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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원짜리 ‘창조경영 대상’ : 언론사의 상 장사

2019년 10월 25일 08시 00분

언론의 생명은 신뢰다. 언론 사업은 뉴스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지만 사실은 그 속에 담긴 신뢰를 판다고도 할 수 있다. 올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공개한 세계 38개 국가 언론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언론 신뢰도는 22%였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꼴찌다. 그것도 4년 연속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망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 왜일까?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한국 언론의 기이한 수입구조에 주목했다. 그 중 하나가 기사를 가장한 광고다. 또 하나는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홍보, 협찬비다. 이 돈줄이 신뢰가 바닥에 추락해도 언론사가 연명하거나 배를 불리는 재원이 되고 있다. 여기엔 약탈적 또는 읍소형 광고, 협찬 영업 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가 타파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뉴스타파는 이 시대 절체절명의 과제 중 하나가 언론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추적 결과물은 언론개혁 계기판 역할을 할 뉴스타파 특별페이지 ‘언론개혁 대시보드’에 집약해서 게재한다.-편집자 주

중앙일보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코리아텍)로부터 2년간 시상식 수상 대가로 2600만 원을 받아간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문제의 시상식은 중앙일보가 매년 주최하는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중앙일보는 2016년과 2017년 당시 김기영 코리아텍 총장에게 이 상을 수여하면서 돈을 받아갔다. 뉴스타파는 지난 3년치 고용노동부(산하기관 포함) 광고·홍보비 집행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자료에 따르면, 코리아텍은 이 예산을 모두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조성된 대학 회계에서 지출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부처 중 하나인 고용노동부가 2017년부터 3년간 언론 광고·홍보비 명목으로 500억 원이 넘는 돈을 집행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링크: 세금 먹는 언론...고용노동부 3년 언론홍보비 500억)  

중앙일보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대상...수상자 미리 선정한 뒤 돈 거래

뉴스타파가 입수한 코리아텍 광고·홍보비 집행내역 문서에 따르면, 중앙일보와 코리아텍이 ‘2017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시상식과 관련된 공문을 처음 주고 받은 건 2016년 11월이다. 중앙일보가 먼저 수상자 선정에 대한 안내 공문을 코리아텍에 발송했다. 그런데 당시 공문 내용은 단순히 시상식을 알리고 응모를 독려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기영 당시 코리아텍 총장을 수상자로 선정하려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공문이 오간 때는 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가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 2016년 11월 중앙일보가 코리아텍에 보낸 ‘2017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 관련 공문. 심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발송된 이 공문엔 ‘김기영 코리아텍 총장을 수상자로 선정하려고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듬해 1월, 중앙일보는 ‘김 총장이 수상자로 최종 확정됐다’는 공문을 코리아텍에 보냈다. 시상식 안내문에는 심사가 총 평가점수 1000점, 5개 항목, 17개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상과 돈을 맞바꾸는 거래가 시작된 건 이때부터였다. 중앙일보는 코리아텍에 시상식 진행 비용 명목으로 1300만 원을 제시했다. 코리아텍은 중앙일보의 요구에 응해 1300만 원을 전달했고, 김기영 총장은 결국 ‘2017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대상을 받았다.

확인 결과, 코리아텍 총장이 이 같은 방식으로 중앙일보에서 상을 받은 건 총 3차례였다. 알리오 공공기관 공시에 따르면, 코리아텍은 2016년에도 같은 비용을 이 시상식에 지출했다. 수상자는 역시 김기영 전 총장이었다. 전임자인 이기권 전 총장도 2014년 당시 이 상의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총장 역시 거액의 홍보비를 내고 상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이 상을 받은 뒤 이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 2017년 3월, 김기영 당시 코리아텍 총장은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17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 대상을 받았다.

취재진은 중앙일보와 코리아텍의 ‘상 장사’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코리아텍을 찾아가 물었다. 취재에 응한 코리아텍의 한 관계자는 “중앙 유력지인 중앙일보의 수상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왜 코리아텍 총장을 창조경영인으로 선정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언론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주고 상을 받는 관행을 따랐을 뿐이다. 1300만 원이라는 비용도 코리아텍의 예산 사정을 설명해 깎은 것이다. 코리아텍 측은 향후 언론사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코리아텍 관계자

사무실, 전화번호도 없는 유령회사가 37개 ‘언론사 시상식’ 주관

뉴스타파는 중앙일보의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시상식 운영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일보가 코리아텍에 보낸 공문에 적힌 시상식 선정위원회 사무국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였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이 전화번호를 검색하자, 중앙일보의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 시상식 외에도 10여 개 언론사 주최 시상식의 사무국 연락처에서 이 번호가 발견됐다. ‘한국언론문화진흥원’이라는 홍보대행사의 연락처였다.

▲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 상을 운영한 홍보대행사 홈페이지. 39개 언론사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다고 소개돼 있다.

