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인권

정규직을 절망으로 내모는 희망퇴직

2014년 09월 05일 22시 31분

 

정규직과 자영업...중산층이 무너진다 ①

지난 달 28일, 현대증권은 경영위기타개를 위한 600여 명 규모의 인력감축안을 발표해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사측의 조치에 따라 1차로 261명이 희망퇴직했고 이후 200명에 대해 해고예고를 통보했다.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며 노조위원장은 단식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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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증권 앞 농성장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2일 사측은 해고예고통보를 철회키로 노조와 합의했지만 이미 4백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뒤였다. 이번 합의에 대해 박종남 노무사는 추가적인 희생은 막아냈지만 앞으로 “회사의 구조조정이 회사 경영상의 문제, 영업구조의 문제 등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노동자들의 희생을 통한 구조조정이 일상화 될 수 있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한마디로 “정리해고로 둔갑한 희망퇴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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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C투자증권에서 희망퇴직한 이강한씨는 지난 7월 말, 회사를 떠났다. 회사의 경영악화로 인한 실적 압박과 이로 인한 동료직원들의 연이은 자살을 지켜봐야만 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50개 지점을 15개 지점으로 통폐합하고 이 과정에서 250여 명이 희망퇴직했다. 전체 직원의 약 30%가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장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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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에서 24년간 몸담아 온 박수권씨도 지난해 12월, 사측이 퇴출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결국 사표를 종용받았다. 회사를 그만 둔 뒤 박씨는 구직활동 끝에 보험설계사 자리를 얻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함께 회사를 떠나야만 했던 동료들은 여전히 미취업 상태이거나 자영업을 시작했고, 더러는 동종업계의 계약직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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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 하반기부터 금융권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수익성이 악화되자 금융사들은 가장 먼저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을 택했다. 실제 국내 20개 증권사의 직원 수는 현재 3만여 명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은 금융권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약 1만여 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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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금융권 위기를 IMF 이후 2차 위기로 규정하는 이영일 전국사무금융노련 정책기획실장은 “지금의 두 번째 위기는 증권사를 팽창시킨 정부와 금융사를 운영하는 경영진의 책임임에도 구조조정 1순위는 여전히 금융노동자.”라고 비판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잃어버린 정규직 노동자들이 갈 곳은 많지 않다. 대기업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조기퇴직을 강요하면서 중산층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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