결에서 뉴스타파와 MBC 보도는 “공익성과 진실성, 상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없다”면서 김형준 전 검사가 제기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 “<죄수와 검사> 보도 진실성 인정”

뉴스타파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죄수와 검사> 연속 보도를 통해 검사와 전관 변호사와의 유착 관계, 이 과정에서 덮인 검사들의 성매매 등 범죄 행위, 주식시장 큰손들의 범죄와 이를 비호하는 세력 등을 폭로했다. (관련 기사 : <죄수와 검사> 시리즈) 연속 보도에 등장하는 주요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김형준 전 부장검사다. 

▲ 김형준 전 검사가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뉴스타파가 승소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보도에서, 김형준 전 검사가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으로 재직할 당시를 전후해 김 전 검사와 친분이 있는 검사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의 4가지 금융범죄 혐의 사건이 무마됐으며, 박수종과 가까운 사이인 상상인 그룹 유준원 전 대표는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고도 단 한 차례의 수사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박수종 변호사가 김형준 전 검사에게 뇌물성 금전과 향응을 제공한 점, 또 김형준 검사가 연루된 이른바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자신의 의뢰인을 배신하기까지 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박수종, 김형준 두 사람의 친분 때문에 사건이 무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MBC <피디수첩> 역시 뉴스타파와 공동 제작한 방송을 통해 같은 의혹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 김형준 전 검사는 자신은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이 구속 기소된 이후에 서울 남부지검에 부임했으므로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고,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 혐의 사건도 봐준 적이 없다며 뉴스타파와 MBC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1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우선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는 김형준 전 검사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으로 부임한 날짜를 고려하더라도 “다수의 공범이 있는 사건에서 공범 중 일부에 대한 수사가 먼저 이루어져 기소된 후라도 나머지 공범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여 공모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김형준 전 검사가 스포츠 서울 주가조작 사건 수사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로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 의혹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형준 전 검사와 박수종 변호사의 친분 관계나 박수종 변호사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서 조사받은 날 김형준 전 검사와 3차례 통화를 한 점, 김형준 검사가 “수사대상이었던 자와 부적절한 금전 거래를 했다”는 사유로 대검찰청의 징계를 받은 점을 고려할 때 뉴스타파의 기사가 허위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법원은 밝혔다. 

특히 법원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검찰이 박수종 변호사와 유준원 전 대표를 수사해 구속 기소하였으므로, 뉴스타파 보도 당시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첫번째 시즌에서 집중 보도한 박수종 변호사(오른쪽)와 유준원 회장 (왼쪽)이 지난 6월 20일 구속됐다. 법원은 이로 미루어 뉴스타파 보도에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뉴스타파 기사, 공익에도 부합”

법원은 이와 함께 뉴스타파 기사가 공익에 부합하므로 명예훼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공직자인 원고가 공직수행을 하면서 자신과 친밀한 관계인 변호사의 금융범죄혐의 사건, 그 변호사가 변호하는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였는지 아니면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나 수사대상에서 제외하였는지에 관하여 의혹을 품울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 사항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관련 소송 잇따라 승소

지난해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첫 번째 시즌을 보도하고 난 뒤, 보도의 대상이었던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전 검사, 주진우 전 검사(현재 변호사) 등이 뉴스타파를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박수종 변호사가 제기한 기사 삭제 가처분 소송에서는 지난 3월 뉴스타파가 승소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전관 비리 의혹 변호사 실명 공개는 타당’..뉴스타파, 기사 삭제 소송 승소)

김형준 전 검사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이번에 뉴스타파가 승소함에 따라 이제 박수종 변호사가 제기한 손해 배상 소송, 주진우 변호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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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심인보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