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일가, 수백억 부동산 비밀 매입, 검찰은?
2016년 09월 22일 19시 20분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의 일환으로 ‘전두환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전두환 세력이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뒤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기획입니다.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방송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전두환이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이 1000억 원이 넘는데도 전두환 일가가 ‘3대 재산상속’에 시동을 걸고 있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 동안 전두환 일가가 벌여 온 많은 사업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던 전두환의 3세가 집안 사업에 지분을 갖거나, 임원 자리에 오른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전두환 일가의 프랜차이즈 외식업도 그 중 하나다. 2016년 1월 전두환 일가가 설립한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 운영사 ‘(주)실버밸리’에는 전두환의 손자와 손녀가 각각 40%씩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링크)
뉴스타파는 전두환 일가가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를 창업하고 1년 쯤 뒤 전두환의 손녀이자 전재국의 딸인 전수현(35) 씨가 전두환 일가 소유의 핵심기업인 출판기업 리브로의 사외이사에 오른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전두환 일가가 그 동안 벌여온 사업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다. 도서출판 시공사를 중심으로 리브로와 북플러스, 그리고 음악세계 같은 출판 관련 사업체를 여러 개 설립했고, 스타일까사와 파프리카미디어 같은 문화컨텐츠 사업도 꾸준히 벌여 왔다.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수차례 손을 댔는데, 2014년 전재국 씨가 측근들을 동원해 설립했던 (주)맥스코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9월, 뉴스타파는 전두환 일가가 설립한 맥스코프가 땅값만 300억 원, 총 사업비 1000억 원이 넘는 ‘스타몰’(경기도 일산 주엽)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링크) 확인결과 맥스코프는 전재국 씨가 소유한 기업 ‘북플러스’와 전 씨의 부인 정도경 씨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였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전두환 일가는 사업을 포기했고, 사업권은 다른 회사로 넘어갔다.
그 동안 전두환 일가는 사업을 벌일 때마다 자신들의 측근들을 주주 혹은 경영진으로 동원해 왔다. 너무 많은 측근들이 동원되다보니 겉으로는 전두환 일가의 사업인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았을 정도다. 2016년 뉴스타파가 보도한 부동산 개발업체 ‘맥스코프’, 8월 26일 뉴스타파가 보도한 실버밸리 역시 마찬가지다. 두 회사 모두 사실상 전두환 일가가 직접 설립했고, 대주주이기도 하지만, 공개된 경영진 명단만으로는 전두환 일가가 소유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 이런 식의 사업방식은 전두환 일가가 지난 수십년간 세간의 눈을 피해가며 사업을 진행해 온 일종의 노하우라 할 수 있다.
전두환 일가는 그 동안 어떤 측근들을 얼마나 많이 동원해 사업을 진행해 왔을까. 취재진은 전두환 일가가 설립, 운영한 기업들의 등기부등본에 등장하는 이름들을 정리한 뒤, 이들과 전두환 일가의 관계를 분석해 봤다.
분석대상 기업은 전두환 일가, 특히 장남 전재국 씨가 설립해 운영했던 회사 10개였다. 구체적으로는 시공사, 리브로, 북플러스, 뫼비우스, 파프리카미디어, 스타일까사, 맥스코프, 지식채널, 케어플러스, 실버밸리였다. 전두환의 둘째아들 전재용 씨나 처남 이창석 씨가 설립한 회사도 이미 확인된 것만 여러 개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반영하지 않았다.
확인 결과, 그 동안 전두환 일가의 사업에 동원된 측근은 모두 35명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두환 일가 기업을 돌아가며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는데, 전두환 일가 소유기업 3곳 이상에서 임원을 맡은 사람이 10명, 2곳 이상에서 임원을 지낸 사람은 무려 18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재국 씨의 대학동창인 김경수 씨는 그 동안 7개에 달하는 전재국 관련 회사에서 임원을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수 씨가 임원을 지낸 전재국 소유 회사는 시공사, 리브로, 맥스코프, 뫼비우스, 북플러스, 케어플러스, 파프리카미디어였다.
전두환 일가는 지난 수십년간 주로 출판, 문화 관련 기업을 설립해 운영해 왔다. 도서출판 시공사(2018년 5월 매각)와 도서판매업체 (주)리브로를 정점으로 비슷한 회사들을 문어발처럼 설립, 운영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전두환 일가가 새로 창업한 가족기업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다른 몇 가지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30년 가까이 해 오던 출판, 문화 사업이 아닌 외식 사업에 진출한 사실이 눈에 띄었다. 또 전두환의 장손 전우석(31) 씨가 가족기업 경영에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특이했다. 전우석 씨는 현재 부친인 전재국이 설립한 ‘나르는 돼지'의 운영사 실버밸리의 주식 40%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뉴스타파는 이번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두환 일가가 ‘실버밸리’를 창업하고 1년여 뒤인 2017년 8월, 역시 실버밸리의 대주주이기도 한 전두환의 첫손주 전수현(35) 씨가 현재 전두환 일가의 주력회사인 (주)리브로의 사외이사에 취임한 사실도 확인했다. 전임 사외이사는 전두환의 둘째아들 전재용 씨의 배우자인 탤런트 출신 박상아 씨였다.
결국, 전재국 등 전두환의 3형제로 이어지며 세를 키웠던 전두환일가의 사업이 전두환의 손주들에게까지 세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전두환 일가의 3세 경영 일지> 2016년 1월: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 운영사 ‘(주)실버밸리’ 설립 (전재국 20%, 전재국 딸 전수현·아들 전우석 각각 40% 지분 소유) 2016년 말: 프랜차이즈 고깃집 ‘나르는 돼지’ 본점과 지점 설립 2017년 8월: 전재국 딸 전수현, 전두환 일가 주력기업 ‘리브로’ 사외이사에 취임 |
광주학살과 5공비리의 최종책임자인 전두환이 내야 할 추징금은 아직 1000억 원 이상 남아 있다. 전두환 일가는 이미 6년 전, 이 돈을 다 납부하겠다고 대국민약속을 한 바 있다. 당시 기자들 앞에 선 전두환의 큰아들 전재국은 “추징금 납부를 위해 부모님(전두환 부부)이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까지 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전두환 일가는 대국민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소리소문없이 3세 경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취재 | 한상진 강민수 |
연출 | 박경현 |
촬영 | 이상찬 최형석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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