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전 검찰총장, ‘무증빙 특활비’ 최소 2억... 회계 부정 의혹

2023년 07월 06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 자료 16,735장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받아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다. - 편집자 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직 시절, 최소 2억 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를 아무런 지출 증빙자료 없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문 전 총장 재임 기간(2017.7~2019.7) 중 지출한 ‘총장 몫 특수활동비’ 내역을 조사한 결과, 문 전 총장이 아무런 지출 증빙자료도 남기지 않은 채 쓴 ‘무증빙 집행액’은 최소 1억 9,857만 1,000원이었다.
2억 원에 이르는 ‘무증빙 특수활동비’가 드러나면서 사적 사용 등 세금 유용 의혹이 나오지만, 문무일 전 총장은 묵묵부답으로 해명을 거부하고 있다.
▲ 문무일 전 검찰총장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스무 글자 증빙’에 ‘세금 5,000만 원’ 지출

2019년 8월 27일, 당시 윤석열 총장이 총장 몫 특수활동비 가운데 5,000만 원을 일시에 전액 현금으로 지출했다. 증빙자료는 한 장짜리 영수증이 전부다. 
검찰은 윤석열 총장이 현금 5,000만 원을 왜,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 알 수 없게 ‘집행내용’ 부분을 먹칠로 새까맣게 지웠다. 그런데 먹칠된 부분의 크기를 봤을 때, 집행내용에는 스무 자 안팎의 글자가 적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부실한 증빙만으로는 검찰총장이 정말 수사와 정보 수집 등 기밀 업무에 특수활동비를 쓴 것인지, 윤 총장 본인 말고는 그 누구도 확인할 길이 없다.
▲ 검찰이 먹칠해놓은 부분의 크기를 봤을 때, 집행내용에는 많아야 스무 자 정도의 글자가 적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장’짜리 영수증, 입금증에 ‘총장 특수활동비 130억 원’ 지출

뉴스타파가 1차로 확보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 중에는 2019년 8월과 9월 이렇게 두 달 치, 윤석열 총장의 총장 몫 특활비 장부가 있다. 
당시 윤석열 총장은 2019년 8월 약 4억 900만 원, 2019년 9월에는 4억 1,1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지출했다. 두 달 치 8억 2,000만 원의 지출 증빙자료는 전부 한 장짜리 영수증, 은행입금증뿐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총장 몫 특수활동비 8억 2,000만 원을 지출하면서 첨부한 증빙자료는 전부 한 장짜리 영수증, 은행입금증뿐이다.
이처럼 지출 증빙자료가 부실한 것은 윤석열 총장 때만이 아니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액 292억 원 중 지방검찰청 등에 주는 ‘정기 지급분’ 156억 원을 뺀 130억 가량이 검찰총장이 마음대로 용처를 정할 수 있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였다. 
이 총장 몫 특수활동비 130억 원 전체가 한 장짜리 영수증만 증빙자료로 첨부한 채 쓰였다. 세금을 오남용하고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기 손쉬운 구조다. 

