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복음교회와 조용기 아들 3형제
2018년 12월 24일 14시 28분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부인이자 한세대 총장인 김성혜 씨가 순복음교회의 선교비 등으로 차명부동산을 매입, 관리해 온 사실을 보여주는 김 씨 본인의 자필 메모와 증언을 뉴스타파가 확보했다. 확보한 문서 중에는 김 씨가 명의 상으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부동산임대계약서에 ‘선불로 받었음 150만원’이라고 쓴 메모 등이 포함돼 있다. 김성혜 씨 본인이 적은 메모 등 조용기 일가의 차명부동산 관련 자료를 보관해 온 김성혜 씨의 전직 비서실장 김 모 씨는 최근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갖고 이 자료를 공개했다.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한 김 씨는 1998년부터 6년 동안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성혜 씨에게 독일어 통역을 해 준 인연으로 비서실장까지 지냈다. 순복음교회와 한세대에서는 김성혜 씨의 국내외 행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전직 비서 김 씨는 인터뷰에 앞서 김성혜 씨의 글씨로 추정되는 메모가 담긴 문서 등 여러 건의 부동산 관련 서류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김 씨는 모두 김성혜 씨가 자신에게 맡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세무조사를 당할 때, 조용기-김성혜 부부가 자신들의 차명부동산이 문제가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이 서류들을 주면서 처리하라고 했는데, 제가 지금까지 보관해 왔습니다.
김 씨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문서는 총 7건이다. 부동산임대계약서, 현금수령증을 비롯해 누군가와 돈을 주고받으며 작성한 서류 등이었다. 대부분이 부동산매매와 관련된 것들인데, 문서 곳곳에 누군가가 쓴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김 씨는 “모두 김성혜 씨가 쓴 글씨”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이 메모들이 김성혜 씨의 글씨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필적전문가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김 씨가 공개한 부동산 관련 서류 7건을 김성혜 씨가 쓴 손편지와 대조해 필적을 감정하는 방식이었다. ‘사랑하는 아들, 희준아’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조희준 국민일보 회장에게 김성혜 씨가 보낸 편지였다.
필적감정을 의뢰하고 8일 뒤, 최종감정서가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감정서에는 글씨를 쓸 때의 압력과 글자의 크기, 서체의 독특한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정이 이루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감정결과가 들어 있었다. 의뢰한 메모 7건 중 5건이 김성혜 씨의 손글씨와 같은 필적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머지 두 건은 다른 사람의 필적이거나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성혜 씨 필적으로 확인된 메모 중 하나는 1997년 7월에 작성된 부동산임대계약서다. 이 서류 오른쪽에는 ‘선불로 받었음 150만원’이라는, 김성혜 씨의 필적으로 확인된 글씨가 적혀 있다. 그런데 이 땅의 서류 상 주인은 김성혜 씨가 아닌 순복음교회 장로였던 이 모 씨. 서류 상 명의로만 보면 김 씨가 남의 땅과 관련된 계약서에 자기가 돈을 받았다고 적어 놓은 것이다.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자기 땅이 아닌데 왜 선불임대료 150만 원을 자기가 받았다고 적어 놨겠어요? 이런 메모를 왜 했겠어요? 본인이 이 땅과 관련이 있으니까 돈을 받았다고 적어 놨겠죠. 이 땅은 김성혜 총장 땅입니다. 김성혜 씨가 차명으로 사서 관리했던…
김성혜 씨 스스로 “이 땅은 내 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저한테 얘기한 적이 있어요. 사실은 그 땅이 자기 땅이라고. 자기 것인데 ‘차명으로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김성혜 씨의 차명부동산으로 추정되는 문제의 양재동 땅은 2001년 순복음교회 산하단체인 선교회에 팔렸다. 그리고 선교회는 이 땅에 지하2층, 지상5층의 빌딩을 지었다. 이어 선교회는 2005년 조용기 목사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영산문화재단(구 베데스다문화재단)에 이 건물과 토지를 통째로 출연, 즉 기증했다.
부동산을 기증받은 영산문화재단은 조용기 일가가 주도해 설립된 곳이다.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와 아들 승제 씨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김창대, 허순범, 주영자 등 조용기 일가와 가까운 순복음교회 장로들이 이사진에 포진하고 있다. 영산문화재단은 이 건물을 기증받은 뒤, 200석 규모의 ‘영산 양재홀’, 김성혜 씨가 회장으로 있는 성혜장학회와 그레이스빌 등을 입주시켜 관리하고 있다. 사실상 김성혜 씨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김성혜 씨가 차명으로 소유하던 양재동 땅을 순복음교회가 사들여 건물을 짓고 부동산 가치를 높인 뒤, 이를 다시 조 목사 일가 측에 공짜로 넘긴 것. 인근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이 건물의 현재 시세는 대략 100억 원에 달한다.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씨는 순복음교회가 이 땅을 매입한 뒤 영산문화재단에 기증한 것은 조용기 목사와 김성혜 씨가 결정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성혜 씨가 이00 장로 이름으로 양재동에 땅을 하나 사 놨어요. 18억 원에 샀는데, 시세가 15억 원 정도까지 떨어지는 거에요. 김성혜 씨가 ‘그 땅을 팔아서 건물을 짓겠다’고 말했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있다가 진짜 그 땅이 교회에 팔리고 건물이 들어서고 그러더라고요.
