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주택이 많은 지역은 역시?...서초구, 강남구, 그리고 세종
2020년 04월 03일 18시 30분
선거철만 되면 각 당 지도부와 후보자들이 한번쯤은 언급하는 문제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하고 청년들의 기회를 잠식하는 일명 ‘부와 권력의 대물림’에 대한 비판이다.
이번 총선에서 부산 금정 지역구에 출마한 백종헌 미래통합당 후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부산시 시의원만 4번, 2016년부터 2년간 부산시의회 의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최근 한 토론회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조국 사태로 상식과 정의가 무너진 대한민국을 허탈하게 지켜봤습니다. 청년들은 특권과 반칙에 좌절하고 그 모습을 지켜본 부모들은 아무 죄도 없이 죄인이 됐습니다. 죄인이 돼야 했습니다”
백종헌 후보는 이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총 198억 3000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전국의 후보자 1428명 가운데 11번째로 많은 규모다.
올해 24살이 된 그의 장남도 무려 21억 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해 후보자 자녀 773명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백 후보 장남의 재산은 어제오늘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이미 13살이던 2009년에 종합부동산세를 냈을 정도의 ‘소년 갑부’였다.
뉴스타파는 백종헌 후보가 시의원에 처음 당선된 후부터 2020년 총선 후보자가 되기까지, 18년에 걸쳐 공개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전수 분석했다. 그 결과 백종헌 후보가 신고한 백 후보 일가의 재산이 최근 10년간 무려 121억 원 넘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종헌 후보 일가의 재산이 가장 급격하게 변화된 때는 2010년과 2011년이다. 부산시 시의원이었던 2010년, 백 후보는 179억1000여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하지만 이듬해 백 후보 일가의 재산은 77억3000만원으로 크게 감소한다. 왜 그랬을까.
해답은 2011년 부산시 관보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0년까지 재산내역을 공개했던 백종헌 후보의 부모가 2011년부터는 무슨 일인지 재산내역 고지를 거부했던 것. 그렇게 해서 줄어든 재산이 85억 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백종헌 후보 가족의 자산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2년 89억6000여만원, 2014년 111억3000여만원, 2016년 151억1000만원, 2018년 161억9000만원, 그리고 2020년 198억3000여만 원이었다. 부모의 재산을 제외하고도, 만 10년 만에 일가의 재산이 3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뉴스타파 확인결과, 이런 식의 롤러코스터 같은 재산 증가의 뒤에는 재산내역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던 백 후보 부모의 부동산 증여가 있었다.
먼저 백 후보의 부친은 아들에게 상가와 공장 등을 물려준 데 이어 백 후보의 장남, 즉 자신의 손자에게 4건의 부동산을 증여했다. 백 후보의 장남은 이렇게 물려받은 부동산을 기반으로 2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게 됐던 것이다.
백 후보의 부모는 며느리와 손녀에게도 거액의 부동산을 넘겨줬다. 백종헌 후보의 장녀에게는 3억7000여만 원으로 신고된 부산 연제구 대지를, 백 후보의 부인에게는 5억7000여만 원으로 신고된 경남 양산시 소재 주차장 부지를 증여했다.
뉴스타파는 최근 백종헌 후보자 가족이 보유한 부동산들에 대해 현장 확인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백 후보 일가가 부동산 투기를 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백종헌 후보가 신고한 일가 소유 부동산은 모두 18건이다. 이 중 7건이 백 후보의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신고가액만 69억1000여만 원에 이른다. 백 후보가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 중에는 29억2000여만 원으로 신고된 부산 금정구 소재 상가, 13억 3000여만 원으로 신고된 금정구 공장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 중 백종헌 후보의 장남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부동산이 유독 눈에 띈다. 모두 4건으로 10억3000여만 원 상당의 부산 금정구 창고 부지, 4억여 원대 부산 금정구의 또 다른 농지, 그리고 울산과 경남 양산시에 있는 임야 2필지(1억2천여만 원)다.
