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한광옥 위원장의 빗나간 ‘대통합’ 행보

2013년 10월 15일 07시 26분

-‘통합’은 뒷전, 대통령코드 맞추기에 초점?

 

 박근혜 정부 하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국민 대통합위원회의 한광옥 위원장이 지난 9월 14일 한 일간지 기자와 만나 지난 이명박 정부 때 해직된 MBC, YTN, 국민일보 등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는 대통합 위원회가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7월 30일 해직언론인 대표들과 만난 것도 해직언론인들이 만나자고 해서 만나 대화를 나눴을 뿐 자신이 먼저 만나자고 한 게 아니고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해준다고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스스로 "우리 사회의 내재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한다"는 설립 목적으로 내세우고, 해직 언론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온 그동안의 공식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의 보좌관은 이와 관련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한광옥 위원장이 해직언론인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국민 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위원장은 또 해직 언론인 문제와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초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출범한 국민 대통합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광옥 위원장은 출범이후 지금까지 세 건의 공식 일정을 가졌는데 그 가운데 두 건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행사였다.

한광옥 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기념관으로 비판받아 온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을 공식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8월 21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국민대통합 심포지엄 축사를 했고, 9월 4일에는 파독 광부 50주년 기념전에 참석했다. 파독 광부 50주년 기념전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하는 행사라고 비판을 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위원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캠프의 국민대통합 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지역과 계층 간 갈등, 세대 간의 갈등 해소를 근간으로 대탕평책을 실현시켜 국민 대통합의 바탕 위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업에 한 몸 헌신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고 밝힌바 있다.

<앵커 멘트>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대통령소속 기관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처음 생겼습니다.

'우리사회의 내재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한다' 이 위원회가 스스로 밝히고 있는 설립목적입니다.

그러나 출범 3개월이 지났지만, 한광옥 위원장의 공식 활동은 대통합 보다는 대통령 코드 맞추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김경래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경래 기자>

지난 7월 말, 한광옥 국민 대통합 위원회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때 해직 된언론인들을 직접 만나, 복직문제를 국민통합 차원에서 풀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제가 직접 여러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대단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라고 생각이 들어서 오늘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괜찮았다고 합니다.

[우장균 YTN 해직기자]

"언론 자유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해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우리 해직기자들 앞에서 내비치셨거든요."

그런데 그로부터 한달 보름이 지난 시점인, 지난 9월 14일, 한광옥 국민 대통합 위원회 위원장은 한 일간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가 잘 돼가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해직 기자 문제는 나를 만나자고 하니까 만나서 대화를 한 것, 뭐 해 준다고 한 적이 없다'

한 위원장은 또 노력은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해직언론인 복직문제는 대통합 위원회가 해결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노력은 한다는 것이다. 사주 측과 대화를 해 봐야지. 그런데 앞으로 그런 문제는 언론 주무 부처도 있고 그런 분들과 같이 해야지. 우리가 해결하는 기구는 아니거든, 자문기구지'

한 위원장이 관련 발언을 한 사실은 보좌관도 인정했습니다.

[한광옥 위원장 보좌관]

"위원장님의 취지는 그것이었다는 거죠. 한마디로 '만나기 싫은데 억지로 만났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팩트를 말씀하신거죠. 대안ㄴ이 있으니까 위원장님이 해직 언론인들을 만나자고 했던 것 아니냐, '그건 아니다 내가 만나자고 했던 것은 아니다'"

한 위원장 측은 해직 언론인들의 복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국정 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국회의 요구도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광옥 위원장 보좌관]

"저희들이 사유서를 냈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사유서에도 그렇게 적혀있지만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이고..."

(해직자 재판이 진행 중이다...)

"네. 저희들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을 국회에 가서 사전에 얘기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보고..."

한 위원장 측은 지금은 뭔가를 하는 과정이니 기다려 달라는 입장입니다.

[한광옥 위원장 보좌관]

"어떤 결과를 도출해가는 과정이지, 저희가 몰라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그동안 구체적으로 대통령에게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을 건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실토했습니다.

[한광옥 위원장 보좌관]

(해직기자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신 적이 있는지...)

"그것은 확실히 없습니다."

(없어요?)

"네."

(만나신 적도 있을텐데 그럴 기회가 없으셨나요?)

"우선 복직문제에 대해서 그것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최종 결정은 사주가 결정할 일인데..."

(사주라면 MBC, YTN 다 포함해서...)

"그것을 대통령에게 직접 말씀드릴 그런 상황은 아니고..."

그렇다면 국민 대통합위원회는 그 동안 공식적으로 무슨 일을 했을까?

한광옥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위촉장을 받고 처음 한 일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방문이었습니다. 개관 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그곳입니다.

한 위원장은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가서 국민 대통합을 위한 축사를 했고, 파독 광부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이 기념식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전을 방불케 해 파독 광부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기 위한것이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도 이미 초대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 대통합위원회의 보도자료에 나온 위원장의 3개월여 행적은 이처럼 모두 세 가지. 그 중 두 가지가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돼 있는 것입니다.

[한광옥 위원장 보좌관]

(세 군데를 가신 건데 두 군데는, 모 의원은 역사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그런 상황에서 너무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것 아닌가...)

"파독행사는 저희가 주관했던 것은 아니고, 또 역사박물관...아까 말씀드렸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직전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기 위해 국민 대통합 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기 위해, 대선후보 선출 이후 만든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국민 대통합 위원회는 엉뚱하게 박근혜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게다가 통합위 스스로 '우리사회의 내재된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선언했으면서도, 우리 언론에 내재된 가장 큰 갈등과 상처라고 할 수 있는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이제 한 발 빼려고 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우장균 YTN 해직 기자]

"사실 박근혜 정부가 한 2% 안팎으로, 백만표 차이로 이긴 여러가지 배경 중에 하나는 바로 대통합적인 측면, 중도층 끌어안기, 경제민주화, 복지. 이런 부분들, 중간층을 많이 끌어들이면서 백 만 표 차이로, 2% 차이로 이긴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박근혜 정부, 한광옥 위원장 이게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달라진겁니다."

국민 대통합위원회가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중만 바라본다면, 굳이 국민 대통합이란 이름으로 존재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뉴스타파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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