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2024년 10월 28일 17시 17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삼현씨와 제6대 지방선거 3개월 전인 2014년 3월 ‘30억원 용역’ 계약을 맺었던 건설업자 김흥태씨는 이 계약이 김삼현 측의 요구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흥태 씨는 지난 9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를 앞두고 김삼현 씨가 먼저 용역계약 체결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내가 적대관계에 있던 (경쟁)회사에 30억원을 주고 (사업권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김삼현 씨가 김기현 선거 캠프에서 일하던 두 사람에게 듣고 (용역계약을) 요청을 해 왔다.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가 당선되면 (경쟁 업체가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면서 선거비용이 많이 드니 30억 원을 대가로 달라고 했다.
실제 김흥태 씨와 김삼현 씨가 2014년 3월 26일 체결한 용역계약서에는 ‘세븐앤세븐건설 김흥태 대표가 김삼현 측에 아파트 신축사업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용역을 맡기고 그 대가로 30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파트 사업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즉 PF가 이뤄지는 시점에 약속한 금액을 일괄지급하는 조건으로 김삼현씨가 사업관리 용역과 분양관리업무를 맡는다는 게 계약서 요지다.
하지만 김흥태 씨는 “김삼현 씨가 실제 용역을 수행하거나 분양할 능력이 있어서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울산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김기현 전 시장의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김흥태 씨는 ‘30억 원 용역계약서’ 체결 전 김삼현 씨가 형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승낙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용역계약서를 맺기 전, 평소 잘 알던 김삼현 씨에게 ‘형(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의논한 뒤 결정하자’고 했습니다. 김삼현 씨는 곧 ‘형(김기현)과 의논하고 왔다’, ‘형이 (용역계약서 맺는 것을) 승낙했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용역계약서가 만들어졌다.
김흥태 씨는 뉴스타파에 ‘30억 계약서’가 만들어진 과정을 보여주는 이메일도 공개했다. 계약 체결 이틀 전인 2014년 3월 24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가 김흥태 씨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용역계약서 초안과 함께 ‘검토와 수정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삼현씨가 직접 용역계약서를 준비했다는 사실은 검찰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2017년 울산경찰청이 이 사건을 수사한 뒤 지난해 김삼현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결국 불기소 결정을 하는데 해당 결정서를 보면 “김삼현이 용역계약서 초안을 작성하여 김흥태에게 이메일 전송하고”라고 기록돼 있다.
2016년 울산지검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후 ‘30억 계약서’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담당검사가 서울로 올라간 뒤, 사건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김흥태 씨는 이듬해 하반기 경찰을 찾아가 수사를 의뢰했다.
김흥태 씨의 의뢰로 수사를 시작한 울산경찰청은 2018년 하반기 김삼현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삼현 씨와 김흥태 씨 사이에 오간 약속이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청탁이나 알선을 못하게 하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람간에 용역계약이 맺어진 것은 맞지만,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가 형을 팔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은 입증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현 대전경찰청장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청장은 “검찰이 악의적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경찰의 수사결과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청와대와 경찰의 기획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김 전 시장은 동생 김삼현 씨가 먼저 30억원 계약을 제안한 것에 대해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당시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에는 “사건에 개입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김 전 시장은 “김흥태씨와 동생에 대해 검찰에서 조사 다 하고 종결 처리를 했는데 왜 이런 질문을 하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취재 | 한상진 조원일 강현석 |
촬영 | 이상찬 최형석 |
편집 | 윤석민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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