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 명태균 카톡 공개, 尹 캠프 본부장급 인사 직접 했다

2025년 01월 09일 19시 00분

2025년 01월 09일 19시 00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아무런 직함도 없었던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기간에 윤석열 캠프 고위직 인사를 김건희 여사에게 추천했고, 일부는 실제로 임명된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의 수사보고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캠프 구성을 윤석열 후보가 아닌 김건희 여사가 주도했으며, 명 씨가 주요 인사들을 추천하거나 검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여사와 민간인 명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윤석열 후보의 후원회장과 인재추천위원회는 물론 선거대책위원장 임명 과정까지 명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 씨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캠프 보직 인선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 씨가 캠프 인선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는 김영선 전 의원을 포함해 총 3명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명 씨가 캠프 보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 듯한 대목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 녹음파일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 / OOO이하고 (돈) 다 받았어요? 
○강혜경 / 아니요.
●명태균 / 그럼 입금 다 안 받았어요?
○강혜경 / OOO 것도 안 받았고, 누(구)고… OOO 회장 건 일부만 들어왔고요.
●명태균 / 빨리 다 입금시키라고 할게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 그 저 임명장 그래야 주지.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2021.10.14.)

① 김건희-명태균, 윤석열 후원회장 논의한 뒤 실제로 위촉 

뉴스타파가 명태균-김건희 카카오톡 대화와 검찰 수사보고서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명 씨는 윤석열 대선 경선 캠프 때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 지 보름여 만인 2021년 7월 16일 카카오톡 대화. 이날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대사의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라면서 윤석열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어떨지 명 씨에게 물었다. 
김 여사는 '이권과 연결도 안 되어 있다"면서 황 전 대사 임명을 사실상 결정한 채, 명 씨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후 명 씨가 어떤 답을 했는지는 카톡에 나오지 않는다. 명 씨가 자신의 답변을 지운 채, 대화 화면을 캡처했거나 카톡이 아닌 전화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명 씨는 공보 담당자로 최명길 의원과 신성범 의원의 프로필을 공유하며 “저와 친분이 있으니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카톡 대화 다음 날, 황 전 대사는 실제로 윤석열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직업 외교관 출신이 대선 후보 후원회장을 맡자 '이례적이다'라고 평가가 나왔는데, 내막은 김건희 여사가 발탁해서 명 씨와 상의한 인사였던 것이다. 
2021년 7월 16일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가 카카오톡을 통해 황준국 전 영국대사 후원회장 임명에 대해 논의하는 대화 내용 (재구성) ⓒ뉴스타파

② 명태균이 추천한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대다수, 선대위원장 등에 임명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인 2021년 9월 17일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캠프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했다. 명 씨는 주호영 5선 국회의원을 1순위로 하고 윤상현, 김태호, 나경원 의원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실제로 주호영 의원은 캠프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김태호 의원은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윤상현 의원은 총괄특보단장에 위촉됐다. 나경원 의원은 스스로 고사하면서 임명되지 않았다. 
이날 카톡 대화에서 명태균이 추천한 인사들이 윤석열 경선 캠프의 주요 보직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2021년 9월 17일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총괄공동본부장 후보 4명과 비서실장 후보를 추천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검찰 수사 보고서ⓒ뉴스타파

③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은"...윤석열도 명 씨에게 검증 요청

윤석열 대통령도 명 씨에게 캠프 주요 보직자 후보가 적합한지 물어본 정황이 추가로 확인된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2주 전인 2021년 7월 17일, 명 씨는 김 여사에게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은 경제 관료로서 인맥도 상당히 넓고, 국가 비전 정책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초기에 중책을 맡기에 아주 좋습니다"라며 극찬했다. 
'총장님께서 물어보신'이란 첫 문장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명 씨에게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2021년 7월 17일 명태균 씨가 김건희 여사에게 임태희 당시 한경대 총장(현 경기도 교육감)에 대한 인물평을 하는 대화 내용이 담긴 검찰 수사 보고서ⓒ뉴스타파
실제로 임태희 교육감은 정당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국립대 총장직을 내려놓자마자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역시 명 씨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앞서 명 씨는 지난 10월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캠프 인사에 직접 개입했다'고 말하면서 임태희 이력서도 직접 본 적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가 보고 분석해 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사고 친 사람이 없어요. (캠프 구성 당시) 경기교육감 임태희, 그 사람 이력서 누가 본 줄 알아요? 저예요. 그거 이력서 보고 그거 한 사람이 저라니까. 그러면 됐어요? 그거 모르잖아요. 대통령 여사는. "

 - 명태균 (2024.10.14. CBS 김현정의 뉴스쇼)

결정적 증거 확보하고도 대통령 부부 조사 안 한 검찰 

뉴스타파가 명태균과 윤 대통령 부부의 SNS 대화 280개를 분석한 결과,명 씨에게 별다른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의 해명을 뒤집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대선 당시 선거 전략과 캠프 인사 임명을 주도한 사람은 김건희 여사였는데, 이 과정에 명태균 씨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여사가 캠프와 선대위 업무에 관여한 바 없다는 과거 윤 대통령의 발언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윤 대통령 부부가 명 씨에게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줬다는 ‘공천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물증을 다수 확보해놓고도, 윤 대통령 부부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이명선 박종화
촬영최형석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그래픽정동우
출판허현재
리서치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