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끝나니 이젠 곳곳에 댐 건설 추진

2013년 04월 12일 10시 06분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 예산 절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토교통부와 수자원공사는 무려 3조 원이 드는 댐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4대강 사업이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는 댐 건설 계획, 무엇이 문제인지 취재했습니다.

지리산 피아골입니다. 지리산 반야봉에서 발원한 계곡 물이 맑아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곳에 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사람들의모임]
“우선은 피앙골이 우리 국민 누구도 피아골을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만큼 유명한 곳이고 가을단풍뿐 아니라 봄철에 매화 벚꽃도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거든요. 또 주민이 300명 정도 살고 있는 곳이에요. 11개 마을이 있는 곳이고. 이곳을 수몰시킨다고 하는 게 실은 지리산의 가장 아름다운 비경 하나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국토부의 계획에 관광자원을 중시하는 구례군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장동태 구례군 건설방재과장]
“구례군의 입장은 지리산이 갖고 있는 청정계곡이고, 거기가 또 유명한 사찰이 있고,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오고 있어서 저희들의 입장은 반대 입장을 통보했었고, 지금도 변함없는 입장입니다.”

국토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에 6개의 중소규모 댐을 포함해 모두 14개의 댐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댐 건설 장기계획에 들어갈 예산은 3조 원입니다.

댐 건설 계획은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발을 받고 있습니다. 영양군 주민들은 수자원공사 용역팀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예 길목을 막고 있습니다.

[영양군 수비면 주민]
“악착같이 고향을 지킨다. 이 뜻이래요.”
“나 못 나가요. 죽어도 여기서 죽을 참이라요.”

국토부와 수자원 공사는 3천 억 원을 들여 이곳 창파천에 댐을 짓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계획이 타당한지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영양댐의 물을 대부분 경산공업단지의 공업용수로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영양에서 무려 18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입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초등학생이 보더라도 이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거든요. 특히나 4대강 사업을 해서 낙동강에는 8억 톤의 물이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 현재 경산 같은 경우에는 낙동강이 여기인데 직선 거리로 40km정도 되는데. 그러면 경산시가 만약에 물이 필요하다 그러면 낙동강에서 가져올 수도 있거든요.”
(40km면 되는데?)
“그렇죠.”

영양댐이 타당성이 있는지를 검토한 연구자도 이 문제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유승훈 영양댐 예비타당성 검토자]
(아무래도 좀 다른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신 거네요. 그렇죠?)
“아 당연하죠. 왜냐하면 이상하잖아요. 18킬로나 간다는 게 이게.”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낙동강 물을 쓰는 게 어떠냐는 연구자의 질문에 국토부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국토해양부의 답변은 그 물은 다 하천유지 용수다. 그러니까 생활용수 그래서 생공용수로는 배분량이 전혀 없다. 그래서 딱지(용도)가 붙어있다는 게 답변이었고요.”

문제는 또 있습니다. 영양댐 계획은 영양 인구가 만 명이나 늘어나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예비타당성 검토 문서는 은퇴자 마을인 휴타운에 입주할 주민을 위해서 하루 2천 톤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양군은 지난 2007년 약 5천 가구, 만 명이 입주하는 은퇴자 마을을 짓겠다는 휴타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영양군 전체 인구는 18,000명. 은퇴자를 받아들여서 인구를 50퍼센트 가까이 늘리겠다는 대담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수영 영양군 지역개발과장]
(휴타운 사업이 지금 계속되고 있습니까?)
“당초에 이거를 댐을 입안할 때 휴타운을 석포면 관내에 한 4,000세대 정도 하려고 했습니다만은 이 계획이 입안되고 난 뒤에 금융위기가 오면서 투자자들이 다 손을 떼버렸어요.”

휴타운이 중단된 뒤 영양군은 생약재배단지를 조성해서 인구를 유입하겠다는 계획을 다시 발표했습니다.

[김수영 영양군 지역개발과장]
“제2의 인생을 사시는 분들이 여기에 와서 생산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기 위해 세 군데를 분산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석포에 하려는 것을 청기와 석포하고 일월 쪽에다가 세 군데를 분산해 갖고 한 500세대 정도씩 이렇게 규모를 좀 줄여서 그렇게 지금 추진하고 있습니다.”
(500세대면 1500세대.)
“네. 그 정도로.”

1500세대의 인구가 새로 들어올 거라는 계획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을까요?

