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교회와 조용기 아들 3형제
2018년 12월 24일 14시 28분
세계 최대 규모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가 지난 14년 동안 미국의 한 대학으로 보낸 ‘선교비’ 270억 원이 교육목적이 아닌 부동산 투기 등에 사용됐다는 증언과 관련 자료를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선교비를 받은 곳은 순복음교회 설립자인 조용기 목사가 1976년 개인적으로 설립한 미국 LA의 베데스다대학이다. 이 대학은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명예총장과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뉴스타파는 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학에 보낸 자금내역을 입수한 뒤, 한국과 미국에서 다수의 순복음교회 및 베데스다대학의 핵심 관계자들을 인터뷰해 선교비가 본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순복음교회는 교인 수 80만 명, 연간 1500억 원의 헌금이 걷히는 곳으로, 단일교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1958년 조용기 목사가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에 설립한 천막교회로 시작한 이 교회는 1980년대 이후 교세가 급격히 커졌고, 1990년대에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교회로 성장했다. 국민일보, 한세대학교, 영산조용기재단 등을 관련기관으로 두고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순복음교회가 거둬들이는 막대한 헌금 수입의 일부가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다수의 순복음교회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그 중엔 순복음교회가 미국 LA 인근에 소재한 베데스다대학에 돈을 보낸 송금기록이 들어있다. 조 목사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이 대학에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총 270억여 원의 헌금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서류에는 돈의 송금목적이 ‘선교비’로 기재돼 있다.
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학에 돈을 보낸 시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보낸 총 100억 원은 베데스다대학 한국분교의 건축비와 운영비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 분교가 교육부 인가도 없이 운영되다 2004년 말 폐교된 뒤부터 순복음교회는 미국의 베데스다 본교로 돈을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송금된 돈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70억 원 가량이다.
순복음교회가 돈을 보낸 건 베데스다대학과 맺은 약정서에 따른 것이었다. 2005년 1월, 순복음교회와 베데스다대학은 선교비 약정서를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목사와 학생들의 기독교 훈련, 장학금, 연수와 세미나 개최 등을 조건으로 순복음교회가 돈을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약정서를 맺은 사람은 조용기 목사였다. 순복음교회는 약정서 내용에 따라 한국은행에도 해외송금을 위한 자본거래신고를 했다.
순복음교회는 매년 15억~40억 원 가량을 보냈다. 베데스다대학이 돈을 요청하면 며칠 안에 바로 현금을 보내는 식이었다. 약정서가 맺어질 당시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는 베데스다대학의 명예총장이면서 한세대학교의 총장이었다.
그렇다면 조용기 목사가 보낸 이 선교비는 그 동안 목적에 맞게 쓰였을까. 지난 9월,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이 있는 미국 LA를 찾아가 선교비의 행방을 추적했다.
베데스다대학은 학생 수 350여명의 종합대학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결과, 매년 수십억 원의 선교비를 지원받는 학교로 보기엔 초라한 규모였다. 3층짜리 건물 한 동과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강의실이 교육시설의 전부였고, 건물 내부엔 물이 새는 곳이 있을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2년 전 베데스다 대학을 졸업한 한 학생은 학교사정을 이렇게 말했다.
그나마 컨테이너 강의실도 2014년에 생겼어요. 그 전엔 그것도 없었어요. 학교는 항상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순복음교회에서 선교비가 온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대체 순복음교회는 그 많은 선교비를 어디에 쓴 것일까. 우리는 먼저 베데스다대학이 2001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국세청에 신고한 세금신고 내역을 입수해 이 대학의 재정 지출 상황을 살펴봤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에서 송금된 돈이 170여억 원이란 기록과 함께, 이 중 14억 원 가량이 장학금으로 쓰였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순복음교회가 보낸 돈의 10%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취재진은 나머지 선교비의 행방을 확인하기 위해 베데스다대학 관계자들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베데스다대학에서 오랫동안 일한 한 핵심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순복음교회에서 보낸 돈이 대부분 “기숙사를 짓는다는 등의 이유로 부동산 투자에 쓰였다”는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해외로 보내니까 선교비라고 말하지만, 학교운영비였어요. 들어온 돈들이 땅 사는데 좀 보탬이 됐고, 아파트 사는데, 기숙사 건물 사는 데 도움이 됐고, 그런 식으로 쓰였지.
취재진은 이 관계자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베데스다대학 이름으로 매매된 부동산을 조사했다. 그 결과, 현재 대학건물로 쓰이고 있는 학교건물 외에 총 32개의 부동산이 확인됐다. 11채의 콘도와 3채의 빌딩, 그리고 고급주택 6채, 2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땅(12필지) 등이었다. 모두 베데스다대학이 기숙사와 신축캠퍼스로 사용한다며 사들인 부동산이었다.
