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눈] KDI 최저임금 보고서 왜곡하는 언론들

2018년 06월 08일 15시 25분

이 기사는 2018년 6월 5일 방송된 KBS1 라디오 ‘김기자의 눈’ 가운데, 심인보 기자가 출연한 <최저임금 논란>의 방송 원고입니다.

[김경래] 우리사회 이슈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심인보의 심층취재,

뉴스타파 심인보 기잡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몇 주 사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김동연 부총리와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청와대도 논란에 뛰어들었고요, 언론들도 논조에 따라 각자 다른 얘기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정책 평가, 그리고 앞으로의 정책방향과도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란을 꼼꼼하게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김경래] 지금 최저 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여러 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요. 일단 갈래를 좀 나눠보면요?

[심인보] 크게 두 갈래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가 오늘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산입 범위 얘기인데요, 이건 완전히 현실적인, 실무적인 얘기거든요. 두 번째는 이론적인 얘기입니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일자리 줄어들지 않았냐, 소득 분배 나빠지지 않았냐, 사실 이 두 가지 얘기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이야기기 때문에 구분해서 얘기를 해야 합니다.

[김경래] 먼저 첫 번째 현실적인 얘기부터 해보죠. 최저임금 산입 범위 얘기는 뭔가요?

[심인보] 산입은 계산해서 집어넣는다, 이런 뜻 아닙니까. 그러니까 어디까지를 최저임금으로 계산해서 집어넣을 것이냐 하는 얘기죠. 어디까지를 최저임금으로 칠 것이냐, 이런 겁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죠.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 군이 한 달에 월급을 100만 원을 받아요, 지금 최저임금 시급에 따라 월급을 계산해보면 한 달에 157만 원이 나오잖아요? 그럼 당연히 최저임금법 위반이겠죠. 그런데 편의점 이사장님이 항의를 합니다. 아니 월급은 100만 원 주지만 정기상여금을 50만 원 주고요, 복리 후생비를 10만 원 줍니다. 이걸 다 합하면 160만원인데, 최저임금보다 많잖아요? 그런데 왜 최저임금법 위반입니까? 이렇게 항의를 한다고 해요. 그러면 이 사장님은 기존 법으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겁니다. 그런데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이렇게 되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도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넣는 거예요. 그럼 점주가 김 군한테 준 돈은 160만 원을 전부 최저임금으로 치는 거니까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게 되는 거죠.

[김경래]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붙잖아요? 정기상여금은 25% 초과분, 복리후생비는 7% 초과분만 최저임금에 산입한다는...

[심인보] 그렇죠, 김군 같은 경우 월급이 100만 원인데, 상여금을 50만 원 받으니까 상여금이 50% 잖아요? 이 중에 25% 초과분, 그러니까 25만 원만 최저임금으로 쳐준다는 거예요. 그리고 복리 후생비는 10만 원이니까 100만원의 10%인데 이중에 7% 초과분만 최저임금으로 쳐준다는 겁니다. 7%면 7만원이니가 이걸 넘는 부분, 그러니까 3만 원만 최저임금으로 넣어주고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보면 월급 100만원에 25% 초과분인 25만 원, 그리고 7% 초과분인 3만 원만 계산을 하면 128만 원이 되죠. 이거만 최저임금으로 쳐준다는 거니까요. 그럼 이 사장님은 최저임금법 위반이 되는 거죠. 그런데 만약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했다면 법 위반이 아니겠죠. 160만 원이 다 최저임금으로 간주되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사업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넓을수록, 유리한 거고요 노동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좁을수록 유리한 거죠. 그래서 경총 같은 사용자 단체에서는 계속 산입 범위를 넓혀야 한다, 라고 주장을 했고 민노총이나 한국노총은 안된다 라고 주장을 한 건데, 이걸 원래 지난해 최저임금 위원회에서 결론을 냈어야 하는 문제인데 결정을 못하고 정치권으로 가져온 것이거든요. 이걸 정치권에서 이제 이렇게 절충을 해서 결론을 낸 거죠.

[김경래] 이 문제는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일단락된 문제니까 앞으로 더 지켜보기로 하고요. 그럼 최저임금과 관련된 다른, 이론적인 논란이다, 라고 하신 건 뭡니까.

[심인보] 앞에서 말씀드린 두 갈래 중에 두 번째 갈래 얘기. 우선 최저임금과 고용, 그러니까 일자리의 상관관계입니다. 그 다음이 최저임금과 소득의 상관관계입니다.

[김경래] 근데 이건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심인보]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올리겠다, 이런 공약을 내걸었고 그 첫 단계로 작년에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잖아요. 6,470원에서 7,530원으로. 비율로 따지면 16.4%. 그런데 기본적으로 보수 정당이나 보수 언론들, 그리고 보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 이런 기본 입장을 갖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래? 최저 임금 올려서 경제 잘 돌아가나 보자, 이렇게 째려보고 있는 스탠스.