문무일 총장, ‘무증빙 지출 특수활동비’ 최소 1억 9,000여만 원

검찰이 특수활동비 기록을 공개한 기간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다. 이 기간, 검찰총장은 3명이다. 김수남, 문무일, 윤석열. 그런데 총장 몫 특수활동비 집행 장부가 있는 기간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였다.
김수남 총장(재임 2015.12~2017.5)의 경우,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단 한 건도 특수활동비 증빙자료를 남기지 않아 무단 폐기 의혹을 사고 있다. (관련 기사: 2017년 대검 특활비 74억 집행기록 없어졌다...무단 폐기 의혹)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총장 시절(재임 2019.07~2021.3) 특수활동비 장부는 2019년 8월과 9월, 두 달 치만 공개됐다. 
반면, 문무일 총장의 경우 재임 기간(2017.7~2019.7)에 쓴 총장 몫 특수활동비 집행 장부가 오롯이 남아 있다. 문 총장 시절의 특활비 장부를 먼저 검증한 이유다. 
▲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자료 현황
문무일 총장의 2017년 9월 특수활동비 장부를 보면 집행금액 총액으로 4억 2,601만 9,000원이 적혀 있다. 총장 몫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모든 장부에는 집행내역을 정리한 표와 각 내역을 증빙하는 자료가 첨부돼 있다. 뉴스타파는 이 둘을 대조했다.
9월 집행분 4억 2,601만 9,000원 가운데 한 장짜리라도 영수증, 입금증 등 증빙자료가 확인된 것은 3억 5,627만 8,000원뿐이었다. 나머지 6,974만 1,000원은 아무런 증빙자료도 없이 집행됐다. 용처를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무증빙’ 지출이었다. 
▲ 2017년 9월, 문무일 총장이 아무런 증빙 없이 지출한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약 6,9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문무일 총장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쓴 ‘무증빙 특수활동비’는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만 최소 1억 9,857만 1,000원이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9월 6,974만 1,000원, 2017년 10월 5,100만 원, 2017년 11월 6,813만 원, 2017년 12월 970만 원으로 나타났다.
▲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문무일 총장이 아무런 증빙 없이 지출한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최소 1억 9,0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문무일 총장 몫 특수활동비 장부 20개월치 ‘엉터리 회계’ 확인

심각한 문제는 더 발견됐다. 총장 몫 특수활동비 장부에 있는 집행총액과 증빙자료에 표기된 집행 액수의 합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문무일 총장 시절, 즉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작성된 총장 몫 특수활동비 장부 23개월 치 가운데 20개월 치 자료에서 집행금액 총액과 증빙자료의 합계금액이 일치하지 않았다. 23개월 치 자료 중 합계 금액이 맞아떨어지는 것은 2018년 7월과 8월, 2019년 6월, 딱 석 달치 뿐이었다. 20개월 치는 합계 조차 맞지 않는 엉터리 회계 장부였던 것이다. 이 같은 엉터리 회계 장부마다 문무일 총장의 확인 서명이 빠짐 없이 남아 있다. 
뉴스타파는 문무일 전 총장에게 연락해 아무런 증빙자료 없는 2억 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썼는지, ‘총장 몫 특수활동비’ 장부가 엉망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답변을 피했다. 
기자: 제가 좀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잠깐 드렸는데요.
문무일: 기자들하고 문답을 안 해요.
기자: 총장님께서 총장 시절에 사용하신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관련된 내용이라서요.
문무일: 죄송합니다. 지금 현재 저기(검찰)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하고 통화하시면 좋겠습니다.
기자: 아니, 아니요. 총장님께서 직접 집행하신 돈이고 그 증빙 자료가 아예 없는... (전화 끊음)

문무일 전 검찰총장 (2023.6.30)
이후 뉴스타파는 다시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겨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수상한 집행’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청했지만, 문 전 총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기자: 총장님 저 일전에 전화드렸던 뉴스타파 기자입니다. 그때 제가 메시지 하나 남겨드렸는데 메시지 확인하셨더라고요.
문무일: 아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기자님들하고 통화 안 해드린 지가... 할 말이 없어요. 그쪽(검찰)하고 말씀하세요.
기자: 그런데 이게 거듭 말씀드리지만 총장님께서 쓰신 예산에 대해...
문무일: 못 하니까 미안합니다. (전화 끊음)

문무일 전 검찰총장 (2023.7.4)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가 재정은 투명하고 원칙 있게 쓰여져야 됩니다. 국민의 혈세를 쓰는 곳에 성역은 있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제57회 국무회의 모두발언, 2022.12.27)
윤 대통령이 강조한, 민주사회의 마땅한 이 원칙이 정작 본인의 '친정'인 검찰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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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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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처송우중, 정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