확인결과 금정구 창고 부지의 경우 백종헌 후보의 장남이 11살이었던 2007년에 증여가 이뤄졌다. 나머지 토지 역시 백 후보자의 장남이 10대였던 2014년과 2015년에 물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증여받은 땅으로 인해 백 후보자의 장남은 고액의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불과 13살이었던 2009년에 납부해야 했던 것이다.
현재 백종헌 후보 장남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된 부동산 6건 가운데 4건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었지만, 나머지 2건은 장남이 직접 매입했다. 경남 양산시 어곡동에 있는 논 2필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백 후보의 장남은 부친과 공동으로 1필지(4억9000여만 원), 단독으로 나머지 한 필지(8000여만 원)를 매입했다. 매입 시점은 모두 15살 때인 2011년 여름이었다.
지난 8일, 취재진은 백종헌 부자의 농지가 있는 양산시 어곡동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주민들로부터 이 지역 농지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규모 공단 및 아파트 개발 등으로 어곡동 일대에 몇차례 부동산 호재가 있었다”거나 “그래서 다수의 외지인들이 땅을 소유하고 있지만 농지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얘기였다. 모두 백종헌 후보 부자의 농지 매입이 부동산 투기였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여기 채소 심어 먹은 지가 한 20년 가까이 다 돼가거든요. 그래도 누가 주인이라카는 사람도 없고 뭐 해먹지 마라카는 사람도 없고 그런 거 아직까지는 없어요.”
(외부인들이 이 땅을 샀던 이유가 뭔가요?)
“한마디로 말해서 투기죠. 제가 볼 때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다 투기 목적이죠. 안 그렇겠습니까. (매입하고) 한 몇 년 놔두면 지가가 올라가고, 투자가치가 되니까.”
“얼마 전에도 아파트 짓는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아파트 짓는다면서 측량도 해가고 그러더라구요.”
뉴스타파는 시의원 시절 백종헌 후보가 공개한 과거 재산내역에서 15살이었던 장남이 어곡동 농지 구입에 사용한 자금출처의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2007년 부산시 관보에 따르면, 백 후보의 장남은 7900만원 상당의 부산 금정구 농지를 부친에게서 증여받았다. 그리고 2011년 3월 발행된 관보에 기재된 백종헌 후보자의 재산 내역에는 ‘해당 부지가 보상매매의 형식으로 6억5000여만원에 팔렸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2011년 여름 어곡동 농지 2필지를 매입하기 직전에 백 후보의 장남이 수억 원대의 현금을 손에 쥔 것이다.
뉴스타파는 선거 유세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백종헌 후보를 유세현장인 부산 금정구 노포동의 한 시장에서 만났다. 그리고 부친으로부터 거액의 자산을 물려 받은 사실, 즉 ‘부의 대물림’이란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백 후보는 “정당한 세금을 내고 증여가 되었지만, 증여에 대해 (사회적으로) 투명하게 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중적으로 좋지 않게 비춰질 수는 있지만 정당한 세금을 납부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백 후보 장남의 양산시 어곡농 농지 매입 경위 등에 대해 추가 질문을 던지자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떠났다.
(후보자님께서 아드님께 증여를 해 주셨고, 그 땅을 처분을 해서 다시 어곡동 농지를 사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하여튼 그것도 공부를 해서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가야 하는 시간이어서...”
(굳이 논을 매입하실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아드님이 농사를 지으시나요?)
“여기까지만 하시고 저희 지금 시간이 너무 늦어서.”
유세현장에서의 인터뷰 이후 백 후보 측은 뉴스타파에 연락해 “10일 오전까지 후보자 일가의 증여세 납부자료를 제공하고 장남의 농지 구입 문제 등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일 오후가 되자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고 캠프 내의 자료도 준비가 안된 관계로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바꿨다.
취재기자 | 조원일 |
데이터 | 최윤원 |
촬영기자 | 최형석 |
편집 | 윤석민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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