그런데 4월 5월이 되면서 올해 1분기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이 경제지표들이 별로 안 좋았습니다. 특히 고용동향 그러니까 일자리 개수가 많이 안 늘었고요, 가구동향 조사에서 1분위, 그러니까 하위 20%의 소득이 8%나 줄었어든 걸로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보수 언론들이 그거 봐라 최저 임금 올리더니 경제 지표가 박살나지 않았냐, 이렇게 공격을 하기 시작한 거고요. 거기에 대해서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 5월 16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이런 발언을 하면서 기름을 끼얹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곧바로 이목희 일자리 부위원장이 “김동연 부총리는 신의 영역에 있나, 분석도 안해보고 어떻게 아냐, 속도조절 언급은 부적절하다” 이렇게 맞받아치면서 논란이 커진 상황이죠.

[김경래] 그런데 바로 그 분석이 어제 나온 거죠. 한국개발연구원, 영어 약자로는 KDI죠, 여기에서 이 문제를 다룬 보고서를 냈어요.

[심인보] 네 KDI는 현재로서는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연구 기관이죠. 물론 정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독립성이 의심받을 때도 종종 있지만요. 어쨌든 KDI가 분석을 해서 그 결과를 어제 냈습니다.

[김경래] 보고서 직접 읽어보셨나요? 어떤 얘기입니까?

[심인보]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KDI 보고서의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가,“올해 1분기 고용동향이 안 좋았던 것은 최저임금과 상관없다.” 그러니까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올랐고 2월부터 4월까지 고용 동향이 안 좋았는데, 이건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다는 것이거든요. 그럼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고용동향이 안 좋은 것은 첫째 인구 증가폭이 작년보다 8만명 정도 커졌다. 그리고 일부 제조업에서 구조조정이 있었다, 라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세부적으로 봐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근로자 연령대가 15-24세하고 50대 여성, 고령층인데 이 연령집단에서 고용 감소폭이 크지 않다는 겁니다.

KDI 보고서의 두 번째 결론은, 최저임금을 내년하고 후년에도 올해처럼 15% 올린다고 가정하면 고용 감소가 있을 수 있다.” 단 여기에 중요한 전제가 붙습니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효과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의 부담 가운데 일부를 정부가 돌려주는 거거든요, 지금 1인당 월 13만 원씩 주고 있어. 일자리 안정자금이라는 게 없다고 가정했을 때 그 상태로 최저임금을 15% 올리면 내년에 일자리가 최대 9만 6천 개 없어진다는 거고요, 여기서 또 후년에 15% 올리면 14.4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올해의 일자리를 놓고 보면 이론적으로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로 적게는 3만 6천 개 많게는 8만 4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었는데, 그럴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이게 KDI 설명입니다.

언론들은 이걸 가지고 언론들이 뽑은 헤드라인이 정말 제각각이었어요. 제가 새벽에 신문들 쭉 훑어보면서 웃었는데요 조선일보 같은 경우는 “KDI 최저임금 1만 원 땐, 일자리 32만 개 감소”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1만 원 되면 일자리 14만 개 감소” 동아일보는 “KDI 최저임금 인상으로 올 최대 8만 명 실직 경고” 이렇게 제목을 뽑았단 말이죠.

조선일보가 32만 개 일자리 없어진다고 한 것은 올해 없어질 뻔한, 없어졌을 수도 있는 그러나 없어지지 않은 일자리 8만 4천개하고 내년 가정한 거 9만 6천개, 후년 가정한 거 14만 4천개 이걸 다 합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건 말씀드린 것처럼 정부의 정책, 일자리 안정자금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나오는 숫자입니다. 이걸 이런 얘기를 쏙 빼놓고 단정적으로 제목을 뽑는 건 저는 오보에 가까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앙일보는 마지막 세 번째 해의 것만 가지고 14만 개 이렇게 뽑았고, 동아일보는 올 최대 8만 명 실직 경고, 이렇게 썼는데 이것 역시 KDI가 얘기한 것과는 거리가 좀 먼 얘기죠.

