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모터스도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한 더클래스효성과 마이스터모터스 지분 확보 사례와 동일한 방법으로 조현상이 지인을 주주로 내세웠고, 지분 인수 자금은 이들의 이름으로 계열사 효성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모터스는 폭스바겐 딜러사 매입 차명주주 아들 박세철 씨 동원
뉴스타파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조현상 부회장은 2007년 6월에서 7월까지 중앙모터스 주식 8만 주 전체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지인 박세철 장훈학원 이사장 이름을 빌렸다. 그는 앞서 ‘마이스터모터스’ 인수 때 내세운 박 모 씨의 아들이다.
중앙모터스 지분 매입은 두 건의 계약으로 진행됐다. 중앙모터스 기존 주주 김 모 씨 소유의 지분 49%는 박세철 씨 이름으로 매입했다. 나머지 51% 지분은 기존 대주주 권 모 중앙모터스 대표(36% 보유), 박OO 씨(15% 보유)와 매매예약 계약을 맺었다. 조현상이 중앙모터스 지분을 사실상 100% 인수한 이후에도 표면상 지분 49% 주주는 박세철로 변경되고, 51% 주주는 기존 주주 2명이 소유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중앙모터스 지분 각각 49%와 51% 매입이 진행된 주식매매예약서와 주식매매계약서
이 두 건의 계약서 어디에도 조현상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지만, 중앙모터스의 2015년 12월 30일 현재 주주명부에는 조 부회장이 이 회사 주식 8만 주를 소유한 100% 주주로 기록돼 있다.
▲중앙모터스 주주명부에는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100% 주주로 나와있다.
박세철 이름으로 효성캐피탈에서 75억원 대출받아 지분 매입
중앙모터스 차명 소유 의혹을 뉴스타파에 제보한 전 효성그룹 직원에 따르면 계약금과 대출금 상환 자금의 출처는 조현상 부회장이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6월, 조 부회장은 자신의 우리은행 계좌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로 매매예약 계약금을 지불했고, 잔금은 7월 박세철 씨 이름으로 효성캐피탈에서 75억 원을 대출받아 치렀다.
▲지난 2007년 7월 31일 조현상 부회장이 박세철 씨 명의로 매매 예약 계약을 맺은 중앙모터스 기존 주주 박모 씨와 권모 대표에게 매매예약 대금 잔금을 치렀다.
대출에 필요한 담보와 보증은 조 부회장이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살 때 이름을 빌렸던 지인 김재훈 씨의 부친 김정환 영풍제약 창업자가 섰다. 김정환 씨는 조 부회장이 마이스터모터스 지분 인수 목적으로 대출을 받을 때도 담보를 제공한 인물이다. 조 부회장은 대출금에 문제가 생길 때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진다는 내용의 면책확인서를 김 씨에게 써줬다.
▲조현상 부회장은 중앙모터스 매입 자금 75억원을 효성캐피탈에서 대출을 받았고, 이를 위해 담보와 보증을 제공한 김정환 영풍제약 창업자에게 면책확인서를 써줬다.
제보자는 “박세철은 이 건이 처음이 아니라 2007년 초에 또 다른 조현상의 차명 거래에서도 박세철이 자기 아버지 이름을 통해서 조현상에게 이름을 빌려줬던 적이 있었다”며 “그때 쌓인 어느 정도 신뢰가 있어 굳이 이것까지 명의신탁 약정서를 쓰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겠다라는 판단 하에 그 문건(약정서)을 별도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조현상이 중앙모터스를 인수한 이유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은 2003년부터 더클래스효성을 통해 서울·경기 지역의 메르세데스-벤츠 판매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운영해 왔다. 국내 벤츠 시장 점유율 1위인 한성자동차에 이어 더클래스효성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효성그룹과 조 부회장은 벤츠 판매업 확장 목적으로 중앙모터스 지분 인수를 시도했지만 벤츠코리아 쪽에서는 효성이 시장점유율을 더 높이는 것을 원하지 않아 효성 측의 요청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효성은 수입차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싶어했고 서울에서만 하고 있는 벤츠 사업을 전국으로 확장하기를 원했다”라며 “대구·경북에서의 중앙모터스는 좋은 위치였고 매력적인 투자처였고, 잠재적인 가치가 매우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국내 벤츠 공식 판매사는 주주 변경, 사업장 확장 등 주요 의사결정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효성그룹은 수차례에 걸쳐 중앙모터스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 의사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에 밝혔으나 매번 거절돼 차명 주주를 내세우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츠 코리아가 효성의 지방 딜러사 인수 요청을 승인해 줄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승인 절차를 가져가진 못했다”라며 “남의 이름을 빌리는 차명 형식의 거래 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중앙모터스는 2009년 말 기준, 매출액 330억 7301만원, 당기순이익 18억 2336만원을 기록했다. 이때 비해 2022년 현재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모두 10배 가량 성장했다. 2022년 말 기준, 이 회사는 매출액 3248억 5639만원, 당기순이익 140억 9966만원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중앙모터스 실적
박세철, 차명 주주 의혹 부인
뉴스타파는 차명 주주 의혹을 받고 있는 박세철 씨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박 씨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지난 3월 말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차명 주주가 아니고 “2007년쯤에 한 35억 원 정도 주고 그때 지분 산 것”이라며 “FI투자(재무적투자)만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제보자는 박 씨가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제 주주로서 권한을 갖거나 그 권한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박세철) 본인이 자기(49% 지분)의 매도인인 김OO와 매매 협의를 진행하거나 만나지도 않았고 계약을 체결한 바도 없다”며 “자기 주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줬다”고 말했다.
