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새 정부의 초대 내각,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시절 위촉·재위촉된 석좌교수 중 상당수가 예비 여당인 국민의힘과 관련이 있거나, MB·박근혜 정권 때 요직을 지낸 인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MB·박근혜 정권 요직 인사 석좌교수... 윤석열 싱크탱크 소속도
김인철 후보자의 한국외대 총장 재임 시기인 2014년 3월부터 2022년 2월 말까지 8년 동안, 외대 석좌교수로 위촉·재위촉됐다고 확인된 인사는 11명이다. 외대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를 통해 집계했다.
11명 석좌교수의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한 미국대사 출신의 미국인 1명, 정당 활동을 하지 않은 학자 2명, 산악인 1명, 그리고 나머지 7명은 예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에 속했던 정치인이거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들로 조사됐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이던 시기 위촉·재위촉된 석좌교수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가 국민의힘·MB·박근혜 정권과 관련된 인물이었다. 석좌교수의 위촉은 재위촉은 대학 재단 이사회가 결정한다. 김 후보자는 총장 자격으로 당연직 재단 이사를 겸했다.
먼저, 김인철 후보자가 총장이 된 지 1년이 지난 2015년 8월, 한국외대는 김병철 전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을 정치행정언론대학원 석좌교수로 위촉했다. 김 전 감사위원은 이명박 정권 때 감사원 사무차장을 거쳐 2011년부터 4년간 감사위원을 역임했다.
MB정권의 실세였던 백용호 전 국세청장도 외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김인철 후보자의 외대 총장 퇴임 직전인 지난 2월 위촉됐다.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MB정부에서 4개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8년 공정거래위원장, 2009년 국세청장, 2010년 청와대 정책실장, 2012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이다. 백 전 청장은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홍준표 선거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정책 총괄을 맡았다.
박근혜 정권 때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립외교원장(차관급)을 지낸 윤덕민 씨도 2017년 7월, 외교원장 퇴임 직후 한국외대 LD(Language&Diplomacy)학부의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윤덕민 전 외교원장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의 특별기구인 '글로벌비전위원회'의 간사를 맡기도 했다. 당시 윤 전 원장은 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 관련 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했다. 현재 윤 전 원장은 윤석열 당선자가 외국에 파견하는 정책대표단 중 하나인 '한·일정책협의 대표단'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9년 9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 배석규 전 YTN 사장을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배 전 사장은 YTN 보도를 망가뜨렸을 뿐 아니라 경영도 악화시켰다고 지탄받았다. 배 전 사장의 임기 첫해인 2009년 YTN은 63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배 전 사장의 퇴임 직전인 2014년 260억여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YTN은 사옥 매각과 희망퇴직 등으로 적자를 메꿔야 했다.
이런 이력에도 불구하고, 김인철 후보자가 총장으로 있던 한국외대는 배석규 전 사장을 YTN 퇴직 직후인 2015년 9월 석좌교수에 앉혔다. 소속은 언론학과 저널리즘 관련 교육 과정이 있는 정치행정언론대학원이었다.
'노조 탄압', '경영 악화', '공정보도 훼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배석규 전 YTN 사장은 퇴임 직후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행정언론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2014년 9월, 한국외대 석좌교수가 된 박재창 현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바로 1년 전인 2013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2018년부터 약 2년 간 석좌교수에 선임된 박희권 씨는 MB·박근혜 정부 시절 주페루 대사와 주스페인 대사(차관급 대우)에 임명된 고위 외교관 출신이다. 또 김인철 후보자가 총장으로 있을 때, 연달아 석좌교수에 재위촉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위촉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 3선 의원 출신이었다.
정규 강의·연구 거의 없는 석좌교수... 등록금으로 급여
뉴스타파는 김 후보자의 외대 총장 시절 위촉된 석좌교수들이 강의와 연구를 얼마나 했는지 알아봤다. 외대 강의시간표에 따르면, 석좌교수 위촉 이후 정규 수업을 담당했던 석좌교수는 김병철 전 감사원 감사위원(2건)이 유일했다.
반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백용호 전 국세청장, 배석규 전 YTN 사장, 박재창 교수, 박희권 전 대사, 박진 후보자는 한 번도 담당 교수로서 정규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한 적이 없었다. 1년에 서너번 정도 있는 특강과 세미나, 간담회가 전부였다.
연구 실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 박재창 교수의 경우, 석좌교수 기간 논문과 연구보고서 등 실적이 있었다. 하지만 배석규 전 YTN 사장, 박희권 전 대사, 김병철 전 감사위원, 박진 후보자는 신문 칼럼과 같은 기고 이외에 논문 등 연구 실적을 따로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월 석좌교수가 된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위촉 기간이 짧아 조사에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한국외대는 이들 석좌교수에게 얼마의 예산을 썼을까.
김인철 총장 재임 시절인 2020년 2월 발표된 교육부 회계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최근 수년 간 석좌교수 8명에게 9억 원이 넘는 돈을 이사회 승인 없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급여 명목으로 8억 5천여만 원, 석좌교수 운영비 명목으로 4천 5백여만 원이 쓰였다. 대부분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 회계에서 지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석좌교수 급여로 매달 223만 원을 받았다. 박진 후보자의 경우 석좌교수 재임 7년여 동안 모두 3억여 원을 급여로 받았다. 박희권 전 대사, 백용호 전 국세청장은 무급이었다. 배석규 전 YTN 사장, 박재창 교수, 김병철 전 감사위원의 경우, 석좌교수 보수가 얼마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2월 발표된 교육부 회계감사 결과,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석좌교수 8명에게 9억 원이 넘는 교비를 썼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한국외대 교수는 "석좌교수로 왔으면 정규 강의라도 하나 해야 하는데, 일은 안 하면서 돈은 받아 갔다"며 "김인철 총장 시절 석좌교수로 정치 관련 인사들이 자주 왔다. 정치인 출신이 아니어도 대부분 총장의 인맥을 통해서 온 사람들이었다. 석좌교수가 올 때마다 해당 학과에선 '낙하산'이라며 기분 나빠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측에 연락해 국민의힘 성향이거나 MB·박근혜 정권에서 요직을 맡은 인사들을 주로 석좌교수에 앉힌 이유가 무엇인지, 특정 정파에 대한 '줄대기' 또는 '로비'의 목적으로 석좌교수 제도를 활용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김인철 후보자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