‘한국언론문화진흥원’의 홈페이지에는 이 회사가 총 39개 언론사의 홍보 대행 업무를 맡고 있고, 37개의 시상식을 치른 것으로 소개돼 있다. 취재진은 이 회사의 주소지로 찾아가 봤지만 회사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중앙일보는 시상식 운영과 심사 위원, 수상자 선정 과정에 대한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언론사 시상식 심사위원 경력이 있는 한 경영 컨설턴트는 언론사들의 이 같은 ‘엉터리 시상식’은 긍정적인 경영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돈을 써서라도 실적을 내고 싶어하는 공공기관장들의 심리를 파고 들어 언론사가 ‘상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경영학에 ‘창조 경영’이란 말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거죠. 이런 식으로 돈 받고 상을 주는 언론사들의 시상식들은 시상식의 목적을 살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종의 낚시라고 할 수 있죠. 더 높은 자리에 가고 싶어 하는 공공기관장은 이런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직원들은 그렇게라도 해서 ‘용비어천가’를 만드는 것이고요.

경영 컨설턴트

코리아텍, 3년간 기사형 광고에도 2억 원 쏟아부어

코리아텍이 언론사와 관계를 맺는 방법은 비단 시상식만이 아니었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고용노동부 및 산하기관 광고·홍보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코리아텍은 광고 표시가 없는 기사형 광고의 단골손님이었다.

확인 결과, 코리아텍이 지난 3년간 기사형 광고를 위해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 등에 지출한 광고·홍보비는 2억 원이 넘는다. 이 중 일부는 입학생 모집이나 취업 성과 발표 같은 일반적인 학교 홍보가 아닌 총장 개인의 공적이 부각된 인터뷰 기사였다.

▲ 2016년 1월 22일 중앙일보에 실린 김기영 당시 코리아텍 총장의 인터뷰 기사. ‘친구같은 총장’ 등 학교 홍보보다 총장 개인의 공적이 부각돼 있다.

코리아텍이 지난 3년간 집행한 ‘기사형 광고’ 내역은 아래와 같다.

집행 목적 매체명 지원 예산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 수상 행사 및 보도 중앙일보 13,000,000
총장 특집 인터뷰 및 대학 브랜드 광고 동아일보 11,000,000
대학 취업률 특집 및 브랜드 이미지 광고 브릿지경제 3,300,000
충청권 대학 특별기획 기사 및 광고 동아일보 3,300,000
대학 특집기사 게재비 서울신문 1,500,000
대학탐방-특집 전면 기사 및 브랜드 광고 동아일보 30,000,000
대학 기획기사 및 브랜드 이미지 광고 한국대학신문 3,300,000
4차 산업혁명 특집 기사 게재비 중도일보 1,800,000
충청대학 특집 기사 및 전면 광고 중앙일보 11,000,000
대학특집 및 브랜드 광고 한국경제 3,300,000
수시특집 및 브랜드 광고 한국대학신문 3,300,000
대학 수시특집 및 브랜드 광고 브릿지경제 2,500,000
수시특집 및 브랜드 광고 중앙일보 10,000,000
충청지역 수시특집 및 브랜드 광고 중앙일보 3,300,000
정시특집 및 대학홍보(기관장 인터뷰 등) 이데일리 4,500,000
정시특집 및 브랜드 광고 한국대학신문 4,400,000
대학 정시특집 및 모집광고 한국일보 3,300,000
코리아텍 정책기사 등 홍보 중도일보 1,100,000
대학 정시모집 광고 및 특집 조선일보 14,300,000
대학 정시특집 및 모집광고 매일경제 5,500,000
대학 브랜드 이미지 광고 및 특집 브릿지경제 2,400,000
대학 기획기사 및 브랜드 이미지 광고 머니투데이 1,200,000
대학 정책기사 게재비 한국경제 5,380,000
대학 충청특집 및 브랜드 광고 조선일보 3,300,000
대학 IPP특집 및 브랜드 광고 한국경제신문 5,500,000
대학 충청특집 및 브랜드 광고 동아일보 4,950,000
대학 특집 및 브랜드 이미지 광고 브릿지경제 2,200,000
충청특집 대학 브랜드 광고 중앙일보 1,100,000
수시특집 및 브랜드 광고 한국대학신문 3,300,000
대학 수시모집 기사 및 광고 동아일보 10,000,000
대학 수시모집 기사 및 광고 한국일보 4,400,000
대학 수시모집 기사 및 광고 문화일보 5,500,000
대학 수시모집 기사 및 광고 대전오늘신문 1,100,000
천안아산특집 대학 브랜드 광고 한국경제신문 6,050,000
대학 특집 및 브랜드 광고비 한국대학신문 3,300,000
대학 충청특집 및 브랜드 광고 중앙일보 11,000,000

<2017~2019년 코리아텍 ‘기사형 광고’ 내역>

※ 뉴스타파 언론개혁 대시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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