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메릴린치 계열사, 하베스트 투자로 수백만불 벌어

2015년 04월 02일 10시 14분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Harvest Energy Trust, 이하 ‘하베스트’) 인수 협상에 자문사 역할을 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Bank of America Merril Lynch, 이하 ‘메릴린치’)의 한 계열사가 인수 협상 당시 하베스트 주식 투자로 수백만 달러의 시세차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사는 당시 하베스트의 지표가 좋지 않았는데도 20일 사이 무려 100만주 가까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려 한다는 메릴린치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메릴린치-블랙록-BGI…그들의 수상한 계보

이 회사의 이름은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터즈(Barclays Global Investors, 이하 ‘BGI’)다. BGI가 메릴린치의 계열사로 편입된 시기는 공교롭게도 석유공사와 하베스트의 본격적인 인수협상이 진행되기 직전인 2009년 6월이다. 당시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Baclays)으로부터 135억 달러에 BGI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BGI를 인수한 블랙록은 사실상 메릴린치와 ‘한몸’이다. 2006년 2월, 블랙록은 메릴린치의 자산운용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자신의 지분 49.8%를 메릴린치에 넘겼다. 이때부터 메릴린치는 블랙록의 1대 주주로 실질적으로 블랙록을 지배하는 상태다. 결국 2009년 하반기 당시 BGI는 메릴린치의 손자회사 격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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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손자회사의 수상한 행보...인수협상 시작하자 주식 매집

<뉴스타파>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BGI는 2009년 하반기 하베스트 주식을 매매하면서 일반적인 투자자로 보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2009년 상반기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베스트의 주식을 대량 처분하더니 7월에 접어들면서 정반대의 투자 패턴을 보인 것이다.

2009년 7월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협상이 본격화된 시기다. 석유공사와 하베스트 양측은 사전에 비밀 유지 협정을 체결했다. 누군가 내부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이상 주식 시장에서 인수 협상 사실은 알 수 없었다.

BGI는 7월에서 9월 사이 약 17만 주를 매입하며 하베스트의 주식 보유량을 서서히 늘려갔다. 그러다 석유공사와 하베스트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10월에 접어들자 불과 20일 사이 약 95만 주를 대거 매집했다.

하베스트가 2009년 2분기에 낸 경영 공시 자료에 따르면 당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7% 줄고 영업 손익은 1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상태는 악화일로였다. 그런데도 BGI는 호재가 있다는 알고 있는 듯 적시에 주식을 사 모은 것이다.

석유공사와 하베스트의 인수협상이 완료된 2009년 10월 이후, BGI가 보인 행보도 의혹을 낳는다. 계약 직후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경영진과의 계약 내용에 따라 당시 9달러 후반 대에 거래되던 하베스트 주식을 10달러에 전량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베스트의 주주들로서는 주당 약 0.2~0.3 달러 가량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호재였다. 석유공사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 12월 말 약속대로 대금을 치렀다.

문제는 대금 지급 2달 전인 10월 20일까지만 해도 300만 주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BGI가 정작 석유공사가 대금을 지급했던 주주들의 명부에서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주주 명부가 작성된 12월 9일 이전에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는 것인데, 굳이 프리미엄까지 마다해가며 서둘러 주식 전량을 처분한 이유가 의문이다. 메릴린치로부터 받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후 자신의 투자 흔적을 지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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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기자본만 배불린 하베스트 딜...누가 책임지나?

BGI가 하베스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2009년 7월 초 당시 주가는 5달러 12센트에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꾸준히 주가가 올라 계약이 성사된 이후인 10월 말에는 9달러 후반 선에서 거래됐다. BGI는 이 기간 동안 하베스트 투자를 통해 약 330만 달러, 우리 돈 34억 원 가량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릴린치가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 767만 달러의 성공보수를 받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막대한 혈세 낭비를 불러온 하베스트 인수 사업을 통해 메릴린치의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총 1100만 달러(우리돈 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BGI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법적인 문제가 될 소지가 높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각각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74조’과 ‘SEC Rule 10b-5’를 통해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야당 측 국회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메릴린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에 고발할 방침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메릴린치 측에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으나 메릴린치 측은 답변을 회피했다. 메릴린치 아시아의 홍보 담당자 마크 생(Mark Tsang)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언론으로서 흥미로운 주제이지만 불행히도 메릴린치의 정책상 조사 중인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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