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부의 대물림 1위' 부산 금정 백종헌...20대 자녀 재산만 수십억 원대
2020년 04월 11일 11시 31분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임금근로자 평균 소득(2016~2018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25~29세 청년들의 평균 임금은 237만 원입니다. 20~24세의 평균 임금은 155만 원에 불과합니다. 매달 237만 원의 월급을 받는 20대가 1억을 모으려면, 세금도 안 내고 한 푼도 안 써야 42달, 즉 3년 반이 걸립니다. 평균 근로소득을 받아서는 20대에 보유자산 1억 원을 모으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기, 20대에 최대 수십억 원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21대 총선 출마자의 자녀들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부모가 물려준 부동산, 현금 등으로 십수억 원대 자산가로 성장했습니다.
뉴스타파는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 자녀들의 재산 내역을 분석했습니다. 12개 원내정당 소속 출마자의 자녀 중 30세 미만(1991년 이후 출생) 자녀들이 분석 대상입니다. 뉴스타파는 출마자 자녀들의 나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공개된 출마자 자녀의 병역 신고 내역, 별도의 취재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출마자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나이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는 불가피하게 분석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보유 재산이 가장 많은 후보자 자녀는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백종헌(미래통합당) 후보의 23세 장남입니다. 1997년생인 그는 현재 21억 2800여만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충북 청주상당에 출마한 김홍배(민생당) 후보의 1993년생 장녀로, 20억 6600만 원을 신고했습니다.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에 출마한 박덕흠(미래통합당) 후보의 차남과 장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1993년생으로 27세인 박 후보의 차남은 20억 3100여만 원, 95년생 25세 장녀는 15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360억 원의 재산을 신고한 경기 파주시을 박정 후보(더불어민주당)의 두 자녀도 재산이 상당했습니다. 1994년생인 차남과 1991년생인 장남이 각각 13억 7500만여 원과 13억 300만여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친박신당 비례대표 1번인 장정은 후보의 1991년생 장남으로 9억여 원의 재산을 신고했습니다. 부산 금정구에 출마한 백종헌(미래통합당) 후보의 1993년생 장녀가 5억여 원, 4억 5000여만 원을 신고한 더불어민주당 최종윤(경기 하남) 후보의 1994년생 장남, 4억 3000여만 원을 신고한 미래통합당 김삼화(서울 중랑갑) 후보의 1993년생 장남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장남과 장녀가 모두 10위권 안에 든 후보자, 미래통합당 백종헌(부산 금정) 후보 자녀의 재산 증식 과정을 보면 속칭 ‘부의 대물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여실히 볼 수 있습니다. 백 후보의 장남은 9세 무렵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로부터 창고 부지와 논 등을 증여받아 12세인 2009년에 이미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자산가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198억여 원에 달하는 백종헌 후보 본인 자산의 상당 부분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백 후보의 97년생 장남은 현재 21억 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해, 773명의 총선 출마 후보자 자녀 중 재산 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백 후보의 93년생 장녀가 보유한 5억여 원의 재산 중 3억 7000여만 원도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이었습니다.(관련기사 : '부의 대물림 1위' 부산 금정 백종헌...20대 자녀 재산만 수십 억원대)
김홍배 민생당(충북 청주상당) 후보의 장녀는 24세이던 2017년, 5138제곱미터(1557평)의 땅을 엄마와 함께 공동매입해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습니다. 토지 가액만 24억 원이 넘는 공장용지(매입당시에는 일반대지)입니다. 취재진은 김홍배 후보에게 연락해 이 땅의 매입경위를 물어 봤습니다. 김 후보는 “땅 매입 시점에 딸에게 5000만 원을 증여한 것으로 증여 문제는 투명하게 했다. 현재 배우자가 이 땅에 사업하기 위해 공장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김 후보 일가는 청주에만 여러 개의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력기업은 노후 건축물 철거회사인 (주)보건에너지. 김 후보는 이 회사의 대표, 김 후보의 배우자는 관계사인 (주)보건환경산업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김 후보의 장녀는 월간지를 발행하는 또다른 관계사 (주)보건안전의 대표입니다. 김 후보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 3개는 모두 한 곳(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 주소지를 두고 있습니다.