[영양군 일월면 도계2리 이장]
“이 산이랑 이 산이거든요.”
(이 산이? 여기다가 이제 그 생약 재배한다고요? 여기서?)
“네. 그리고 저기 하늘 보이는 산간에 저기 가면 산 지형이 어떻게 되어 있냐면 딱 이런 식으로 돼 있어요. 이렇게.”

계획을 발표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생약재배단지는 아직 착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에 작성된 예비타당성 보고서는 이미 2008년 무산된 휴타운 계획이 이루어질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그 과정 하에 보고서는 영양 댐을 짓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유승훈영양댐 예비타당성 검토자]
(그 계획은 이미 2008년도 하반기에 금융위기 때문에 그 해당 업체가 포기를 했더라고요.)
“2008년이요?”
(네. 완전히 없어진 계획이던데요?)
“저희가 영양군에 여러 가지 질의를 했는데 영양군에서 온 답변은 이제 휴타운을 적극 추진을 하겠다. 그리고 군차원에서 모둔 준비는 돼 있다는 게 공식적인 답변이었고요.”

영양댐을 국토부에 건의하고 강하게 밀어부친 권영택 영양군수는 건설회사의 대주주입니다. 재임 기간 동안 그의 건설회사가 영양군의 사업 여러 개를 수주했습니다.

[이상철 영양댐 대책위원회 사무처장]
“다시 말씀드리면 이거는 영양댐은 그냥 토목공사를 위한 토목공사를 하고있는 거다, 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토목이나 건설회사의 CEO 출신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은 그냥 다 개발하고 싶은 그런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절차는 거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처럼 문제가 많은 영양댐에 대해서 환경부는 댐 건설 장기계획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정종선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하면서 물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러니까 낙동강 같은 경우에는 계획상으로 약 10억 톤 규모가 늘어났는데 저희들은 어쨌든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에 그 물을 활용해서 쓰는 게 타당하겠다, 그런 판단을 한 거죠.”

환경부는 나머지 다섯 개 댐 중 세 개에 대해서도 댐을 건설하기보다 기존 댐이나 4대강의 확보된 물을 이용하는 대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네. 경찰이 투입됐는데요.”

그러나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영양댐을 포기하지 않고 타당성 검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막으려는 주민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경찰이 투입됐습니다.

[김수영 영양군 지역개발과장]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변경된 지역개발의 변경된 요소는 그때 가서 다시 하고 환경부에서 이야기하는 유수량 관계도 거기서 검토를 하고 타당성 조사, 주민설명회라든지 공청회라든지 거기서 결정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러나 주민들은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한다는 국토부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국토부는 결국 댐을 만들고야 말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상철 영양댐대책위원회 사무처장]
“저희가 주변에 여러군데 댐이 만들어진 곳을 방문했었어요. 그런데 거기 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타당성 조사를 한 곳은 예외 없이 9년 후, 10년 후, 20년 후에 결국은 댐이 다 됐다는 것이죠.”

설사 한 번 막는다 해도 언젠가는 다시 댐 계획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충남 청양의 지천도 이번 댐 계획에 포함됐습니다. 지천은 이미 10년 전에 댐 계획이 발표됐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곳입니다.

[정학진 청양군 기획감사실장]
(10년 전에도 지천댐 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었나요?)
“아 그랬죠.”
(그때도 반대를 하셨어요?)
“그때도 반대해서 우리 청양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돼 가지고 보류된 걸로 알고 있고, 그런 단계를 이번에 다시 했는데 정부가 그 당시 계획보다 5분의 1정도 축소를 해가지고 발표했습니다만은 댐 규모와 관계없이 작게 막아가지고 크게 키울 수도 있지 않습니까 댐은?”

결국 댐건설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국토부와 수자원 공사의 조직을 바꿔놓지 않으면 이런 악순환은 막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
“개발중심으로 조직체계가 짜져 있는 거죠. 예를 들어 국토부 부서도 보면 수자원개발과가 있잖아요. 그러면 수자원개발과는 개발하는 게 자기 임무잖아요. 그리고 댐 건설 장기계획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댐 건설하기 위한 계획을 만드는 게 자기 임무고 그걸 잘 하는 사람이 유능한 공무원이고 담당자일 텐데. 그게 개인 탓은 아닌 거죠.”
(필요가 있든 없든)
“그걸 많이 만들고 계획을 잘 만들면 성과를 높게 받고 평가가 제대로 되는 거고. 그걸 제대로 못하면 무능한 공무원인 거죠. 그러니까 계획이나 임무를 새로운 임무를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4대강에 혈세 22조를 쏟아 붓고도 모자라서 다시 댐건설에 3조 원을 내놓으라는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이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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