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위조’ 협조자를 증인신청...그런데 검사는 몰랐다?

2014년 08월 29일 19시 54분

유우성 씨 항소심 담당 검사가 유 씨 출입경기록 등을 위조한 협조자를 만난 것이 확인된데 이어 지난해 12월 유 씨 재판의 증인으로까지 신청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새롭게 드러났다.

지난해 증거 위조 의혹이 불거진 뒤 국정원과 검찰이 반박 증거 수집 확보하는 과정에서 추가 위조 문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문서 위조에 가담한 협조자까지 동원해 법정에 가짜 증인을 세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13일 이문성 검사는 증거 조작 의혹이 뉴스타파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직후 검찰이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 기록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3명의 증인을 재판부에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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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성 검사가 재판부에 제출한 증인 신청서

지난해 12월 검찰이 증인 신청한 조선족 무역업자는 최근 기소된 협조자 김명석 씨

이 가운데 조선족 출신 무역업자 김 모 씨에 대해 이 검사는  “김 씨가 북한을 수시로 왕래해 중국과 북한 사이 출입 실태를 잘 안다”며 비공개 증인을 요청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무역업자는 국정원 협조자 김명석 씨로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국정원 김보현 과장의 지시로 중국에서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지난 14일 구속 기소됐다. 이 출입경기록은 유 씨가 2006년 5월 27일 북한에 들어갔다는 내용으로, 이 기간에 유 씨가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 증거였다.

검찰의 증거 조작 특별수사팀은 “이 검사가 증인으로 신청한 무역업자는 최근 기소된 국정원 협조자 김 씨가 맞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중순 핵심 위조 문서를 가져온 국정원 협조자가, 두 달 뒤엔 위조 의혹을 덮기 위한 가짜 증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증거 조작 의혹 덮기 위해 위조 협조자를 증인으로 동원했나?

담당 검사들은 수사팀에 김 씨의 정체를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증거 조작 의혹이 터진 뒤 국정원과 다급하게 움직인 과정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에 상세한 보고를 받고 증인을 신청했고, 직접 만나 확인까지 했는데도 협조자의 정체를 몰랐다는 것이다.

국정원 김보현 과장은 지난해 12월 15일, 이문성 검사의 요청으로 검찰청에서 회의가 있었으며, 이 자리에서 “협조자를 통한 출입경기록 입수 경위 등을 자세히 보고했다”고 지난달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성 검사, 협조자 김 씨 만남은 시인...증거 위조 협조자인 줄 몰랐다?

이어 사흘 뒤 이 검사가 협조자 김명석 씨를 자신의 방에서 만난 것도 확인됐다.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기 전 증언 가능한 내용을 미리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증거조작 수사팀은 지난 7일 뉴스타파 보도 이후 이 검사가 협조자 김 씨를 만난 경위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문성 검사는 수사팀에게 “12월 18일 김 씨가 출입경기록을 잘 안다고 해서 불렀지만, 아는게 별로 없어 증인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검사는 김 씨를 만난 바로 다음날, 재판부에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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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문성 검사가 협조자 김명석 씨를 만난 다음날 제출한 증인 철회서

유우성 씨 변호인단 “협조자 정체 들통날까 증인 취소했을 것”

유우성씨 변호인단은 검사들이 협조자 김 씨의 정체나 비정상적인 문서 입수 과정이 들통날까 우려해 김 씨를 법정에 부르는 것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당시 변호인단은 최초 위조 문서인 허룽시 공안국 출입경기록 입수자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검찰 측에 요청한 상태였다.

국정원과 검찰이 김 씨 증언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김 씨의 활동 무대를 의도적으로 짜맞추고 증언을 조작하려했다는 의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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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조자 김명석 씨는 중국 단둥의 수산물 무역업자로 주로 신의주를 오가며 활동했다.

증인 신청 당시 담당 검사들은 증인 신청 당시 김 씨가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직접 관련이 있는 동북 지역 싼허세관과 북한 회령을 수시로 왕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씨는 정반대쪽인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에서 활동하던 수산물 무역상으로 확인됐다.

또 이 검사가 검사실에서 협조자 김씨를 만났던 날, 천안에서는 권세영 과장 등 국정원 직원들이 또 다른 증인인 조선족 출신 공무원 임 모 씨를 만나 허위 설명서 작성을 만들고 있던 때이다. 뒤늦게 임 씨도 지난 3월 국정원의 조작이 드러나 검찰 스스로 증인을 철회했다.

당시 검사들이 증거의 진위를 검증하기는커녕, 위조된 증거를 그대로 밀어붙이기 위해 추가로 위조된 증거를 동원하고, 그에 맞는 증인 세우기에 급급했다고 볼 수 밖에 없지만 당사자들은 몰랐다며 결국 형사 처벌을 피했다.

담당 검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증거조작 수사팀은 기소된 협조자 김 씨의 공소 사실과 당시 검사들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어, 추가로 수사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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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4일 증거조작 수사팀 발표 당시에도 검찰은 증인까지 신청했던 협조자를 성명불상자라고만 언급했다.

증거 조작 피해자 유우성 씨, “증거 위조 협조자를 증인 신청까지 할 줄이야…”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 씨는 자신의 증거를 위조한 협조자가 증인 신청까지 된 것에 대해 황당하면서도 무섭다고 말했다.

그냥 저 한 사람 간첩 만들기 위해 공권력이 중국 무역업자까지, 위조한 사람까지 등장하게, 재판에 나오게 했다는 것이 무섭고 공포스럽고요, 이번 건을 계기로 해서 제대로 바로 잡았으면… [유우성 씨, 간첩 조작 피해자]

담당 검사들은 법무부 징계 처분에 이어 최근 검찰 인사에서 고검 검사로 문책성 전보 조치됐다.

지난 7월 자진입국한 뒤 체포돼 재판에 넘겨진 조선족 협조자 김명석 씨는 오늘(29일) 처음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김 씨 국적과 범행 장소가 중국이고, 중국 문서 관련으로 한국은 재판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앞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원 증거 조작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된 상태로, 오는 5일 공판에서 병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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