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문자 대공개] 국회의원들의 민낯...채용청탁에서 협찬요청까지

2018년 04월 22일 19시 35분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던 2015년 10월,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삼성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 이른바 ‘장충기문자’에서 확인됐다.

장충기 사장은 2015년 10월 13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그리고 3일 뒤 이번에는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같은 수험생의 정보를 장 사장에게 전달했다.

이 문자에는 윤상현 의원이 10월 13일에 부탁했다는 말이 있다. 윤상현 의원이 삼성중공업에 지원한 송 모 씨의 채용을 부탁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10여일 뒤에는 해당 수험생의 채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장충기에게 다시 보고된다.

그로부터 6일 후 마지막 채용청탁 문자가 장충기에게 전달됐다.

뉴스타파는 장충기가 받은 첫번째 문자 내용 중 ‘미국 출장가느라 경황이 없어 문자 올린다’는 내용을 단서로 문자발신자를 추적했다. 윤 의원의 당시 일정표와 대조해 비교했다.

그 과정에서 윤 의원이 문자가 발송된 10월 13일, 정무특보 자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미국 출장길에 나선 사실을 확인했다. 문자를 보낸 사람이 윤 의원 본인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2015년 10월 13일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 자격으로 미국 방문길을 수행했다. (출처 : 연합뉴스)

취재진은 인사청탁 문자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지역구 사무실, 집으로 윤 의원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윤 의원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조 기자님, 송OO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에 없고 혹시 심사결과를 물어봤을 순 있겠지만 채용부탁을 하지는 않습니다.

윤상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취재진은 윤 의원에게 전체 문자 내역을 보내주며 다시 한 번 해명을 요구했지만, 추가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장충기 문자에는 현역의원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름도 등장했다.

2016년 7월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이 열렸다. 그런데 이 공연에 초청된 무용수 홍 모 씨의 어머니 안 모 미디어 제작사 대표가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가 확인됐다. 문자에는 ‘설훈의원 소개로 전화올린…’이라고 적혀 있었다.

확인 결과 삼성은 이 공연에 1천만 원 가량을 협찬했다. 뉴스타파는 설훈 의원을 찾아가 장충기 사장에게 협찬요청을 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설 의원은 청탁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장충기 사장과는 중학교 동기로 친한 사이다. 내가 편취한 것도 아니고 공연 프로그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 것이어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장충기 문자에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도 등장한다. 17~18대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우제창 씨가 대표적이다. 우 전 의원은 현역의원 시절 한 언론인터뷰에서 “국가의 지도자는 경제 권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삼성 장학생, 현대 장학생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삼성 비판에 주저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의원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삼성에 광고를 요청하는 민원인이 됐다.

장충기에게 청탁문자를 보냈던 우 전 의원은 장충기가 답을 하지 않자 거듭해서 문자를 보냈다.

우 전 의원은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장 사장에게 친구회사의 광고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 광고는 집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다.

장충기 문자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담은 문자도 들어 있다. 2015년 9월,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춘진 의원을 만난 삼성 관계자가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다.

당시 국회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 여야가 이재용 부회장 국감 증인 채택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언론에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고 보도됐지만, 장충기 사장이 받은 문자 내용이 사실이라면 야당 소속인 상임위 위원장 또한 이 부회장의 증인 출석을 막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취재진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김 전 의원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정확한 답변은 피한 채 “장충기 사장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국감증인 채택을 막은 적 없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걸 내가 어떻게 막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당내 경선해서 패해 출마가 좌절됐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정지성, 윤석민, 박서영
 CG : 정동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