취재진이 확인한 부동산 중 콘도(11채)와 대규모 땅은 7년 전 이 학교가 만든 홍보영상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이들 부동산이 모두 기숙사와 신축캠퍼스 예정지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작 베데스다대학 학생들은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기숙사와 건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신축캠퍼스를 세운다는 얘기를 있었는데, 제가 학교를 다니는 지난 4년간 신축캠퍼스를 언제 만든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습니다. 기숙사가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고요.
취재진은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콘도를 먼저 찾아가 봤다. 그런데 기숙사라고 하기엔 학교와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거리, 통학에는 대략 3시간 남짓이 걸렸다.
베데스다대학은 지난 2007년, 우리 돈 60억여 원을 들여 이 콘도 11채를 한 번에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취재진이 콘도를 찾아갔을 당시 11채 중 10채는 이미 팔린 상태였고, 남아 있는 건 한 채 뿐이었다. 그마저도 집을 판다는 의미의 ‘For sale’ 간판이 콘도 앞에 세워져 있었다. 콘도를 보유할 당시나 지금이나 베데스다대학의 기숙사로 사용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이 신축캠퍼스 부지라고 홍보했던 2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도 찾아가 봤다. LA 파사데나 지역에 위치한 이 부동산은 2006년 베데스다대학이 950만 달러, 우리 돈 100억 원 정도에 매입했던 부동산이었다. 하지만 이 곳 또한 현재 한 고등학교가 임대해 사용할 뿐 베데스다대학의 신축캠퍼스 용지와는 관련이 없어 보였다.
취재진은 “왜 부동산을 학교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지” 등을 묻기 위해 베데스다대학에 질의서를 보냈다. 대학 측은 “캠퍼스 이전 계획도, 기숙사 운영계획도 없어 매각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이 부동산들을 학생들을 위해 사용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베데스다대학이 캠퍼스를 이전한다며 사들인 부동산은 콘도와 땅 외에도 많았다. 역시 신축캠퍼스를 만든다며 1999년 매입했던 LA한인타운 인근의 빌딩은 2003년 다른 학교에 이미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고, 2003년 사들인 LA 인근 토렌스 지역의 100억 원대 빌딩, 2015년 매입한 LA 인근 알링턴 지역의 40억 원대 빌딩도 매입한 지 2~3년 뒤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데스다대학은 이 빌딩들을 사고 팔면서 600만 달러, 우리 돈 60억 원 넘는 차익을 챙겼다.
확인결과, 베데스다대학이 1999년부터 사들인 32건의 부동산 가운데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2만 제곱미터의 땅(12필지)뿐이었다. LA소재 한 한인부동산 중개업자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자”라고 말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베데스다 대학은 기숙사를 짓는다며 6채의 고급주택을 사들였다. 이 고급주택이 위치한 곳은 부촌으로 알려진 LA 인근 오렌지카운티의 플러턴시였다. 그런데 베데스다대학이 이 주택들을 사들일 당시, 학교 명의가 아닌 차명을 동원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모두 순복음교회, 베데스다대학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거래에 이름을 빌려준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이유를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구입에 이름을 빌려준 사실을 인정하면서 “베데스다대학교에서 학생 기숙사를 마련을 하는데 융자가 잘 안 되니까 제 이름을 좀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이름을 빌려줬다”거나 “베데스다대학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내 이름을 빌려갔다”고 답했다.
그럼 대체 누가 이런 식의 부동산 매매를 주도한 것일까. 취재진은 미국 현지에서 만난 순복음교회와 베데스다대학 관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사람을 지목했다.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의 지시였다”는 것이다.
김성혜 씨의 명령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순복음교회 목사들이 이름을 빌려줬고, 나중에는 그것도 모자라 목사집에서 일하는 식모의 이름까지 도용했습니다. 베데스다대학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김성혜 씨가 지시한 일이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한 베데스다대학의 관계자는 “김성혜 씨가 처음부터 개인주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급주택을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김성혜 씨가 산 집들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용도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살기 위한 집이었어요. 기숙사로 쓰는 척하다가 자기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개인주택으로 사용하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도 집을 하나 주겠다고 했습니다.
