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사원’ 해고하면서 김승연 일가에 천억대 일감
2014년 04월 15일 21시 15분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갓 채용한 고졸 직원 등 600여 명을 2년 사이에 구조조정한 한화투자증권이 정리해고 직후 본사 직원들에게는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적자라던 기간에 주주들에게는 흑자로 보고하고 45억 원을 배당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한화투자증권의 지난 1월 27일자 노사협의회 회의록을 보면,한화투자증권은 “예년보다 2배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본사 지원부서(인사팀, 홍보팀, 재무팀 등)에 15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날 회의에서 회사 측은 또 “경영정상화에 동참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함께 나누는 취지에서 성과급과 설차례비를 지급한다. 직원들 연수비도 4배 올리겠다”고 말했다. 경영정상화는 정리해고를 뜻한다.
이 회의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 7명을 최종적으로 정리해고한 직후 열렸다. 한쪽에서는 직원을 해고하고 구조조정에 동참한 직원들에게는 성과급과 상여금을 전폭적으로 지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성과급은 늘 관행처럼 지급해 왔던 임금보전성 경비였다”고 해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3월 뉴스타파 보도 당시 인터뷰에서 2011~2013년 누적 적자 1500억 원을 기록해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흑자’로 보고하고 배당금 45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투자증권 이균장 홍보팀장은 “연결재무제표로는 적자가 맞지만 별도재무제표로는 흑자가 맞다”며 “2011년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들어온 몇백 억의 배당금이 있어 2012년 3월 흑자배당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3월 한화투자증권은 연결재무제표로는 134억 적자지만 별도재무제표로는 477억 순이익이 난다. 직원을 해고할 때는 자회사 손익까지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를, 주주총회에 보고할 때는 회사 개별 손익만 따진 별도재무제표를 서로 다르게 적용한 것이다.
한화증권 정리해고자 7명은 한화투자증권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난 19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맞다”며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화투자증권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받아드릴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한화투자증권이 고졸직원을 채용한 지 1년 만에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사실상 해고하고,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은 모두 정리해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 경영상 이유로 직원들을 구조조정하면서 김승연 회장 가족이 100%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기업에는 지난 2011~2013년 적자규모에 맞먹는 1300억 원의 일감을 몰아줘 경영상 위기가 맞는지 의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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