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 주신 와인의 향기"...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

2022년 04월 22일 17시 12분

뉴스타파는 4년 전인, 2018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던 장충기와 정·관·법조·언론계 인사들 사이에 오간 문자 메시지를 확보해 폭로했다. ‘477건의 장충기 문자’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삼성의 그물망 속에 포획돼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윤석열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윤 당선자와 함께 할 장관 후보자, 대통령실 비서진 인선이 속속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새 정부에서 중책을 맡게 될 인사 중에서 ‘장충기 문자’에 등장하는 이들은 누굴까? 장충기 문자를 4년 만에 다시 들여다봤다. 

① "보내주신 와인, 분위기 띄었다" 박보균, 장충기에게 감사 문자

▲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우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눈에 띈다. 그는 1981년 10월, 중앙일보 기자로 들어와 중앙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2014년 12월에는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로 승진했다. 
이날, 장충기 사장이 박 후보자에게 와인을 보낸다. 와인을 받은 직후, 박 후보자는 장 사장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늘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 주신 와인의 향기 자축 분위기 띄어주고, 박보균 올림”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장충기 삼성 사장에게 보낸 문자 (2014. 12. 17) 
박보균 후보자 외에도 장충기 사장에게 와인을 받은 사람의 숫자는 다섯 명이다. 그 중에서 장충기 사장이 황창규 KT회장에게 ‘몬테벨로 릿지2010’이라는 이름의 와인을 보낸  메시지 기록이 남아있다. 이 와인 한 병 가격이 50만 원대였다. 
재벌 그룹 사장으로부터 언론사 고급 간부가 와인을 선물받기 위해선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인연을 쌓아야 하는 걸까. 박 후보자는 중앙일보를 퇴사한 지난해 3월부터 장관 후보자가 된 올해 4월까지 약 1년 동안, (주)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② 행정고시·장관 출신 관료 모임에 등장하는 김대기 

▲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이번엔 윤석열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발탁된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대기 실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통계청장, 대통령실 경제수석, 정책실장을 지낸 MB정부의 핵심 공직자다. 
김대기 실장과 장충기 사장은 공적 자리에서 여러 번 만났다. 이명박 정부였던 2011년 경제수석 시절에 그는 장충기를 포함해 10대 재벌 그룹 구조본부장을 청와대로 불러 대기업·중소기업 공생방안을 논의했다. 또 2012년에도 장충기를 포함해 5대 재벌그룹 관계자를 불러 기업 투자 관련 청와대 회의를 열었다.   
이런 공식 만남 말고 김대기 실장은 청와대를 나온 이후에도 장충기와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8월 16일, 김 실장이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감사위원)를 맡고 있을 때였다. 김 실장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고 장충기 사장을 포함해 여러 명을 초대한다. 
대화방에 초대된 이들은 전직 장관 등 고급 관료들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과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낸 박봉흠과 변양균, 노무현 정부에서 중소기업청장과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김성진 등이다. 
김대기 실장은 이 대화방에서 “장충기 사장님 초대로 저녁 모임을 갖는다”고 대화방 개설 목적을 설명한다. 그리고 8월과 9월 주말 일정을 올리며, 모임 날짜를 정해달라고 요구한다. 김 실장은 이 때, 박봉흠, 김성진, 변양균 전 장관들을 ‘형’이라 부른다. 
김대기 실장: 봉흠형이 25일과 31일 중 택일해 주세요. 참고로 25일은 성진형. 31일은 양균형이 빠지는데 가능 인원수는 25일이 더 많습니다. 
김대기 실장: 장 사장님이 삼성전자 OOO 식당에서 좋은 걸루 준비하신다 했는데...

김대기 청와대비서실장이 장충기 삼성 사장과 주고받은 메시지(2016. 8. 15)
결국, 모임 날짜는 2016년 8월 25일로 정해진다. 김대기 실장을 포함해 전직 고급 관료들은 장충기 사장으로부터 어떤 식사 접대를 받았을까. 장충기 사장이 “좋은 걸로 준비하신다”는 메뉴는 대체 뭐였을까. 
장충기 문자를 보면, 김대기 실장은 장충기 사장과 함께 또 다른 식사 모임을 갖는다는 내용도 있다. 이번 장소는 신라호텔 최고급 중식당이었다. 중식 모임에 초대받은 이들은 김성진, 박봉흠 전 장관 외에 박재완도 있다. 
박봉흠 장관님 김성진 장관님. 박재완 장관 김대기 실장 그리고 회장님과 저 부산 사람 6명 입니다. 팔선에서 곧 뵙겠습니다 장충기드림

장충기 사장이 누군가에게 보낸 문자(날짜 미확인)
박재완은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박재완은 2019년 삼성전자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 2020년에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다만 이 모임이 실제 언제 성사됐는지, 구체적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다.   

③ 장충기와 함께 합포모임 명단에 나온 김인철 후보자 

▲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장충기 문자에 등장한다. 장충기 사장이 주도했던 ‘합포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합포모임’은 경남 마산중, 고등학교가 있는 마산합포구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산·창원 지역 인사들이 주축이다. 김인철 후보자도 서울 용산고를 나왔지만, 마산 출신이다. 
2015년 2월 24일, 서울 강남 한식당에서 ‘합포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임에 마산 , 창원 등 경남 출신의 고위 공직자가 여럿 나온다. 김정부(전 국회의원), 박성호(전 국회의원), 배덕광(당시 국회의원), 여상규(당시 국회의원), 이만우(당시 국회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의 이름과 함께, 박완수(당시 인천국제공항 사장), 변추석(당시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날 김인철 후보자는 모임에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충기 문자 속에 ‘불참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모임은 이학수 삼성 부회장이 후원했다. 장충기 사장은 그해 “여름이 되기 전, 다시 모이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몇 글자에 불과한 문자메시지가 주고받은 주체인 두 사람을 다 설명한다고 볼 순 없다. 다만,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보여주는 편린은 될 수 있다.
뉴스타파는 박보균·김인철 후보자, 그리고 김대기 실장에게 연락해 장충기 사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정부 고위 공직자와 기업 임원 간의 바람직한 ‘정·경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후보의 생각을 물었다.
박보균 후보자는 문체부 대변인실을 통해 "장충기 사장과는 친밀한 사이가 아니다"며 "당시 장충기 사장이 와인을 보내와 의례적으로 인사를 한 것으로 기억하기로는 몇 만원 정도의 와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충기 사장을 알게 된 인연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하지 않았다. 
김인철 후보자는 교육부 대변인실을 통해 "김 후보자가 중학교까지 마산에서 다녔지만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면서 "장충기 사장을 전혀 모른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해왔다.  
뉴스타파는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 해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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