김성혜 씨의 지시로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사들인 주택들은 대부분 국내에 해외부동산 취득신고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서류상 고급주택의 소유자로 되어 있는 한 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자기 이름으로 이 부동산이 매입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해외부동산 취득 신고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은행 측은 “국내 거주자가 자신 명의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뒤 신고하지 않으면 금액에 상관없이 규정 위반이다. 해외부동산을 이미 매각한 상태라도 사후보고 해야하며 부동산 취득가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거래한 고급주택 6채의 거래과정을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이 주택들의 등기부등본도 확인해 봤다. 그런데 그 중 한 채의 서류에서 낯익은 이름이 나왔다. 바로 김성혜였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씨는 수영장이 딸린 고급주택을 2003년 매입했다가 2005년 베데스다대학에 증여했고, 베데스다 대학은 2014년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
김성혜 씨의 지시로 베데스다대학이 차명으로 구입했던 고급주택 6채는 현재 모두 팔린 상태다. 그런데 그 중 한 채를 사 간 곳은 한세대학교였다. 베데스다대학은 2003년 약 5억 원에 산 집을 2009년 약 7억 원에 매각하며 2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2009년 이 매매가 이뤄질 당시 김성혜 씨는 한세대 총장이자, 베데스다대학의 이사장이었다.
그럼 현재 한세대학교 소유로 되어 있는 그 집은 어떤 용도로 쓰이고 있을까.
확인결과, 해당 주택에는 현재 한세대 학생 1명과 베데스다 학생들, 그리고 베데스다대학의 부총장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한세대 소유의 부동산인데도 서류상으로 한세대와 아무 관련이 없는 베데스다대학이 학생들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취재진이 베데스다대학 내부 게시판에서 발견한 ‘방 렌트’라고 적혀있는 게시물에는 한세대가 매입한 주택을 ‘방 1개에 보증금 400만 원, 임대료 월 650불씩 4개월 선납 조건’에 임대한다고 적혀 있었다.
취재진은 한세대학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한세대 측은 “해당 주택은 한세대에서 베데스다대학으로 가는 방문 학생을 위해 매입한 곳”이라며 “기숙사를 관리하는 직원이 1명 살고 있는 것은 알았으나 베데스다대학 학생들이 사는지는 몰랐다. 베데스다 대학이 임대료를 받고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 관계자는 “베데스다 학생들 거주 문제와 임대료 부분은 현재 시정조치했다”고 답했다.
취재진은 한세대 소유의 주택에 살고 있는 베데스다대학 부총장인 조경희 씨를 찾아갔다. “왜 순복음교회가 보내 온 선교비를 부동산 투자에 사용해 왔는지, 왜 한세대 소유 부동산에 베데스다대학의 부총장이 살고 있는지”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조경희 씨는 현재 베데스다대학의 총장 직무대행과 총무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 대학의 최고 책임자로, 김성혜 씨와는 오랜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취재진을 만난 조 씨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베데스다대학 측에 다시 질의서를 보내 순복음교회가 보낸 선교비의 사용처에 대해 물었다. 베데스다대학은 이메일 답변을 통해 “부동산은 모두 대출을 받아 구입했으며, 순복음교회 선교비를 포함한 모든 지원금은 모두 장학금에 썼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 한 베데스다대학의 학생, 전직 대학 관계자들의 증언과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취재진과 함께 베데스다대학의 미국 국세청 세금신고 문서를 분석한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베데스다 대학의 답변이 거짓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지는 선교비 중에 이른바 장학금으로 지급되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고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동산 투자다.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투자가 지금 취득가액 기준으로 2017년 6월에 187억이고, 그 중에 차입금 비중이 31억이다. 결국 차입금을 제외하고도 약 ‘157억’ 정도는 부동산 취득에 사용되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춰본다면 베데스다 대학의 해명은 거짓말로 판단된다.
지난 1999년부터 20년 간, 베데스다대학이 미국에서 부동산을 집중 매입한 시기는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가 베데스다대학에 관여한 시기와 공교롭게도 맞물린다. 부동산 매매가 시작된 1999년은 김 씨가 이 대학의 부이사장이 된 해였다. 베데스다대학의 부동산 투자행태는 김 씨가 이 대학에 관여하기 전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2004년 말까지 베데스다 대학에서 근무한 김용상 전 교수는 “학교에 총장과 이사장은 이름만 있을 뿐이었고, 학교 운영의 실질적인 지시와 결정은 김성혜 한세대 총장이 다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직 관계자도 “김성혜 씨가 2001년부터 한세대 총장을 맡고 있어 베데스다 대학 총장 겸직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챈슬러나 부이사장이라는 명칭을 썼을 뿐 실제로는 총장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가 마무리될 즈음, 뉴스타파는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순복음교회 선교비의 사용처를 묻기 위해 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 김성혜 씨에게 각각 질의서를 보냈다. 조 목사측은 답변하지 않았고, 김성혜 씨는 답변을 거부했다. 순복음교회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왔다.
취재 : 홍여진, 강민수, 박경현, 신동윤, 한상진
영상취재 : 김남범
연출 : 신동윤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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