뉴스타파는 당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 땅의 서류상 소유주였고, 이후 영산문화재단의 초대 대표를 지낸 이 모 장로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 씨는 차명 부동산 의혹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억이 안 난다는 이 씨의 주장과는 달리, 이 땅의 실소유주가 이 씨가 아닌 김성혜 씨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은 더 있었다.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이 씨가 이 토지의 임대계약서를 김성혜 씨에게 보낸 팩스 문건이다.
김 전 비서실장이 공개한 이 팩스 문건은 1999년도에 작성된 양재동 땅의 임대계약서다. 문서의 왼쪽 상단엔 2001년 11월 19일이라는 날짜가, 오른쪽에는 0011714로 시작하는 팩스번호가 적혀 있다. 번호로 볼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팩스임이 분명했다. 이 팩스가 보내질 당시 김성혜 씨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피해 미국에 머물고 있었다.
김성혜 씨가 미국으로 도망와서 LA 인근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호텔에 머물렀어요. 이 팩스번호는 그 호텔번호에요. 만약에 그 땅이 이모 장로 소유라면 왜 김성혜 씨한테 이런 서류를 보냈겠어요. 김성혜 씨 차명 땅이니까, 주인에게 보고한 거죠.
그럼 왜 김성혜 씨는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매, 관리했던 것일까. 전직 비서실장인 김 씨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당시 김성혜 총장 연봉을 계산해서, 하나도 안 쓰고 돈을 모았다해도 이런 재산을 산다는 게 설명이 되겠어요? 가능치라는 게 있잖아요. 자기 이름으로 부동산을 샀다면 헌금 빼돌려 땅 샀다는 말이 나올 게 뻔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말 나오지 않게 하려고, 조용히 땅 사려고 남의 이름을 갖다 쓴 거지.
2010년 9월, 순복음교회가 설립한 국민일보에 이른바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조용기-김성혜 부부의 장남 희준 씨와 차남 민제 씨가 국민일보 경영권을 두고 벌인 싸움. 일명 ‘국민일보 사태’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용기 목사 일가의 차명부동산 문제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순복음교회 자금을 빼돌려 거액의 차명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의혹이었다.
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은 조용기-김성혜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차명부동산을 소유해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순복음교회에 피해를 줬다는 업무상 배임혐의였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순복음교회와 한세대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조용기 목사 일가가 참여한 재단과 한세대에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영입되기 시작한 것. 이명박의 동지상고 동창이자 이명박 팬클럽 명사랑회장이었던 김창대 씨와 이명박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변호사였다.
김창대 씨는 2010년 11월과 2011년 8월, 각각 조 목사 일가가 운영하는 ‘영산문화재단’과 ‘영산조용기재단’의 이사가 됐다. 이종찬 변호사도 2011년 2월 김성혜 씨가 총장을 맡고 있는 한세대 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들이 영입된 이후, 검찰은 조용기 일가의 부동산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심지어 교회돈을 횡령한 사실이 명백히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도 조용기 일가에게 이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2009년, 순복음교회가 조용기기념도서관을 건립하라고 한세대에 준 돈 100억 원 중 50억 원을 한세대가 빼돌려 경기도 부천에 빌딩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김성혜 씨를 기소유예 처분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검찰이 내놓은 논리는 “김성혜 씨가 한세대의 총장으로 이사회 핵심 구성원이었지만, 그렇다고 이 범죄를 주도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뉴스타파가 김성혜 씨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 씨로부터 입수한 ‘김성혜 메모’도 당시 검찰에 증거로 제출됐지만, 검찰은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에 의문이 남는 이유다.
한세대학교는 김성혜 총장이 지배하는 학교법인입니다. 이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성혜 씨가 이사회 결정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무죄 받기가 너무 어려울 정도로 혐의와 증거가 분명했습니다. 총장 직위를 유지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기소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진행한 수사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도저히 무죄를 줄 수 없으니까 마지막 남은 방법,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봐주기 수사, 부실수사입니다.
김성혜 총장 고발인 측 변호사였던 전승만 변호사는 김성혜 씨의 자필 메모와 전 비서실장 김 씨의 증언 등 조 목사 일가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행위를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이 수사과정에서 묵살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성혜 씨의 자필메모는 당시 사건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당시 검찰은 교회 장부나 피의자 관련 계좌에 대해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수사를 안 한 겁니다.
뉴스타파는 검찰수사 직전 순복음교회가 끌어들였던 MB정권 실세 김창대 씨와 이종찬 씨에게 연락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검찰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등 세간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이메일을 통해 “김성혜 총장과 관련된 사건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뉴스타파는 조용기 일가의 차명부동산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에게도 연락했지만, 모두 답변을 회피했다.
취재 : 홍여진, 강민수, 한상진, 신동윤, 박경현
촬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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