매입 대금에도 박 씨 몫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에 이름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지 본인이 기여한 바가 전혀 없”으며, “그가 본인의 주식이었다면 당연히 해야 할 경영에 대한 참여나 또는 배당 이런 걸 한 바가 2007년부터 지금 2023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앙모터스 측은 “의혹당사자들에게 직접 확인하”라고 했다. 효성그룹 측은 “내부에 내용을 아는 임직원이 남아있지 않아 내용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차명 주주라 배당은 없었지만 중앙모터스 가치 수십 배 성장”
제보자는 조 부회장이 중앙모터스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익 배당을 받지 않고 있지만, 회사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자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모터스 (표면상) 주주 중에는 진짜가 아무도 없기 때문에 진짜 주주가 아닌 사람에게 배당금이 지급되고 또 그에 따른 세금이 부과가 되면, 나중에 그것을 정산하는 데 복잡한 일들이 있기 때문에 배당을 하고 싶어도 배당을 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에 잡히는 이득은 없었으나 본인이 진짜 주주로 있는 그 회사의 가치가 2007년도 대비 지금은 거의 수십 배 성장하고, 또 그 회사 안에 배당되지 않은 현금 유보액이 쌓인다고 하는 것은 재산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모터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재, 이 회사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939억 9176만 원에 이른다.
조현상의 중앙모터스 차명 보유 의혹, 규제 당국은 알았을까
효성그룹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당국의 수사 및 조사망에 올랐다. 지난 2008년, 2013년, 2017년에는 검찰 수사를 받았고, 2013년에는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도 받았다. 2013년 세무조사에서 중앙모터스 차명 보유 사실이 드러나 소명 요구를 받았지만 제재는 없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법적 문제는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모터스는 2007년부터 조현상 부회장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효성그룹 계열사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효성 측은 이 같은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공정거래법상 효성그룹이 공시대상 기업 집단에 속하고, 따라서 특수관계인들에게 있어서는 공시 의무가 있는데 지분 변동에 대해 지분 공시를 안 했다”며, “지배력이라고 얘기하는 지분 30% 이상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여러 개 있어서 그건 사실상 계열사라고 봐야 되는데 계열사 기업 집단 신고할 때 계열사에서도 누락시켰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또 “(차명으로) 대출을 받을 때도 금융실명법 위반이고,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것도 금융실명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계열사 효성캐피탈이 오너 일가에 내준 차명 대출 의혹에 대해서는 “조현상과 효성캐피탈에 배임 혐의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부실 우려가 생기기 때문에 특정인에 대해서 과도한 대출을 해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변호사는 조 부회장이 차명 주주 의혹을 받는 박세철 씨에게 사실상 중앙모터스 지분 100%를 증여한 셈이 되므로 증여세 부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이 알면 차명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증여 의제가 된다”며, “물론 실질과세 원칙을 놓고 다투기는 하겠지만 (주식의 진짜 주인에게) 증여세 부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집 막내 아들’과 ‘상부상조’하는 금수저 지인들, 그들만의 리그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국내 판매 법인을 차명 보유한 사실은 지난 2013년 뉴스타파의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보도를 통해 단초가 드러났다.
조 부회장은 2013년 뉴스타파 보도에 등장한 김재훈 씨 소유의 페이퍼컴퍼니 ‘디베스트파트너스’를 통해 벤츠 딜러사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매입한 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가 현재는 93.04%를 보유, 사실상의 개인 회사로 만들었다.
조 부회장은 또 다른 지인 박세철 씨 명의로 대구·경북 지역 벤츠 딜러사 ‘중앙모터스’ 지분 전량을 사들였고, 박세철 씨 부친과 다른 지인 김모 씨 명의로 폭스바겐 1위 딜러사 ‘마이스터모터스’ 지분을 사들였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당시 금융 계열사였던 효성캐피탈에서 매입 자금을 대출받아 더클래스효성, 마이스터모터스, 중앙모터스의 지분을 사들인 경위
100억원이 넘는 3개 회사 지분 인수 대금은 이들 차명 주주 이름으로 효성캐피탈에서 대출 받았고, 이 때마다 담보와 보증은 김재훈 씨의 부친인 김정환 영풍제약 창업자가 섰다.
조 부회장에게 이름을 빌려줬던 지인들은 모두 이른바 ‘금수저’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재훈 씨는 부친 김정환 씨에 이어 현재 영풍제약 대표다. 또 그가 주요 주주인 다인회계법인은 다수의 효성그룹 관련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
박세철 씨도 부친에 이어 가업을 잇고 있다. 박 씨 부친은 대전 지역 5선 국회의원이었던 박병배 씨의 장남으로, 부친에 이어 사학재단과 기업을 운영하며 SBS 주주이자 비상임이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자기 이름을 숨기는 수법으로 각종 규제와 법망을 피하고, 계열 금융사 돈을 빌려 수입차 법인 3곳의 지분 전량 또는 상당량을 손에 넣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이 3개 회사들은 지분 인수 당시인 2007년에 비해 몇 배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수사, 조세, 금융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