[김경래] 그런데 어쨌든 KDI 결론도 내년하고 후년에 15% 씩 올려서 2020년에 최저임금 만 원 가는 건 좀 위험하다,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심인보] 그 얘기를 하려면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요, 그럼 KDI가 얘기한 숫자의 근거는 뭐냐, 이 부분을 들여다 봐야. KDI 보고서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고용의 탄력성 계수가 나오는데요, 쉽게 얘기하면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고용이 3% 줄어들었다 그러면 이 탄력성 계수가 –0.3인 거예요. 그럼 KDI는 이 숫자를 어떻게 뽑았냐, 헝가리 사례하고 미국 사례에서 가져왔어요. 헝가리에서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최저임금을 60% 정도 올렸는데 고용이 2% 줄었거든요. 그래서 이 계수가 –0.035가 나오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과거 1977년 사례를 봤을 때 이 계수가 –0.015 이렇게 나왔다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이 사이 어디이겠지, 해서 상한선은 헝가리에서 나온 계수에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 곱해서 8만 4천명, 하한선은 미국에서 나온 계수 곱해서 3만 6천명 이렇게 뽑은 것이거든요. 그렇게 해서 우리나라에서 올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 일자리 수가 최대 8만 4천개다 이렇게 나온 겁니다.

[김경래] 그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실제로 비판도 나왔잖습니까? 국제노동기구 ILO의 이상헌 고용정책국장이라는 분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그 부분을 비판한 것 같은데

[심인보] 네 이국장이 문제 제기를 한 게 바로 그 계수가 편의적으로 선택되었다는 겁니다. 왜 굳이 미국과 헝가리의 사례를 가져다 썼냐, 헝가리 것은 단 한가지 연구 결과만 인용했는데 그 연구가 상당히 탄력성 계수가 높게 나온 연구였다 이렇게 비판을 했고요, 미국 같은 경우도 이게 70년대 사례다. 그 이후 미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는 계수가 더 낮은 0에 가까운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내의 연구나 영국, EU, 미국의 연구 가운데는 이 탄력성 계수가 0으로 나와있는 것도 많은데 왜 그렇게 높은 숫자를 갖다가 썼냐는 것이고요.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나라마다 노동 시장 사정과 구조가 달라서 계수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국책연구기관이 어떻게 남의 나라 추정치를 가져다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고 이걸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느냐, 그리고 그걸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 이렇게 비판을 했습니다.

[김경래] KDI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은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사실은 이게 정부의 경제 철학과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과거의 경제 철학은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대기업과 부자들이 일단 더 잘 살게 되면 거기서 부가 흘러넘쳐서 다른 사람도 잘살게 된다는 거죠. 반면 지금 정부의 경제 철학은 소득주도 성장론이잖아요? 쉽게 말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면, 이게 소비로 이어지고 그럼 이게 다시 자영업자들이나 기업들이 장사가 잘돼서, 다시 노동자들의 월급도 올려줄 수 있는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이런 관점이거든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그 대표적인 정책인 거고요.

[김경래] 그 소득주도 성장론을 둘러싸고 청와대 경제팀과 정부 경제팀간의 엇박자가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명, 어공 늘공 간의 싸움이다...이런 표현도 쓰던데요. 어공 늘공이 뭡니까?

[심인보] 네 관료들이 쓰는 용어인데요,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이죠. 정치를 하거나 교수를 하다가 청와대나 내각에 들어온 경우를 말하고요, 경제팀에서 꼽아보면 장하성 실장이나 김상조 위원장 같은 사람이죠. 늘공은 늘 공무원, 그러니까 행시 봐서 공무원되고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한 사람들이죠. 특히 기재부나 금융위를 중심으로 한 경제 관료들에 대해서는 모피아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걸 대표하는 게 김동연 경제 부총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고요. 이 두 분이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 제가 다른 경제 관료들을 몇 명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이 늘공들이 보기에 소득 주도 성장론이 굉장히 불안한 겁니다. 지금까지 안 해본 일이거든요. 그리고 미국 중심의 주류 경제학 관점에서 봤을 때도 생경한 얘기고요. 그래서 이 경제 관료들 사이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 혹은 불안감이 있고 김동연 경제 부총리의 발언은 고의든 아니든 그런 정서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김경래] 그럼 지금이라도 방향 전환을 하는 게 맞나, 아니면 이대로 밀고 가야되나, 청와대도 고민이 많겠어요

[심인보] 어떻게 보면 지금이 이런 낙수 효과 이론에서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하는 시점인데, 당연히 여러 부작용이 있겠죠, 최저임금 올리는 정책이 대표적인 정책인데, 당장 하지만 그런 부작용을 정부 재정을 써서라도 최소화하면서 그래도 한 번 가보자는 것이 현 정부의 스탠스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소득주도 성장론이 맞아 떨어져서 잘 된다하더라도 효과가 가시화되려면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서 이게 내수 소비로 이어지고 그럼 이게 다시 자영업자들이나 기업의 소득으로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 싸이클이 완성되는 것. 그런데 지금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산입 문제로 비판을 하고, 반면 야당과 보수 언론은 최저임금 그만 올리라고 비판을 하고, 이렇게 양쪽의 공격을 다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