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⑩ 유동수, 가짜 견적서로 세금 빼돌려
2018년 11월 13일 13시 04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서 일어난 국회예산 ‘횡령 사건’ 용의자로 몰려 유 의원과 보과관에 의해 고발까지 당했던 20대 여성 인턴이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1년 넘게 종결 처리를 하지 않아 계속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지난 1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이송된 상태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0일 “사건 당사자인 보좌관 요청으로 타청 이송되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이 말한 ‘사건 당사자’는 ‘횡령’ 사건 당시 유동수 의원실 보좌관으로 재직한 서 모 씨로 확인됐다. 서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의원실 경비로 쓰려고 했을뿐 내가 가져간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동수 의원실 국회 예산 ‘횡령’ 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기사로 알려졌다. (기사 링크: https://newstapa.org/article/151mp) 당시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유동수 의원실이 가짜 연구자와 허위견적서를 이용해 국회 정책개발비 818만 원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하고, 유동수 의원을 형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 정성헌 주임검사실에 배당됐다.
그러자 유동수 의원과 보좌관 서 씨는 결백을 주장하며 ‘공금횡령’ 당시 유동수 의원실 인턴 비서로 재직한 김지아(가명) 씨를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발 직후인 2018년 11월 유동수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정책개발비) 980만 원을 인쇄소에 보냈고, 인쇄소는 다시 818만 원을 여직원(김지아)에게 송금해줬고, 여직원은 그걸 그대로 다 인출해 버린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818만 원이 빠져나간 통장은 김지아(가명) 씨 명의로 만든 의원실 공용통장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2019년 4월 김지아(가명) 씨를 ‘혐의 없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유동수 의원 측 주장과 달리 김지아(가명) 씨 명의 통장은 의원실 공금으로 관리됐고, 따라서 김지아(가명) 씨가 의원실 경비를 임의로 인출해 가져가지 않았다는 결론이었다.
반면, 유동수 의원과 함께 인턴 고발을 주도한 보좌관 서 씨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공금횡령’ 사건의 주범을 인턴 김지아(가명) 씨가 아닌 보좌관 서 씨라고 봤다.
그런데 이후,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피의자 조사 등 아무런 수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유동수 의원에 대한 직접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초 고발로부터 1년 10개월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횡령 사건 피의자(보좌관 서 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사건을 타청 이송하고, 담당 검사까지 바꾼 것이다.
반면 검찰은 유동수 의원실 전직 인턴 김지아(가명) 씨가 요청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경찰에서 오래 전 무혐의 결론이 난 자신의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불기소 여부를 더 이상 끌지말고 조속히 판단해달라며 지난 7월 28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의 권한을 쥔 서울남부지검 검찰시민위원회(위원장 고대길)는 “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집 신청을 불허했다.
같은날 시민단체 3곳이 “유동수 의원에 대한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반려됐다. 이날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심의위 소집 요건인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아니라는 건데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찰청예규 제967호)에는 ‘검찰총장의 직권 또는 지방검사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 수사심의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의 사건 처리가 계속 늦어지면서 전직 인턴 김지아(가명) 씨는 피의자 신분이 해소되지 않아 취업도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그를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 만나 인터뷰했다. 김지아(가명) 씨는 “경찰 수사만 10회 이상을 받았고 거짓말탐지기, 대질조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지만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나도 모르는 권력 때문에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거라면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아래는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기자 : 일은 그러면 얼마 정도 하셨어요? 유동수 의원실에서.
● 김지아(가명) : 유동수 의원실에서는 (2016년) 5월 말부터 12월 30일까지, 한 6~7개월 일했어요.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인정을 받기 위해.
○ 기자 : 김지아(가명) 씨 명의의 통장(의원실 공용통장)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 김지아(가명) : 제 명의의 통장은, 입사를 한 뒤 (서OO) 보좌관님께서 이제 저한테 ‘통장을 하나 새로 개설을 해라, 이 통장은 직원들을 위한 통장이다’라고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기자 : 직원들을 위한 통장?
● 김지아(가명) : 의원실에 들어오는 식사비용이나 직원들에게 필요한 비용 등 그것들(의원실 경비)을 의원님 명의의 통장으로 돈을 받게 되면 그걸 다시 제 명의로 된 통장으로 옮기도록 말씀해 주셨습니다. (기자 주: 의원실 경비는 반드시 국회의원 명의로 된 통장으로만 지급된다.)
○ 기자 : 그런데 맨 처음에 김지아(가명) 씨 명의의 통장을 만들라고 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 김지아(가명) : 다른 의원실의 행정비서들도 이와 같은 통장을 갖고 있어서 의심하지 않았고요. 국회에서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투명하고 정직하게 일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을 했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배신이라는 것이어서 실망감이 컸습니다.
- 2020년 9월, 김지아(가명) 인터뷰
인터뷰에서 그는 공용통장 관리 및 경비 지출 등은 모두 보좌관의 업무 지시를 받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 이후 유동수 의원실에 의해 ‘횡령’의 주범으로 몰렸고, 검찰의 늑장 처리가 더해지면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김지아(가명) 씨의 주장이다.
● 김지아(가명) : (서OO) 보좌관님이 ‘(공용통장) 수입이랑 지출 내역을 엑셀로 정리해라’ 그래서 알겠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의원님께도) 보고를 하라고 하셨고, 무조건 저는 말일에 했어요. 30일. 늦으면 다음 달 1일. 이렇게 하고. 의원님한테 바로 보고했더니 의원님이 두고 가, 라고 하신 적 있었고.
- 2020년 7월 김지아(가명) 인터뷰
○ 기자 : 수사에 대한 피로감, 이런 거는 없었을까요?
● 김지아(가명) : 엄청 압박이 심하더라고요. 이게 내가 가져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수사라는 그 자체만으로 압박이 진짜 심하더라고요. 직접 겪어보면 거기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말도 못 하는 것 같아요. (중략) 저는 일개 시민이잖아요. 제가 뭐 힘이 있는 국회의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제 취업을 해야겠다고 해서 취업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취업 시장에서 이런 수사관계를 알고 입사 취소가 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되었고.
- 2020년 9월 김지아(가명) 인터뷰
● 김지아(가명) : 저를 이렇게까지 만드실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조금 있어요. 저의 억울함을 검사님들도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2020년 9월 김지아(가명) 인터뷰
현재 서울남부지검에는 유동수 의원실 ‘공금횡령’ 사건 외에 국회 정책개발비를 빼돌리거나 허위견적서를 이용해 세금을 타낸 것과 같은 유형의 사건이 여럿 배당돼 있다. 2018년 11월 뉴스타파의 <’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 보도 이후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전현직 의원은 이은재, 백재현, 황주홍, 강석진, 곽대훈, 조경태, 경대수, 박덕흠, 안상수 등 9명이다. 이들 사건 모두 1년 10개월째 서울남부지검 형사 6부 정성헌 주임검사실에 계류돼 있다.
지난 7월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이들 9명의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기소·불기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서울남부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은 이들 9명에 대해서도 피의자 조사 등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다른 현안사건들이 좀 있었고, 보조금 관련 고발사건 대상자가 다수여서 함께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관여된 사건이라 처리가 늦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취재 | 임선응 강현석 연다혜 |
촬영 | 신영철 |
편집 | 김은 윤석민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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