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 다스 먹으려 했다”...김종백 파일 추가 입수

2018년 02월 02일 14시 11분

뉴스타파는 이명박의 조카, 김동혁과 다스 핵심 관계자 김종백 사이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 50여 개를 추가로 입수했다. 이 추가 파일에는 이명박의 조카이자 다스 부사장인 이동형이 다스의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이동형이 자신의 아버지 이상은이 다스 최대주주인 점을 들어, 이명박·이시형 부자에 대항했다는 것이다. 이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상은이 아닌, 이명박 부자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동형이 동생 시형이에게 다스 지분이 자기네들이 많다고 지분을 가지고 싸우려고 그랬다는 거야. 서류상에 나타나는 게 그렇지.

현재 주식회사 다스의 지분은 이명박의 큰형 이상은이 최대주주로 47.2%를, 이명박의 처남댁인 권영미가 23.6%, 기획재정부가 19.9%, 이명박이 만든 청계재단이 5.0%, 이명박의 대학동창인 김창대가 4.2%를 가지고 있다. 이상은이 실질적인 다스의 소유주라면 이동형이 지분을 내세워 이시형과 싸우려했다는 점은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다스의 실소유주가 최대주주인 이상은이 아닌 다른 인물, 즉 이명박이라는 정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김동혁 “다스는 무주공산, 주인이 없다”

이 대화에 나오는 김동혁은 이명박 일가의 첫째인 이귀선의 아들로, 다스가 자동차 시트를 만들고 나온 폐고철을 다스로부터 받아 제철소에 파는 사업을 해왔다. 그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의 팬클럽인 MB연대에서도 활동했다. 이명박 일가의 사촌형제들 중 가장 오랜 기간 이명박 측에서 활동해온 인물로 볼 수 있다. 그의 형 김동석과 함께 사촌 형제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다스에서 18년을 일한 김종백과의 대화에서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상은이 아니라, 이명박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다스에서 벌어진 이동형과 이시형의 갈등들을 이명박에게 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다스의 경영권이 이명박에게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는 또 다스의 현재 경영진은 다스의 주인이 아니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다스는 무주공산이거든. 주인이 없잖아. 지금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두 시간 전화했어. 이 대통령과 맞장 뜨는 식으로 전화했기 때문에 너는 그대로 (이동형 부사장 처리 문제를) 진행해라. 내가 이 대통령에게 분명히 얘기했어. 이동형 다 도려내라. 야 내가 MB한테 지랄했는데 이동형이 안 나가면 죽으려고.

김동혁 / 이명박 조카

김동혁은 이동형이 다스의 고철 사업권을 빼앗자 이동형을 다스에서 쫓아내려고 암투를 벌인다. 그는 대화 상대인 김종백에게 이동형의 사생활 캐내고, 이동형의 비자금 통장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동형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힌다. 이는 이동형의 비리를 검찰에 제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압박을 해서 자기가 관두든지 자발적으로 관두면 제일 낫고. 그 다음에 물리적 방법. 안 그러면 해고되고 구속된다.

또 김동혁은 이동형의 사생활과 리베이트 수수 의혹을 이시형과 협의했다고 밝힌다.

어제 이시형 전무하고 또 만나서 대책회의를 했거든 이시형 전무도 나에게 부탁한 게 뭐냐면 같은 전략을 나가야지. 내가 너무 왕창 회사 다 조지는 것처럼 소문이 들어갔나봐. 그게 염려스러워서 나를 보자고 했다는 거야.

김동혁 / 이명박 조카

김동혁의 이동형 정리 계획은 이상득에게도 전달됐다. 김동혁이 이상득이 이 문제에 반대하지 못하도록 설득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내가 오늘 이상득씨에게도 분명히 얘기했어. 내가 ‘시형이와 얘기 다 끝냈다’, ‘우리 손에서 얘를 자르지는 못하지 않느냐’, ‘우회적으로 얘기 해놨으니까 삼촌도 알고만 계세요’ 했거든.

김동혁 / 이명박 조카

이 과정에서 이명박의 측근이자 다스 감사로 일하던 신학수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다스의 경영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신학수가 이 문제를 브이아이피 즉, 이명박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학수가) ‘이동형이 완전히 죽었습니다’고 해서 ‘야 죽는 척 하는거지 그게 죽는거냐? 이번 기회에 아웃시키게끔 작전해놨으니까 니 까불지마라’고 했지.‘(신학수가) 형님 이상은, 이동형이 자빠지면 어떡합니까’, 그래 ‘야 어차피 한번은 자빠져야해, 이번에 다 합의하기로 했어. 왜 까불고 앉았어’

‘(신학수에게)엉뚱한 소리하지 마라, 무슨소리하는 거야 왜’, ‘임마 왜 VIP에게 엉뚱한 보고를 함부로해서 난리 법석을 만들어놔’. ‘이시형이하고 2주 전에 다 얘기했어, ‘임마 넌 가만히 있어 왜 자꾸 끼어’

김동혁 / 이명박 조카

대화 내용을 들어 보면, 이동형의 경영권 장악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뉴스타파가 1차로 입수한 이동형과 김종백 사이의 통화 파일에는 이동형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이 나온다. 대화는 2016년 7월 13일부터 15일 사이에 집중됐다. 당시는 이동형이 다스의 경주 본사 총괄부사장에서 다스의 충남 아산 지사 부사장으로 강등된 뒤였다.

이쪽 집안(이명박 부자)에서는 00이와 00까지 사표를 받게 하고 나의 수족을 다 잘라 버리려고 하는 거 아니야.

김동혁 “대화 내용 사실 아니다”… 파일 신뢰성 높아

김동혁은 지난달 26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같은 대화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아닌 걸 가지고 질문하지 마라.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 가지고 전화하지 마라,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추가로 확보한 녹음 파일에는 김동혁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검증할 수 있는 몇가지 정황이 나온다. 2016년 5월 30일에 녹음된 대화에서 그는 “오늘 이상득씨 재판이다, 하루종일 법정에 있어야 하니까 통화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이상득은 포스코 비리 연루 의혹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또 2016년 5월 28일의 대화에는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이 경주를 방문한다는 언급이 나온다. 실제로도 5월 29일부터 이틀간, 반기문이 경주를 찾아 유엔이 주최한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외에도 두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기탄없이 털어놓는 장면이 파일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대화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김동혁에게 재차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김종백의 녹음파일로 다스의 실소유주를 증명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김종백의 녹음 파일들을 주요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다.

취재: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최형석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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