‘땅 부자’인 총선 후보자 자녀들은 현금도 많았습니다. 직업이 없는 20대 자녀가 10억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후보자 자녀 재산 3~4위를 차지한 미래통합당 박덕흠 후보(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박덕흠 후보의 둘째 아들과 막내 딸의 재산을 합하면 35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20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는 박 후보의 1993년생 차남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은 바로 예금, 보험, 채권 같은 ‘현금성 자산’입니다.
박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박 후보의 차남은 지난해 기준으로 8억 2500만 원의 은행예금, 1억 8600만 원 가량의 보험, 그리고 채권 2억9000만 원 등을 더해 모두 13억여만 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도 있습니다. 22억 3200만 원으로 신고된 서울 송파구 소재 54평짜리 아파트입니다. 박 후보의 차남은 현재 이 아파트의 지분 4분의 1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지분 소유자는 박 후보의 배우자 최모 씨입니다. 박 후보의 차남은 이 아파트 인근의 상가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가액은 1억 7000만 원 정도입니다.
박 후보의 세 자녀 중 막내인 딸이 가지고 있는 15억 원이 넘는 재산의 대부분도 현금자산이었습니다. 예금(11억 7000만 원), 보험(1억 9300만 원) 등으로만 13억 6800만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박 후보의 딸은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 유역에 대지면적 660제곱미터의 단독주택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4억4600만 원으로 신고된 부동산입니다. 박 후보의 딸은 이 집의 지분 3분의 1을, 나머지는 박 후보의 배우자가 가지고 있습니다.
박 후보는 지난 달 8일 세종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둘째 아들은 취업 준비를 하고 있고 막내 딸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두 자녀 모두 현재 직업이 없다는 말입니다.
뉴스타파는 직업이 없는 자녀들이 어떻게 수십억 원대 재산을 갖게 됐는지, 그 비결을 묻기 위해 박 후보 측에 수차례 질의하고 해명을 기다렸지만, 박 후보측은 11일 현재까지 묵묵부답입니다.
각각 13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정 후보(경기 파주을)의 장남과 차남 역시 현금 자산이 많았습니다.
현재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26세 차남의 예금만 9억 5000여만 원, 29세인 장남의 은행예금도 8억 7000여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중 대부분인 8~9억 원이 외할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돈이었습니다.
박 후보 측은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예금은 (두 아들의) 외조부가 증여했다. 증여세 납부는 모두 완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정 후보가 두 아들에게 직접 증여한 재산도 있었습니다. 현금 가액 4억 2500만 원으로 신고된, 디멘젼투자자문이라는 회사의 비상장주식입니다. 박 후보의 두 아들은 이 회사의 주식을 각각 8만 5000주 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 후보 측은 “아버지인 박정 후보가 증여한 돈을 받아서 두 아들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아들이 소유한 이 회사의 지분 17만 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22.3%에 달합니다.
9억여 원의 재산을 보유한 장정은(친박신당·비례 1번) 후보의 장남(1991년) 역시 부모가 물려준 아파트로 재산을 축적했습니다. 장 후보의 장남은 서울 강남 삼성동에 7억 1000만원으로 신고된 아파트를 한 채 갖고 있는데, 이는 어머니인 장 후보가 지난 2019년 아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4억여 원을 보유한 김삼화 후보의 장남 역시 어머니인 김 후보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았습니다. 김 후보는 장남 권 씨가 16세 고등학생이던 2009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1채(신고 가액 3억 4900만 원)를 아들에게 사줬습니다. 김 후보는 미성년자 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준 것에 대해 “공인으로서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 [총선후보 검증]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다:부의 대물림)
취재 | 강혜인 신동윤 강민수 조원일 |
데이터 | 최윤원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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