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한국사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이 사건에 관련된 출판사의 자격 조작 사실을 최초 보도하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사실상 이 문제를 묵인했다는 점을 보도한 바 있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국회 교육위에 ‘한국학력평가원’(이하 출판사)이 출판한 ‘2007년판 수능 기출 문제집’ 실물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실물 자료는 해당 출판사가 출판 실적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2023년 판본과 표지만 다를 뿐 내용이 완전히 같다. 해당 출판사가 이른바 '표지갈이'라는 편법으로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을 조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물증이다.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려면 '최근 3년 이내 검정출원 교과 관련 도서를 한 권 이상 출판한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학력평가원은 2007년 출판한 문제집(왼쪽)의 표지만 바꿔 발행 등록(오른쪽)하는 수법으로 이 같은 출판 실적을 조작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부터 해당 문제를 연속 보도했다. 해당 출판사가 ‘최근 3년 사이 검정 출원 관련 도서를 1권 이상 출판해야 한다'는 교과서 검정 신청 출판사 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 16년 전 자신들이 발행한 문제집을 재활용해 출판 실적을 부풀린 수법이 낱낱이 드러났다.
또 이들은 비매품 문제집을 제작해 견본 수량만 국립중앙도서관에 장서용으로 제출(납본) 한 뒤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이 납본 증명서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출판실적 증명서류로 제출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검증없이 해당 출판사의 교과서 검정 신청 자격을 인정해 주었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국회 국정감사의 후속 조치로 진행됐다. 뉴스타파가 이 사실을 보도한 이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는 교과서 검정 취소 처분과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기에 교육부 현직 공무원인 장관 청년보좌역까지 이 출판사 교과서 저자로 참여한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져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고, 이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반복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출판사 대표 역시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국회 교육위는 국정감사 직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역사교과서 검정 절차에 대한 감사’ 등의 내용을 담은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교육위는 감사요구안에서 “이 같은 사태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교육의 질을 보장하고, 교과서 검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책무를 방기한 결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교과서 검정 사업에 무자격 업체가 참여하여 공교육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규정을 무시한 절차상의 문제를 방치한 점은 중대한 행정적 실책”이라며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 감사요구안 의결로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감사원은 3개월 이내에 감사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에 중간보고를 하고 감사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국회의장은 최대 2개월 더 감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이번 감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